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고용 사상 최악 <긴급기획특집②> 학원가 취업과외 열풍

2010.09.07 09:30:00 호수 0호

‘삼성반’ ‘LG반’? 취업도 입시처럼…

최근 14년 동안 청년고용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청년 고용률이 1995년 46.4%에서 지난해 40.5%까지 하락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고용률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40.6%보다 낮아 1982년 통계작성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해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일요시사>는 청년고용 사상 최악 특집을 구성, ② ‘학원가 취업과외 열풍’에 대해 알아봤다.


대입 못지 않은 대기업 취업특강에 취업생 몰려
1:1 맞춤 과외부터 대기업 겨냥한 특강까지 생겨


요즘 대학가는 취업 전쟁터가 돼 버렸다. 취업이 워낙 어렵다 보니 취업 준비가 마치 대학 입시를 방불케 한다는 이유에서다. 시험기간, 방학기간 할 것 없이 대학 도서관의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자리 쟁탈전에 나선 학생들 때문에 일부 대학에서는 번호표를 배부하고 졸업생들의 출입을 통제할 정도다. 이와 같이 극심해지는 취업난으로 인해 ‘취업과외’까지 등장했다.
 
특히 대기업이나 금융권 취업을 원하는 취업준비생이 늘어나면서 이를 겨냥한 ‘삼성반’ ‘LG반’ ‘금융과외’까지 등장했다. 서울 사립대에 재학중인 박모(27)씨는 중국인 교환학생에게 1:1 회화수업을 받고 있다. 학원 수강료에 비교했을 때 두 배 정도 비싸지만 시간을 맞추기도 편하고, 단기간 실력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다.
 
박씨는 “학원도 다녀봤지만 실제 학원에 가면 막상 말할 기회가 없어 효과가 적기 때문에 1:1 과외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박씨처럼 1:1 개인과외를 원하는 대학생을 위해 취업 과외를 알선해주는 인터넷 카페도 늘고 있다. 취업과외는 외국어 공부나 공무원, 임용고시 시험대비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대기업과 금융권으로 취업하기를 원하는 취업 준비생이 늘어나면서 대기업과 금융권 취업을 위한 학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취업도 입시처럼…



실제 해마다 삼성그룹 상·하반기 공채모집이 시작되는 3·9월이 되면 학원가는 이른바 ‘삼성고시’ 특수를 맞는다. 삼성그룹의 직무적성시험인 ‘SSAT’ 뿐 아니라 공채전형 과정 중 하나인 프리젠테이션, 면접요령 등을 지도하는 학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다. 최근에는 전문 교육업체나 사이트의 취업강좌에도 취업 준비생들이 몰리면서 ‘삼성반’ ‘LG반’처럼 희망하는 대기업별로 특성화한 맞춤형 강좌도 생겨났다.

그런가 하면 경영·경제학 전공자들에게 높은 연봉으로 인기가 많은 금융권이 꿈의 직장으로 불리면서 금융권 취업 희망자들은 투자상담사· 선물거래 상담사·자산관리사 등 3개의 자격증을 ‘금융권 입사 3종세트’라고 부른다. 애초에는 금융권의 현직 종사자들이 전문성 강화를 위해 따던 자격증이었지만 이제는 금융권 취업 희망자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조건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기자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모 금융전문 학원에 찾아가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학원 관계자는 “학원 내부 규정상 인터뷰에 응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학원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원생을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인천대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김모(25)씨는 “경영·경제 전공 학생들에게 금융권 취업은 최고로 꼽힌다. 때문에 방학마다 ‘3종세트’ 자격증을 따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는 대학생들로 학원은 북새통을 이룬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나도 많이 망설였지만 남보다 뒤쳐질 수 없다는 생각에 수강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씨는 끝내 수강료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로 일관했고 대신 “외국계 금융회사 취업에 필요한 과목의 1:1과외 수업료는 수십에서 수백만원에 이른다”고 귀띔했다. 한편, 지방 국립대를 졸업하고 서울 노량진에서 임용고시 전문학원에 다니고 있는 강모(27)씨는 “무조건 공부만 한다고 시험에 붙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지방대학 학생들은 학교나 그룹 위주로 정보 공유를 하지만 그마저도 서울 학생들에 비하면 부족하다”면서 “개개인이 달라진 시험의 동향을 일일이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공신력 있는 학원에 다니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실제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61.5%는 취업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코리아는 지난 6월, 국내 4년제 대학에 재(휴)학 중인 2, 3, 4학년 대학생 812명을 대상으로 ‘취업사교육 현황과 비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현재 취업을 위해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61.5%(499명)에 달했다. 이는 2년 전 동일 조사결과(52.9%)보다 8.6%P 증가한 수치다. 취업 사교육을 받는다고 응답한 학생은 남학생(67.6%)이 여학생(55.9%)보다 다소 높았고, 학년별로는 4학년 68.4%, 3학년 53.0%, 2학년 50.9% 순으로 조사돼 학년이 올라갈수록 취업 사교육을 받는 비중이 높았다.

취업 사교육을 받지 않는다고 응답한 학생은 38.5%(313명)인 것으로 조사됐지만 이들 중 ‘취업 사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은 17.9%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높은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 때문에’ 사교육을 받지 않는다는 응답이 56.5%로 높게 나타나 취업 사교육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여건 때문에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 사교육을 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물론 ‘취업 스펙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67.7%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진학(19.6%)이나 편입(8.4%)을 위해 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응답도 있었다. 취업 사교육 분야로는 ‘영어말하기’가 49.7%로 가장 높았고, 전공분야 자격증(42.5%), 영어문법(41.7%), 컴퓨터 활용 자격증(41.5%) 순으로 이어졌다.

그런가 하면 현재 취업 사교육을 받는 대학생들은 올해 한 해 동안 지출할 취업 사교육 비용이 연평균 265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2008년 연평균 193만원과 비교했을 때 37.3%로 크게 증가한 수준이다.

대학생 61.5% “취업과외 받아”

사교육비 역시 학년이 올라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전공계열별로는 인문계열 학생들이 연평균 286만원의 사교육비를 지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사회과학계열과 이공계열이 262만원으로 동일했고, 경상계열은 219만원으로 조사됐다. 한편, 현재 한 달 동안 취업 사교육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한 명당 평균 23만원으로 조사됐으며, 금액대별로는 약 30만원을 지출하는 응답자가 19.8%로 가장 많았고, 이어 약 10만원(17.6%), 약 20만원(15.6%) 순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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