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통계]사표 내고 싶은 충동, 언제?

2010.11.16 10:18:11 호수 0호

직장인 92%, "상사에게 사표 던지고 싶어"

‘상사가 대놓고 무시할 때’ 퇴사 충동 가장 심해
월급·대출이자 갚는 날 되면 사표 내려다가 참아


월급쟁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낀다. 실제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상사에게 사표를 던지고 싶은 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돼 눈길을 끌고 있다.

가뜩이나 많은 업무에 지쳐있을 때 상사랍시고 자신의 일을 나에게 몰아준다거나, 야근이나 주말출근 등을 강요할 때, 혹은 이런 일을 빌미로 불합리한 인사평가가 이뤄지면 퇴사 충동은 더욱 강해진다. ‘사표’와 관련된 직장인의 미묘한 감정에 대해 알아봤다.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상사에게 사표를 던지고 싶은 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일까지 직장인 272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2.5%가 상사에게 사표를 던지고 싶은 충동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죽일놈의 회사



상사에게 사표를 던지고 싶었던 순간으로는 ‘상사가 대놓고 무시할 때’가 40.4%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38.7%와 32.8%는 각각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업무를 많이 줄 때’와 ‘불합리한 업무를 지시할 때를 선택했다.
이 밖에 ‘야근, 주말출근 등을 강요할 때(25.3%)’ ‘지나친 업무 성과를 요구할 때(24.9%)’ ‘불합리한 인사평가를 할 때(16.9%)’ 등의 의견도 있었다.

IT업체에 근무하는 이모(29)씨는 매일 과중한 업무에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쳤다고 토로했다. 정시에 퇴근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라고. 전문 업종이긴 하지만 예전처럼 새로운 사람을 뽑는 것도 쉽지 않고, 과거 IT가 날렸을 때와 비교했을 때 연봉도 그리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일이 힘든 것은 참고 어떻게 해보겠지만 회사와 집의 거리가 멀어 이동시간까지 합하면 수면시간이 부족하다. 이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 이직을 고려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운수업에 종사하는 정모(28)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남들보다 빨리 사회에 나와 누구보다 회사에 헌신하고 열심히 노력한 정씨였지만 사장의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상황은 달라졌다. 사장의 아들이 출근하자마자 과장 자리를 꿰찬 것.

정씨는 “사회경험이 오래 되긴 했지만 나이가 어려 과장자리는 꿈도 꾸지 않았다. 내가 과장이 되지 못해 억울한 것이 아니라 경험도 없는 사람이 사장 아들이라는 이유로 출근과 동시에 과장이 됐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럴 때 정말 월급쟁이 신세인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져 사표를 던지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실제로 상사에게 사표를 던지고 퇴사한 경험이 있는 직장인은 얼마나 될까.
응답자의 42.2%는 사표를 내고 퇴사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80.8%는 사표를 내고 회사를 나온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사표를 던지고 싶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응답자는 총 1455명으로 이들 중 47.6%는 ‘재취업 준비가 돼 있지 않아서’를 이유로 꼽았다. 이어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다들 참고 회사를 다니는 것 같아서’라고 응답한 사람은 각각 10.2%로 동률 2위를 차지했고, 6.4%는 ‘회사의 다른 조건은 마음에 들어서’라고 대답했다.
기타 ‘용기가 없어서(6.1%)’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서(4.5%)’ 등의 의견도 있었다.

올해 초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이직한 최모(28·여)씨는 지금 생각해도 당시 퇴사 결정은 잘한 일이라고 자부했다.
최씨에 따르면 당시 최씨가 다니던 회사의 대표는 아주 거친 성격으로 여직원들에게는 덜 했지만 남직원들이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육두문자를 남발하고 물건을 던지는 등 인격적으로 수양이 덜 된 사람이었다.
직접적으로 피해를 당한 적은 없지만 적응할 수 없는 회사 분위기에 최씨는 결국 퇴사를 결심했고 회사 대표에게 직접 사직서를 제출하고 회사를 나왔다.

반면 용기가 없어 퇴사하지 못하는 사람도 물론 존재한다. 부산에 거주하는 서모(28)씨는 졸업과 함께 중소기업에 취직했지만 자신의 전공과 직업이 맞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일을 그만 둘 경우, 당장 입에 풀칠할 일이 걱정이라 그만두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1230명을 대상으로 ‘사표를 쓰고 싶다가도 참게 되는 순간’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 29.6%가 ‘월급날’을 꼽았다.
24.4%는 ‘처자식 등 가족이 생각날 때’ 참게 된다고 응답했고, ‘카드 명세서 받는 날’이라고 답한 사람은 13.3%를 차지했다.

몇 년째 사회적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청년실업, 취업률 저조 현상도 직장인들이 사표를 대하는 태도를 다르게 만들었다. 12.0%는 ‘고용한파 관련 뉴스 기사를 볼때’ 사표를 쓰고 싶어도 참게 된다고 말했고, 11.3%는 ‘주위 백수 친구들을 볼 때’라고 응답했다. 나머지 5.7%는 ‘대출이자 갚는 날’을 꼽았다.

너 때문에 참는다

결국 직장인들은 직장 스트레스가 희망으로 바뀌는 ‘월급날’ 사표를 내야겠다는 마음을 한 번 접고, 자신을 희망으로 여기는 가족들 때문에 또 한 번 마음을 접는 등 ‘희망’ 속에서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퇴사 충동을 느낄 때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묻자, ‘그냥 참는다’는 답변이 28.5%로 가장 많았고 ‘술을 마신다’ ‘담배를 피운다’는 의견은 각각 26.2%, 22.8%를 차지했다. 21.4%는 ‘동료와 수다를 떤다’고 응답했으며, 20.3%는 ‘카드 사용내역 등 경제적 문제를 생각한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사표 제출 문제를 주로 상의하는 사람으로 24.%는 ‘친구’를, 22.7%는 ‘가족’을 선택했고, ‘직장동료’ ‘혼자 고민’이라는 응답은 각각 18.5%, 17.7%로 나타났다. 기타 8.6%는 ‘애인’이라고 응답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