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앞두고 MB 지지율 53%
묻어뒀던 정치 이슈들 한꺼번에 폭발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중 최대 치적으로 기록될 사안과 맞닥뜨렸다. G20 정상회의다. 지난 11일과 12일 양일간 서울에서 열린 정상회의에 세계 주요 국가의 정상들이 모여들었다. 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의장을 맡아 회의의 중심에 섰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를 넘어섰고 정치권 안팎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안들도 숨을 죽였다. 하지만 G20 정상회의가 마무리되자 애써 막아뒀던 정치 이슈와 불만들이 폭발하는 등 거센 후폭풍이 불어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같은 치적이 생겼다. 지난 11일과 12일 서울에서 치러진 G20 정상회의다.
이제까지 이 대통령의 최대 치적은 ‘청계천’이었다. 대선에서 제2의 청계천으로 제시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국민들의 거센 반발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후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제2의 대운하’라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G20 정상회의 개최로 이제까지의 상황에 변화가 생겼다. G20 정상회의는 세계 주요 20개국이 세계 경제 문제를 다루는 최상위 포럼이다. 말 그대로 세계경제의 주요 이슈를 협의하는 ‘주된 논의의 장’이며 실천적인 행동 전략까지 논의되는 세계 경제의 핵심 논의기구다.
제2의 청계천 ‘떴다’
우리나라는 G20에 참여하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G7이 아닌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G20 개최국이 된 것. ‘위기를 넘어 다함께 성장’이란 주제로 이틀간 열린 회의에서는 환율갈등 문제와 세계경제의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해법 등이 논의됐다.
G20은 시작 전부터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상승시켰다. 국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로 이어진 것.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3일 실시한 정기여론조사 결과 ‘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52.9%가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매우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12.2%였으며 40.7%는 ‘대체로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이 대통령이 일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37.3%에 그쳤다.
이같이 높은 지지율은 올해 초 이 대통령이 직접 아랍에미리트 원전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한 뒤 얻은 51.9%를 넘어서는 것이다. 게다가 이 대통령 아랍에미리트 원전건설 프로젝트 수주 이후 천안함 사건, 지방선거 패배로 지난 6월 42.3%까지 지지율 하락을 경험했었다. 40% 후반에 등락을 계속하던 지지율이 단번에 취임 후 최고 수준으로 뛰어오른 것.
하지만 이제 잔치는 끝났다.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애써 숨을 참았던 정치 이슈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지난 1일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의를 통해 제기한 김윤옥 여사의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몸통’ 의혹과 민주당이 파상공세를 펴고 있는 총리실의 불법사찰 수사가 버티고 서 있다.
일본에 머물고 있는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G20 정상회의 이후로 귀국 일정을 잡으면서 천 회장에 대한 알선수재 혐의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천 회장과 관련한 수사에서는 천 회장의 개인 비리 뿐 아니라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로비 의혹에 대한 부분도 더해지게 됐다.
여기에 정·재계 수사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G20 정상회의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만큼 “국가 대사인 G20 정상회의까지는 수사를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이귀남 법무장관의 지시에 따라 수사를 자제해 왔을 뿐이다. 이는 곧 G20 정상회의 동안에는 소강상태에 들어갔던 C&그룹, 태광그룹, 한화그룹에 대한 수사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G20 정상회의 와중에 늘어난 의혹도 있다. 이 대통령의 큰형 상은씨가 대표이사인 자동차부품업체 ‘다스’가 한국수출입은행의 중소기업 육성사업 선정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수출입은행의 선정자료를 공개, 다스가 35개 업체를 뽑는 지난 9월 3차 ‘히든 챔피언’ 육성기업 선정에서 1·2차 심사를 통과한 43개 업체 중 43위였지만, 마지막 3차 심사에서 상위 점수 업체 8개의 선정이 보류돼 35개 업체 안에 들었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의 부인, 형님, 친구가 모조리 의혹의 사슬에 얽혀있는 형국이 된 것. 자칫 집권 3년차 친인척 권력형 게이트가 시작될 수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G20, 잔치는 끝났다
민주당도 ‘강한 일격’을 준비하고 있다. 예산심의를 통해 4대강 사업을 저지하고 대포폰으로 재점화된 불법사찰 부실 수사에 대해서는 국정조사와 특검을 추진할 것이라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 밖에도 한미FTA 재협상, 아랍에미리트 파병동의안, 개헌 등 굵직한 정치 이슈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정치권은 이같이 파급력이 큰 정치 이슈로 인해 국정운영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G20 정상회의의 ‘효과’가 커야 한다고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 후 눈에 띄는 경제적 효과를 거두는 등 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부분들이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부와 기업에서 G20 회의 결과로 무려 40조까지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는데, 이런 효과가 있으면 좋겠지만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며 잔뜩 들떠있는 여권에 찬물을 끼얹었다.
억지로 멈춰 섰던 정치권의 폭주기관차들도 입을 모은다. ‘G20, 잔치는 끝났다’고. 이제부터는 다시 ‘전쟁’이 이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