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1200만원’ 빈부격차 심각한 산후조리원 실태

2010.08.24 10:43:17 호수 0호

초특급 럭셔리 ‘몸풀이’ VS 남편들 눈치만 ‘실~실’


최근 여성의 평균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출산 연령도 같이 높아짐에 따라 출산 이후 몸 회복이 더딜 것을 우려, 산후조리원을 찾는 산모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와 관련 최근 보건복지부가 전국 418개 산후조리원을 대상으로 소비자 가격을 조사해 발표, 눈길을 끌고 있다.

조사 결과, 2주간의 산후조리원 이용료가 가장 저렴한 곳은 64만원인 것으로 나타났고, 가장 비싼 곳은 12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1200만원 ‘초특급 럭셔리 몸풀이’ 소식에 산후조리원까지 빈부격차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주 이용에 최저 64만원서 최고 1200만원까지 ‘허걱’
저렴한 산후조리원 찾아 출산 후 지방 원정 가기도


오는 10월 아내의 출산을 앞둔 오모(37)씨는 최근 고민이 생겼다. 셋째 아이를 낳는 아내가 지금껏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산후풍을 앓는 등 건강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마지막 아이를 낳은 후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면 어느 정도 치유가 가능하다는 지인들의 말에 산후조리원을 알아보고 있지만 2주에 300만원을 육박하는 이용료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

최저 62만원→최고 1200만원

보건복지부의 전국 산후조리원 가격을 조사한 결과 2주간 이용 비용이 가장 싼 곳은 62만원(전북 정읍 소재), 가장 비싼 곳은 1200만원(서을 강남구 소재)으로 19배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번 산후조리원 가격 실태조사를 위해 전국 418곳의 산후조리원의 가격 정보를 수집했고, 그 결과 2005년 294곳에 불과하던 산후조리원이 3년만에 42.2% 증가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특히, 산후조리원은 경기도(130곳)와 서울(99곳) 등 수도권에 50%이상 밀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세히 살펴보면 일반실의 경우 최저 가격은 62만원으로 조사됐고, 최고 가격은 550만원으로 8.6배의 격차를 보였으며 일반실 평균 가격은 172만원으로 집계됐다. 특실의 경우 최고 가격은 1200만원을 기록했고, 80만원의 최저 가격보다 15배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실 이용료의 전체 평균은 211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평균 이용료를 살펴보면 일반실의 경우 서울이 212만원으로 가장 비쌌고, 충남(190만원), 경기(179만원), 대전(166만원), 울산(160만원), 부산(156만원)순으로 집계됐다. 특실 역시 서울 지역 산후조리원의 평균 이용료가 266만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어 경기 지역이 215만원으로 나타났고, 충남과 충북이 각각 200만원, 195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그런가 하면 현재 산후조리원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산모 모시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프로그램의 종류에 따라 요금은 천차만별로 차이가 난다. 산후조리원에서 제공되는 프로그램은 평균 6.9종으로 산모체형관리(83.4%), 마사지(82.6%), 피부관리(72.1%), 신생아관리(71.1%) 순으로 나타났다. 여러 종류의 프로그램은 산모가 산후조리원을 선택하는데 가장 중요한 이유로 작용한다.

실제 산후조리원을 선택한 이유로 ‘시설 및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어서’라고 응답한 산모가 42.4%로 가장 많았고, 39%는 ‘집과 가까워서’라고 답했으며, 33.1%는 ‘주변사람의 추천’을 선택했다. 비교적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산모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산모 2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만족한다’고 대답한 사람이 58.5%에 이른 것.

이들 중 74.6%는 산후조리원 제공 식사에 만족했다고 답했고, 신생아 관리에 만족한다고 대답한 사람은 62%로 조사됐다. 또 56.6%는 ‘이용요금에 만족했다’고 대답했다. 올해 2월, 건강한 여자 아이를 출산한 유모(29·여)씨는 당시 친정어머니 건강이 좋지 않아 2주 200만원을 들여 산후조리원을 이용했다. 유씨는 “가격 부담이 없지는 않았지만 체계적으로 관리를 받을 수 있고, 식사부터 간식까지 알아서 챙겨주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면서 “신생아실이 따로 있어서 아기를 돌봐주기도 했지만 산모가 원하면 방에서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산모들이 함께 모여 있어 육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면서 “서울, 경기 지방의 경우 산후조리원 이용 금액이 너무 비싸 출산 후 지방 산후조리원으로 요양을 오는 산모도 종종 있었다”고 덧붙였다. 천차만별인 산후조리원 가격이 공개되면서 2주 이용에 1200만원의 비용이 드는 럭셔리 초호화 산후조리원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빈부격차’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지만 ‘도대체 어떤 곳일까’라는 호기심을 벗어나긴 힘들다. 복지부가 2주 이용금액이 1200만원이라고 지목한 서울 강남구 모 산후조리원은 스파시설과 연계된 산모관리프로그램에 체계적인 의료시스템이 갖춰진 것으로 유명하다. 대다수 산후조리원이 간호사 위주로 운영되는 것과는 달리 상주하는 산부인과 의사를 포함해 소아과와 피부과, 정신과, 치과, 한방과 등 6개 진료과 전문의들이 산모와 신생아를 관리한다.

한 신생아실에서 관리하는 신생아수가 적다는 점도 차별요소다. 일반적인 산후조리원에서는 한 신생아실에서 평균 20~30명의 아기들을 함께 돌보지만 해당 산후조리원은 한 신생아실에서 돌보는 신생아를 5~6명으로 한정해 감염율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모든 산모가 1200만원을 지불하는 것은 아니다. 워낙 ‘천만원 산후조리원’으로 유명해 일반 산모들은 지레 겁을 먹고 상담조차 꺼리지만 추가되는 프로그램에 따라 400만원부터 다양한 가격대로 나뉘어져 있다. 1200만원의 특실은 1개뿐이고 한 달에 1명의 예약만 받는다고. 



1200만원 조리원 살펴보니

이와 관련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아이를 낳은 뒤 적절한 운동과 올바른 영양섭취가 중요하긴 하지만 불필요한 추가 프로그램까지 모두 적용받을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산책을 자주하고 몸을 꾸준히 움직여주면 산후 부기를 빼는데 어려움이 없고, 좌욕과 함께 가족의 도움을 받아 정신적인 편안함을 유지하면 집에서도 산후조리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산후조리원 가격실태조사에 나선 복지부 관계자 역시 “신생아를 한 곳에 놓고 관리할 경우 아기끼리 서로 교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가정 산후조리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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