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탁의 정석투자> 인공지능(AI) 투자

2016.03.16 17:54:48 호수 1075호

최근 한국 사회의 화두는 단연 ‘이세돌과 알파고’이다. 초반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연거푸 불계패하자 바둑계는 물론 바둑을 전혀 모르는 일반인들도 충격에 빠졌다. 심지어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육체노동뿐만 아니라 두뇌를 쓰는 분야에서도 인간이 기계에게 밀리는 것에 대한 공포감 때문이리라.



이 9단이 3패 후 1승을 거두자 어느 경제신문의 일면 톱기사 제목은 “인간의 도전-아름다운 승리”였는데 이 9단이 초반에 불의의 일격을 당하게 되자 기계가 인간보다 원래 한 수위라고 인정하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다.

인간화된 기계가 인간을 완전히 제압하기 위해 인간의 장래 우두머리를 없애려고 시간을 초월하며 싸움을 벌이는 내용의 영화 <터미네이터>를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흥미롭게 감상한 필자로서는 그 영화 속의 ‘사이보그(Cyborg)’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인공지능(AI) 자체는 수십 년 된 연구분야지만 기계도 인간이 만든 것일진대 실제로 기계와 인간의 대표가 고도의 두뇌싸움을 하고 승패를 가르다니 새삼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럼 가뜩이나 일자리 경쟁으로 인간다운 삶을 사는 데 고충이 많은 인류에게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가 또 다른 막강한 경쟁자로 떠오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인가?

상용 초기 단계인 자율주행 자동차가 운전의 수고로움을 덜게 하면서 많은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듯이 또 하나의 유사한 분야가 투자자문 분야다. 주식 투자에 있어 수치적으로 계량화할 수 있는 요소에 근거해 매매하는 것을 퀀트(QUANT, 정량분석)투자라 하는데 이 퀀트 투자는 분명히 인공지능이 인간에 비해 우월할 수 있다.

만약 지금 가진 1억원의 여유자금을 일년간 투자해 최고의 수익을 내기 위해서 부동산, 채권 또는 주식 중 어느 상품이 적절한지는 인공지능이 정량적 분석에 기초해 최적의 투자처를 빠른 시간 안에 찾아 해답을 줄 수 있다.


기술혁신으로 사회, 경제 구조에 변혁을 일으킨 산업혁명이 또 다른 커다란 변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로봇이 고객에게 투자 자문을 하는 로보어드바이저(Robot+Advisor)가 점차 대세로 떠오르는 중이다. 골드만삭스도 이러한 업체를 인수해 인공지능 기반 자산운용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이 서비스는 인간처럼 감정에 치우치거나 개인의 실적 목표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데이터에 근거한 개인 맞춤 자산운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최근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된 ‘재테크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같이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상품을 투자자의 특성에 맞게 최적화해 알려 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인공지능 투자가 약한 부분이 있다. 바로 정성적인 분석이다.

어느 특정 종목의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재무제표와 그에 따른 PER 등 지표에 의한 정량 부분 외에도 주력 사업의 산업 동향, 경영자의 역량, 산업 내 경쟁자, 밸류체인 그리고 중요한 돌발상황을 적절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이들을 정량화해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성적인 부분을 잘못 정량화할 경우 바둑에서 엉뚱한 수로 인해 자멸하듯 치명적인 투자 실패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향후 투자자가 인공지능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역시 정량적인 부분과 인공지능이 약할 수 있는 정성적인 부분까지 고려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변신한 알파고가 바둑을 넘어 주식시장에 들어와 연전연승하면서 구글(Google)이나 인공지능 업체가 자산 시장을 평정해 버리면 어쩌나 하는 필자의 생각이 기우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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