‘친박좌장’ 최경환 막는 암초들

2016.06.13 11:50:38 호수 0호

계속되는 배후설 ‘당권 멀어지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복심(腹心)’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의 당권 도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오랜 잠행을 끝낸 최 의원은 최근 ‘오찬 정치’로 기지개를 켰다. 당초 ‘시기상조(時機尙早)’라며 한발 뺐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 그러나 좌표로 찍은 당권까지 가는데 여러 암초들이 도사리고 있어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당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친박’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계파의 생명이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와 함께 간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최 의원의 당권 확보 여부는 친박계 입장에서 중요한 터닝포인트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임기는 채 2년이 남지 않았고 계파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선 최 의원의 당선 여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최 의원도 이를 잘 아는지 최근 TK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가지며 본격적인 활동을 알렸다.

TK와 접촉

지난 1일 최 의원은 경북 지역 의원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이어서 2일에는 대구 지역 의원들과 시간을 가졌다. 정치권은 이를 전당대회(이하 전대)를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한다. 총선 참패론으로 웅크리고 있던 최 의원이 의원들과의 오찬을 통해 표 관리에 들어갔다는 것. 7월 전대가 잠정적으로 확정되면서 최 의원의 발걸음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최 의원은 자신을 둘러싼 전대 출마론에 일단 선을 긋는 모습이다. 앞서 기자들이 TK지역 의원들과 오찬을 가지는 목적에 대해 ‘전대 출마 관련 이야기를 하려고 만든 자리냐’고 질문하자 최 의원은 “전혀 그런 자리가 아니다. 내가 4·13 총선 때 TK 선대위원장을 맡았기에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밥 한 끼 하려고 만든 자리”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최 의원의 전대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 의원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총선 전 한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다른 후보가 있느냐”며 “비박계에서 누가 나올지가 관건인 것이지 친박계는 최 의원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결은 ‘친박-비박’의 1대1 구도로 흘러간다. 당 혁신비대위가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면서 그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박계에서는 일찌감치 정병국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정 의원은 복수의 매체를 통해 “나에게 주어진 책임이라고 하면 그것을 회피하지는 않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반면 친박계는 후보들이 많은 상황이다. 최 의원이 맞닥뜨릴 첫 번째 암초는 이들과의 교통정리다. 친박계 3선 이정현 의원은 총선에서 당선된 날 즉시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을 정도로 의지가 높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의원은 최근 한 달여 동안 전국을 돌며 지지를 호소하는 ‘배낭토크’를 진행 중이다. 당 최초 호남 당대표라는 명분을 내세운 상황이다.

범친박계 이주영 의원 또한 당권 도전이 예상된다. 총선 참패의 원인이 계파 갈등이었다는 분석은 이 의원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요인이다.

이 의원에 대한 당내 ‘동정론’은 최 의원의 본선행을 막을 수 있는 요소다. 이 의원은 원내대표 본선에서 연거푸 탈락한 적이 있다. 그는 지난 2010년 이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 나섰지만 당시 김무성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뜻을 접어야 했다.

지난 2012년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이한구·남경필 등에 밀려 1차 투표에서 탈락했다. 2013년에 또다시 원내대표에 도전했지만 최 의원에게 8표차로 석패했다. ‘세월호 참사’를 수습한 후 2015년 재도전했지만 유승민 의원에게 밀려 다시 한 번 고배를 마셨다. 때문에 “이번에는 이 의원을 밀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내부 목소리가 있다.

‘오찬 정치’ 당권 가속도, 그러나…
홍기택·정병국 폭로 “배후에 최”

두 번째 암초는 최 의원이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지원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은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10월 중순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등으로부터 정부의 결정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즉 현 정부의 실세들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유동성 지원 결정에 간섭했다는 것이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들러리’였다는 폭로도 나왔다. 최 의원 측은 홍 전 회장의 인터뷰에 대해 지난 7일 “홍 전 회장의 일방적 주장으로 생각된다”며 “대우조선해양 지원책은 산업은행과 금융위가 협의해 만든 것으로 안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세 번째 암초는 앞으로 닥칠 동남권 신공항 여파다. 과연 신공항을 어디에 건립하느냐를 두고 대구와 부산이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TK지역 의원들과 대구시는 “신공항을 경남 밀양에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부산시와 지역 의원들은 가덕도를 최적지라 주장한다.

그런 가운데 정부의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 발표를 앞두고 부산에서 ‘불복’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유는 용역이 이상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성에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의혹의 중심에는 최 의원이 있다.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은 신공항 정책 결정 라인에 최 의원과 가까운 TK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고 지적한다. TK 출신인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강석훈 경제수석은 최 의원과 미국 위스콘신대 출신 3인방으로 불린다.

대구 대륜고를 나온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과 구미 금호공고를 졸업한 최정호 국토교통부 제2차관, 경북 고령 출신의 서훈택 항공정책실장까지 최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만약 밀양이 최적지라는 결과가 발표된다면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당내에서는 밀양이 선정된다면 부산 지역 의원들이 탈당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네 번째 암초는 당 의사결정 배후설이다. 출마를 암시한 정병국 의원은 최근 T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의 어떤 의사결정 뒤에는 늘 최 의원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본인은 아니라고 부정하고 억울할지 모르지만 그것이 현실”이라며 “늘 (당 의사결정에) 친박계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모든 정황을 보면 그 손길이 스쳤다는 게 감지된다. 그래서는 계파 청산이 안 된다. 뒤로 숨어 있으면 안 된다. 정면으로 나와서 국민적 판단을 받아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쏘아붙였다.

의혹에 몸살

더불어 외곽에 있는 탈당파 의원들도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 의원은 복수의 총선 유세 현장에서 “탈당한 무소속 후보가 당선돼도 내가 있는 한 절대 입당이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세는 약해졌지만, 만약 비박계 의원들이 유승민 의원의 복당에 힘을 모은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신공항 문제에 공감하는 부산 지역 의원과 당원들의 힘까지 더해진다면 최 의원은 거센 파랑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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