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수심 성형 발바리 “지구를 떠나거라~”

2010.10.12 09:17:03 호수 0호

[화제의 판결]강도강간범 이례적 사형 판결 내막


1987년 강도강간죄로 15년 선고, 2001년 4월 가석방
가석방 2년도 되지 않아 다시 범죄 소굴로 뛰어들어


자녀가 보는 앞에서 부녀자를 성폭행하고 강도질을 한 강도강간범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선고됐다. 살인범이 아닌 강간범에게 사형이 선고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현재 사형이 확정된 사형수 59명 전원이 살인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점만 보더라도 법원의 이번 판결이 얼마나 이례적인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해당 강도강간범은 체포영장 발부 이후 방송 프로그램에 공개수배 되며 얼굴이 공개되자 몸을 불리고 성형수술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찰의 검거를 피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일요시사>는 양의 얼굴을 한 강도강간범의 ‘인면수심’ 범죄를 재구성했다.

4년간 전국을 돌며 자녀가 보는 앞에서 부녀자를 성폭행하고 강도질을 한 강도강간범에게 이례적으로 사형이 선고돼 눈길을 끈다.



한 번 강간범은
영원한 강간범인가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부(재판장 이범균 지원장)는 지난 7일 전국을 돌며 24차례에 걸쳐 부녀자를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특수강도강간 등)로 구속기소 된 피고인 허모(44)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또 수감생활 중 감형 등에 대비해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일반적으로 사형은 살인범에게 선고되는 것과 달리 강간범에게 사형이 선고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범행의 잔인성과 비열함, 피고인 허씨의 집요함과 치밀함에 있다.

사실 허씨가 저지른 범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허씨는 20여년 전인 지난 1987년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강도강간죄로 서울남부지원에서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상을 품고 꿈을 위해 매진해야 할 창창한 20대를 감옥에서 보낸 허씨는 2001년 4월 가석방됐지만 범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가석방된지 2년이 채 지나기도 전인 2002년 11월 경기도 평택의 가정집에 들어가 흉기로 부녀자를 협박해 강간하고 현금 27만원을 빼앗아 다시 범죄의 구렁텅이에 빠진 것. 이후 허씨는 전국을 돌며 2006년 1월까지 총 24차례에 걸쳐 강도강간 등을 저질렀다.

허씨의 범행 수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주로 이웃주민이나 수도검침을 사칭해 오후시간 혼자 혹은 어린 자녀와 함께 있는 부녀자만을 범행대상으로 노렸다. 곱상하고 순한 양 같은 얼굴도 범죄에 일조했다.2005년 11월2일 오후 1시께 허씨는 경기도 이천시 모 아파트로 향했다. 그날 역시 허씨는 “아래층에서 왔는데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샌다"며 김모(42·여)씨의 집을 방문했고, 김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문을 열여줬다. 순진하고 착한 얼굴을 한 허씨는 화장실을 둘러보는 척 하다가 갑자기 강도로 돌변했다. 미리 준비한 흉기를 들이대며 현금과 귀금속을 요구했고, 32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은 뒤 김씨를 성폭행하고 달아났다.

허씨는 매번 이 같은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특히 어린 자녀를 인질삼아 “말을 듣지 않으면 아이를 죽이겠다"고 협박한 뒤 자녀가 보는 앞에서 부녀자를 성폭행 하는 극악무도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허씨의 범행은 2005년 서서히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5년 가을 수원, 화성, 김포 등 경기도 일대에서 잇따라 5건의 강도강간 사건이 발생한 이유에서다.

도망자 신세
경찰 피하려 성형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경찰이 출동한 사건현장에서는 허씨의 지문은 물론 그의 범행을 밝힐 만한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5번째 사건 현장에서 허씨가 떨어뜨린 휴대전화가 발견됐고, 경찰은 용의자 검거에 박차를 가했다.

경찰은 우선 용의자가 다시 나타날 것에 대비해 허씨의 집앞에서 잠복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자신이 핸드폰을 현장에 떨어뜨린 사실을 알고 있었던 허씨는 사건 현장에서 도주하면서 자신의 차량과 열쇠를 후배에게 맡기고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차를 팔아 처분할 것을 부탁했다.

