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수> 더민주 ‘대통령 연설 비판서’ 공개

2016.06.17 16:10:58 호수 0호

국민들은 힘든데 치적만 자화자찬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제20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시정연설을 했다.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과연 박 대통령의 입을 통해 어떤 말들이 나오게 될 지 관심이 집중됐다. 당초 국회에 대한 질타가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박 대통령은 ‘협치’를 강조, 큰 맥락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야권 3당의 공통된 생각이다. 특히 제1야당에서는 박 대통령의 연설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정책현안보고서가 작성돼 눈길이 간다. <일요시사>는 지난 14일 입수한 해당 보고서를 집중 분석해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을 포함한 야권 3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총선 민의가 담겨져 있지 않다”고 총평했다. “국정의 동반자로서 국회를 존중한 진정성 있는 연설”이라는 새누리당의 평가와 대비된다. 이번 박 대통령 연설은 이전과 달랐다는 평가다.

“나라가 어디로…”

‘여소야대’를 의식했는지 앞서 연설들에 비해 톤-다운(tone-down)됐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야권의 공감을 얻지 못한 이유는 ‘잘못된 정책 기조 고수’ ‘해법 제시 결여’ ‘책임 전가’ 등의 모습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다.

더민주에서는 박 대통령의 연설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의 정책현안보고서(이하 보고서)를 지난 14일 배포했다. 이는 각 상임위에 있는 더민주 소속 전문위원 15명이 작성한 보고서의 묶음판이다.외교·통일·법사 등 총 15개 부분에 대해 전문위원들이 현황을 파악하고 검토의견을 달았다. 검토의견에는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중 문제로 지적할만한 부분에 대한 전문위원의 소견이 들어가 있다.


15개 중 전날 있었던 박 대통령 연설을 직접 겨냥한 내용은 10개 분야다. 해당 분야 전문위원들은 ▲이란·아프리카 순방 ▲북한 관계 ▲조선업 구조조정 ▲규제개혁 ▲창조경제혁신센터 ▲관광진흥법 등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연설 중 박 대통령은 이번 순방과 관련해 “(이란·아프리카는) 우리가 찾아야 할 미래”라고 말했다. 특히 아프리카 방문을 통해 “경제·안보 뿐 아니라 ‘개발협력’을 통한 신뢰를 형성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수출 증대와 경제 재도약의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란 게 박 대통령의 자평이다.

그러나 더민주 채규영 외교 수석전문위원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그는 검토의견을 통해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은 성과 부풀리기와 패션외교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이번 순방도 이에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순방 성과와 관련해 보도된 일부 내용에 대해 ‘보도되는 경제적 이익의 상당액이 부풀려져 있거나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채 위원은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 대해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들에 지원하는 ODA는 박근혜정부가 홍보하는 새마을 운동, 한식, 한류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리카인들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박 대통령은 대북 관계에 관해 “비핵화 없이는 대화를 비롯한 남북 관계 개선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더민주 김종수 통일 전문위원은 제재만이 ‘능사’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은 ‘북한의 핵개발이 남북관계에 장애이며 한반도와 동북아의 위협이라는 인식에는 공감하나 문제를 푸는 방법론에서 대화의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 권고와 6자회담을 강조한 유엔 결의안 2270호의 제49조, 제50조의 이행 필요성을 제기했다.

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해 “선제적으로 원칙에 입각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며 “기업과 채권단은 ‘사즉생’의 각오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복수의 전문위원들이 반박하고 나섰다. 더민주 차가진 금융전문위원은 ‘서별관 회의라는 비공식회의체를 통한 밀실행정으로 기업 구조조정에 관여한 정부·여당에 대한 의문과 책임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언급은 기승전-노동개혁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차 위원은 서별관 회의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의 해명과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산업·중소기업 부분 더민주 윤종석 수석전문위원은 ‘위기에 봉착한 조선 산업은 세계 조선 환경 변화에 안일하게 대응한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며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지역경제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는 보여주기 정책나열 미봉책이 아닌 정부의 적극적인 조선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이 요구된다’고 안을 제시했다.

10명 전문위원 내용 조목조목 반박
“고민의 흔적 전혀 안 보였다” 지적


더민주 정길채 노동 전문위원은 "박 대통령이 노동개혁으로 지칭하는 새누리당의 노동4법 등은 조선업 등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대책이 아닌 실업촉진과 비정규직 양산법에 불과하다"고 촌평했다.

박근혜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규제 개혁’에 대해 박 대통령은 “네거티브 규제원칙, 규제프리존 등 새로운 규제프레임이 반영된 ‘규제개혁특별법 제정안’과 ‘규제프리존 특별법안’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회가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정무 부분 더민주 김범모 수석전문위원은 박 대통령이 주장하는 규제개혁특별법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규제’는 나쁘다는 인식 하에 네거티브규제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규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 하고 중소기업의 활동 영역을 보장해주기도 하는 것’이라고 개별적 검토를 촉구했다.

기재 분야 더민주 박지웅 전문위원은 ‘규제 개혁 이전에 경제 성장의 한계의 원인을 분석하고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해야 하나, 이번 대통령 시정연설에서는 이런 고민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다’며 ‘마치 규제개혁이 우리 경제를 살리는 ‘마법의 반지’인 것처럼 말하는 박 대통령의 단순논법과 인식이 경제의 더 큰 걸림돌’이라고 꼬집었다.

이호경 해양 부문 전문위원은 ‘규제 완화 적용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함에도 모두 하나에 담아 처리하려는 박 대통령 문제인식은 매우 우려된다’고 전했다. 특히 규제프리존 특별법에 대해 ‘부산 지역 특례인 ‘마리나항만의 조성사업’ 규제 완화는 동종업종 말살과 지역 산업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 존재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의 성과를 추켜세웠다. 그는 “전국 17개 혁신센터는 지역의 먹거리를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서 창조경제와 지역경제 발전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민주의 방송정보통신 분야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요술부채인가’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해당 혁신센터들이 대통령 치적 홍보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초 지역과의 연계를 통해 운영하겠다는 안과 달리) 실제로는 대기업이 관리 운영하고, 인건비 등 운영비 대다수는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며 ‘결국 박 대통령의 치적을 보여주기 위해 전국에 17개 센터를 대기업을 압박하여 만든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 했다.

또한 박 대통령이 “(혁신센터 걸립으로) 신설 법인 수가 9만개를 돌파하였고, 벤처투자 규모도 2조원을 넘었다”고 한 발언에 대해 ‘근거 없는 갖다 붙이기식 수치’라고 비난했다. 즉 9만이라는 수치는 중소기업청이 모든 신설기업을 단순 합산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제2의 벤처·창업 붐이 조성되고 있다”는 박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산업·중소기업 분야의 윤종석 수석전문위원은 ‘제2의 벤처 붐에 대한 기대감 못지않게 그 이면에는 거품 우려도 있다’며 ‘문제는 양적 성장이 아니라 질적 성장이다. 정부의 벤처 활성화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로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여전한 책임전가

박 대통령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통과된 ‘관광진흥법’에 대해 “국민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더민주 김영훈 문화수석전문위원은 ‘학교 앞 관광호텔 개발을 할 수 있게 하는 해당 법안은 학생 위해(危害) 법안이며, 호텔 업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특혜법에 불과’하다며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말은 적절치 않다’고 소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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