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도 있는데 강원랜드는 왜 가세요?”

2010.11.16 07:52:42 호수 0호

울 도심 속 불법 카지노 운영 실태 고발

 서강남 오피스텔에 카지노장 만들어 손님 몰이
억대 판돈 오가는 가운데 업주 약 14억 챙겨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억대 카지노 도박판을 벌인 일당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사행성 오락실 운영으로 돈을 모은 소규모 폭력조직이 서울 강남에 소재한 고급 오피스텔 등을 빌려 사설 카지노를 운영하다 경찰에 검거된 것. 이들은 강원도 정선에 위치한 강원랜드 등을 돌며 카지노 이용객을 조직적으로 모집해 왔으며, 카지노 이용자 중에는 가정주부와 고등학교 교사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8일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관광진흥법 위반 등)로 원모(35)씨와 최모(37)씨 등 6명을 구속하고 홍모(39)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상습 도박 혐의가 확인된 주부 서모(59·여)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적발된 나머지 도박꾼 29명과 범행을 도운 호객꾼(속칭 롤링업자), 도박장 딜러, 접대 직원 등 18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강남에서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원씨와 최씨는 서울 영등포 지역과 동대문 지역을 무대로 활동했던 소규모 폭력조직원으로 지난해 7~8월 사이에 서초동 소재 모 오피스텔과 고급 아파트에 사설 카지노를 개장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오피스텔 및 아파트 사용료 2~3개월분인 1000~2100만원을 미리 지급하고 이 곳에 바카라 게임 도박장을 개설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 ‘바카라’는 트럼프 카드게임의 일종으로 두 장의 카드 숫자를 더한 수의 끝자리가 9에 가까운 쪽이 이기는 게임이다.


도박은 강남에서

이들이 도심 한복판 오피스텔과 아파트를 도박장으로 선택한 것은 엘리베이터부터 시작해 출입문 등 보안 시스템이 강화되어 있기 때문에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좋은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안심하지 못한 이들은 아파트 주변에 일명 ‘문방’이라는 망보는 사람을 고용하고, 도박자금을 미리 입금한 손님만 지하철역에서 만나 지하주차장을 통해 입장시키는 등 치밀한 방식으로 영업을 해왔다.

또 원씨와 최씨는 문방은 물론 ‘롤링업자’를 고용해 손님들을 모집하는가 하면, 손님 식사를 담당하는 주방장과 함께 카지노 관련학과를 전공한 딜러를 고용하는 등 전문 도박장과 똑같이 운영했다.

고용된 롤링업자들은 정선 강원랜드까지 찾아가 도박 중독자들에게 “굳이 여기까지 와서 도박을 할 필요가 있느냐. 같은 조건에 무료 숙식 제공까지 가능한 사설 카지노가 서울 강남에 있다”면서 손님 몰이를 했다.

이들의 꼬임에 넘어가 서울 불법 카지노장을 찾은 손님들은 원씨 등에게 고액의 환전 수수료를 뜯기고 대부업체의 빚에 손대는 등 악순환을 되풀이 했다. 이런 방식으로 원씨와 최씨 등이 챙긴 금액은 14억8000여 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가 하면 이들은 ‘문방’이 항시 망을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급습할 것을 염려해 치밀한 대비책을 준비하기도 했다. 경찰이 급습하면 고용된 주방장이 재빨리 밥상을 차리고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식사하는 모습을 연출해 마치 친목모임인 것처럼 가장하도록 ‘모의훈련’까지 하는 치밀함을 보인 것.

또 이곳에서 딜러로 일한 20~30대 여성 4명은 카지노 관련학과를 전공한 대졸자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국내 합법 카지노만으로는 학과 졸업생을 모두 수용할 수 없다”면서 “취업을 못한 상태에서 허송세월을 보낼 수 없어 먹고 살기 위해 불법인 줄 알면서 일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불법 카지노장에서 적발된 도박자들은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가정주부가 대부분이었고, 자영업자, 보험설계사, 현직 고등학교 교사들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이들은 개인적으로 많게는 수억원의 도박 빚을 진 상습도박꾼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현직 고등학교 교사 A(48)씨는 이들을 적발·조사한 강력팀 B(31)형사의 중학교 담임선생님인 것으로 알려져 씁쓸함을 더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이유로 국외 도박장과 강원랜드 등 국내 합법 카지노를 드나들다 도박 중독에 빠졌고, 이번에 적발된 불법 카지노에서 바카라 도박으로 3억여 원을 탕진했다. 또 사채를 쓴 탓에 교사 월급을 웃도는 고액 이자에 시달려 명예퇴직을 고려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학교 담임선생님을 경찰서에서 맞닥뜨린 B 형사는 “엄했던 스승에게 차마 도박 혐의를 캐묻지 못할 것 같다”면서 담당형사 교체를 요구했고, A씨는 제자 앞에서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어 B 형사는 “스승을 이렇게 안 뵈었으면 참 좋았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에는 강남의 고급 오피스텔을 임대해 불법 ‘바다이야기’ 게임장을 운영해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와 관련 서울지방경찰청은 “서울 강남 일대 오피스텔촌이 도박과 성매매, 불법 의료 행위 등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집중 단속에 나서 일당을 붙잡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청은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고급 오피스텔을 임대해 불법 사행성 게임인 ‘바다이야기’를 수십대 설치해 운영해온 송모(28)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송씨는 같은 달 12일부터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80만원에 고급 오피스텔을 단기 임대해 게임장으로 꾸미고, 손님이 송씨에게 연락해오면 본인이나 종업원이 직접 손님을 데리러 나가거나 경비실에서 방문을 허가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단골손님만 상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10월25일 강남구 역삼동의 모 오피스텔에 차려놓은 오락실을 급습해 종업원 김모(23)씨를 검거하고 달아난 업주를 뒤쫓는 한편 ‘바다이야기’ 게임기 25대를 압수하기도 했다.

‘바다이야기’ ‘바카라 도박’에 이어 불법 도박 사이트가 판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 부산경찰청은 78억원대의 불법 스포츠토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도박 조직을 적발했다.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이날 홍콩과 중국 등 해외에 스포츠토토 도박 사이트를 개설하고 회원 2670명을 모집해 78억원 상당의 스포츠토토를 불법으로 발행한 혐의(도박 개장 등)로 황모(35)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전모(23)씨 등 종업원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오피스텔에 바다이야기?


경찰에 따르면 황씨 등은 지난해 12월 홍콩 4곳과 중국 2곳에 메인서버를 구축하고 불법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 6개를 개설한 뒤 120여 개의 국내 K리그와 농구,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등 스포츠 경기 승패에 따라 경기당 최고 5000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베팅하도록 하고, 경기 결과에 따라 2~5배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수법으로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을 벌여왔다.

스포츠토토는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2001년부터 (주)스포츠토토에서만 운영할 수 있으며, 이를 모방한 사설 또는 유사 게임은 모두 불법이지만 황씨 일당은 이 같은 도박 사이트를 최근까지 운영하면서 10억여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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