이 같은 정황상 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수사의 방향을 틀었다. 허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분석해 자주 통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시작한 것. 그가 자주 통화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노래방 도우미들이었다.

노래방 도우미들은 허씨의 범행 사실을 믿지 않으려 했다. 평소 친절하고 매너가 좋았던 허씨가 그런 짓을 할리 없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경찰은 허씨를 지명수배하고 전국 7개 경찰서에서도 허씨를 수배했다. 또 2007년 6월에는 KBS 모 공개수배 프로그램에 허씨의 사건이 소개되기도 했다.

방송을 본 허씨는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성형수술을 불사했다. 충북 청주시의 한 성형외과에서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제시한 뒤 쌍꺼플 수술을 받고, 양 볼과 이마 등 얼굴에는 보톡스를 맞았다. 보톡스 시술은 이후에도 수차례 반복됐으며, 얼굴을 바꾼 허씨는 수배 중에도 경기도 김포 등지에서 성폭행과 절도 등 6건의 범행을 저질렀다.

성형수술까지 불사하며 경찰의 단속망을 피해오던 허씨는 2009년 7월6일 충북 청원군에서 승용차를 몰고 가다 오토바이 운전자를 치고 도주하면서 꼬리가 밟혔다. 결국 허씨는 지난 4월 광주광역시 남구의 한 원룸에서 경찰에 검거·구속되면서 3년여 간의 도피 행각에 종지부를 찍었다. 검거 당시 허씨는 지명수배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성형수술은 물론 몸무게도 10킬로그램 가량을 늘리고, 파마까지 해 식별이 어려울 지경이었다고.

아랫집 남자인 척 접근 부녀자 성폭행 후 금품 훔쳐
자녀 살해 협박 후 보는 앞에서 성폭행하기도…‘충격’


경찰 조사 결과 허씨는 범행에 앞서 치밀한 사전 조사 과정을 거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허씨는 일부러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아파트를 선택했다. 또 부녀자의 집에 침입할 때도 천장 누수를 핑계 삼아 2~3차례 정도 방문해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동 시간에 남성의 출입이 없는지 확인했고, 허리와 발목에 항상 흉기를 소지하고 다녔다. 가석방 후 2002년 첫 범행을 시작으로 경찰을 피해 도주하면서도 범행을 멈추지 않았던 허씨는 결국 지난 7일 법정에서 법의 심판을 받았다.

이날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대부분은 결혼해 자녀를 낳아 가정을 이뤄 선량하게 살아가던 사람들로 자녀가 바로 옆에서 또는 집 안 다른 곳에서 울고 있을 때 피고에게 물건을 빼앗기고 성폭행을 당했다”면서 “그 순간 피해자가 겪었을 정신적인 충격과 공포는 가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 자녀들 역시 향후 사춘기를 거쳐 성인이 될 때까지 혹은 그 이후에 자신들의 가정에 닥친 불행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큰 고통을 겪을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다"면서 “피고는 사람이 갖는 최소한의 존엄성마저 박탈하고 사람이 마지막까지 의지처로 삼아야 할 가정을 파괴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가 저지른 범행은 우리 사회가 용납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극도로 잔인하고 비열한 것으로,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는 살인죄 등 사형이 허용되는 다른 범죄들보다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면서 “출소 후 단기간에 재범에 이른 점, 앞으로도 교화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점, 사회에 복귀하면 더 잔혹한 범죄를 저지를 소지가 충분한 점을 고려해 사형이라는 극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잔인하고 비열해
살인죄보다 가볍지 않아


현재 사형이 확정된 사형수는 총 59명으로 전원 살인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강도강간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것은 너무도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과거 사형이 실제로 집행되던 시절인 1992년 강도강간을 일삼은 ‘가정파괴범 2명에게 사형을 집행한 것을 비롯, 살인범이 아닌 강도강간범에게 사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최근 이 같은 판결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끈다. 결국 20대 청춘을 감옥에서 보낸 허씨는 남은 인생 모두를 감옥에서 보내는 불운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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