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고용 사상 최악 <긴급기획특집①> 인터넷 달구는 황당 면접기

2010.09.07 09:30:00 호수 0호

“백수 100년 해도 너희 회사는 안가”


최근 14년 동안 청년고용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청년 고용률이 1995년 46.4%에서 지난해 40.5%까지 하락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고용률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40.6%보다 낮아 1982년 통계작성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해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일요시사>는 청년고용 사상 최악 특집을 구성, ① ‘인터넷을 달구는 황당 면접기’에 대해 알아봤다.


일부 중소기업 뻔뻔한 면접 태도 도마 위
담배 피우며 반말, 조롱·비하하기도 해


청년고용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는 가운데 취업면접에서 ‘외모차별’과 ‘반말’ ‘조롱’ 등으로 가슴에 비수를 맞고 돌아오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다. 대학 4년생 A(22·여)씨는 최근 황당하고 불쾌한 면접을 치렀다. 체대를 다니던 A씨는 2년간 헬스 트레이너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병원에서 운동처방사를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면접을 보기 위해 병원으로 향했다.

처음으로 원무과장이라는 사람이 A씨를 맞았고, 그는 운동처방사는 구하지 않고 고주파실 직원을 뽑는다고 말을 바꿨다. A씨는 황당했지만 고주파실도 나중에 운동처방을 할때 도움이 될까 싶어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황당면접 천태만상



이력서를 찬찬히 살펴보던 원무과장은 취미와 특기를 물었고, A씨는 체대생답게 등산과 볼링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이때부터 원무과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변했다. “나는 볼링 에버리지가 60정도 나오는데 우리 술 내기로 볼링이나 치러 가자”고 말한 것. 당황한 A씨가 어색한 미소를 보이자 원무과장은 한술 더 떴다. 그는 “만약 여기 면접에 통과하지 못해도 전화할테니 나중에 둘이서 볼링치고 술이나 한잔 하자”는 망언을 쏟아냈다.

대학 1년을 마치고 휴학중인 B(20·여)씨는 면접관에게 더욱 집요한 작업을 받았다. B씨는 면접 당시를 생각하면 변태같이 능글거리던 면접관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아직도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취업을 위해 이곳저곳 이력서를 넣어둔 B씨에게 이름을 대면 알 만한 대기업에서 면접 연락이 온 것은 지난 3월이었다. B씨는 면접날에 맞춰 기분 좋게 화장을 하고 정장을 갖춰입고 면접장으로 향했다.

면접관으로 나온 C과장은 B씨를 보더니 대뜸 “이력서가 웃겨서 뽑았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이런 이력서를 넣을 수 있냐는 비웃음이 섞인 말투였다. 이어 C과장은 “B씨는 대기업에 올 실력은 전혀 안되는데 얼굴이 맘에 들어서 뽑았다”고 덧붙였다. 하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으니 못생긴 고학력자보다 예쁜 얼굴을 뽑는 게 좋다는 설명이다.

그러더니 급기아 C과장은 B씨에게 남자친구가 있느냐고 물었고, “있다”는 B씨의 대답에 급실망하면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없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다그쳤다. 황당한 면접을 마친 B씨는 찝찝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갔지만 C과장의 집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면접을 본 다음날 아침 C과장은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 너 때문에 속상해서 한잔 했다”는 이상한 말을 던졌다.

회사에 들어오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집에 가서 자기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 대충 마무리짓고 전화를 끊었지만 C과장은 이후에도 계속 전화를 걸어 술 한잔 같이 할 것을 권했고, C과장의 무서운 집착은 그 이후 한 달 간 지속됐다. 그런가 하면 대학생 D(27)씨도 최근 한 중소기업 면접 자리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서울지역 4년제 대학 졸업반인 D씨는 당초 대기업이 목표였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자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렸다.

비교적 탄탄하다고 소문난 기업에 면접을 보러간 D씨는 면접관이 자신에게 반말을 쓰며 담배를 피우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회사 임원으로 보이는 면접관은 시종일관 반말로 면접을 진행했고, D씨의 이력서를 훑어보더니 “외국에서 살다 왔는데 토익이 920점이야? 외화 낭비한 거 아냐?”라고 말했다. 이어 담배를 뻐끔거리는 채로 “D씨 스펙이 안 되니까 알아주는 대기업 못 간 거 아냐”라고 비아냥거렸다.

분한 마음이 든 D씨는 “회사내에서 흡연이 가능한가요?”라고 되물었고, 면접관은 천연덕스럽게 “원래 안 되는데 나는 사장이니까 피우는 거야”라고 답했다.
이밖에도 면접을 보는 내내 “중국인처럼 생겼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면접관에 빈정이 상한 구직자와, 모든 전형에 합격했지만 면접을 보는 자리에서 부모님의 이혼사실을 밝히자 돌연 합격을 취소당한 구직자들도 존재했다.

이런 ‘황당면접기’는 취업카페나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에 회자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구직자들이 기업 면접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가 악화되고 있다. 특히 일부 중소기업에서 황당 면접이 자주 발생하자, 대기업 선호인식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황당면접기를 접한 20대 중반 취업자들은 대부분 “이러니까 중소기업이지” “별 그지 같은 회사들 많네” “이러니까 누가 중소기업 가고 싶겠어요?” 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위와 같은 사례는 실제로 면접장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올 들어 면접시험을 본 구직자 10명 중 7명 이상은 위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면접관의 태도에 불쾌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취업포털업체 잡코리아는 올 들어 면접 경험이 있는 남녀 구직자 8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지난 1일 발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74.8%는 ‘면접관의 태도로 불쾌했던 적이 있다”고 답했고, 여성 구직자(78.1%)가 남성 구직자(71.7%)에 비해 불쾌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불쾌감을 주는 면접관의 태도로는 ‘무시하는 듯한 어투’가 47.7%로 가장 많았고, ‘면접장에서 이력서를 처음 검토하는 듯한 자세’가 23.3%로 그 뒤를 이었다. 이 밖에 반말(10.4%), 답변 중 다른 질문(9.8%), 흡연(4.5%) 등도 불쾌감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75% “면접관 태도 불쾌”

불쾌한 질문의 유형으로는 학벌·출신학교가 35.5%를 차지했고, 외모·신체사항은 15.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친구나 결혼여부라고 답한 구직자는 13.2%로 조사됐으며 부모직업 등 가족 관련 질문에 불쾌감을 느끼는 구직자는 12.8%였다. 기타 상세한 개인신상(7.1%), 주거형태(6.6%), 종교·개인취향(3.1%)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기업들의 압박면접이 강화되면서 구직자들 사이에서 이색 스터디그룹도 속속 생겼다. 일명 ‘모욕 스터디’로 불리는 이색 스터디그룹은 참가자끼리 서로 말 실수나 약점을 꼬집어내 모욕을 주는 학습 모임이다. 면접에 대비해 말실수나 신체적 약점을 집요하게 꼬집어 모욕감을 느낄 정도의 공격적인 질문으로 면접생의 ‘내성’을 키우기 위해 구성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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