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준 분명한데 룸살롱이 비영리기관?

2010.08.10 09:30:36 호수 0호

관리체계 구멍 뚫린 or 도메인

비영리 기관 및 개인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된 ‘or 도메인’이 유해성 사이트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김을동 의원은 지난 7월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내고 도메인 체계를 관리해야 하는 당국이 손을 놓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실제 룸살롱 등의 유흥업소 가운데 ‘or 도메인’을 사용하는 업소가 다수 확인돼 구멍 뚫린 관리 체계를 실감케 했다.

‘or 도메인’, 비영리 기관·개인만 사용하도록 규정
룸살롱 등 유흥업소 버젓이 사용해도 방통위 나몰라라


도메인이란 숫자로 표시된 컴퓨터주소(IP주소)를 이용자가 사용하기 쉽도록 문자로 변환해 표시한 것으로, 문자로 된 도메인은 실제로 사람이 인식하는 주소이고, IP주소는 그 도메인이 설치된 컴퓨터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면 된다.
도메인 가운데 ‘kr 도메인’은 대한민국을 의미하는 영문약자 kr로 표기되는 국가코드최상위도메인으로 kr 도메인에 대한 등록관리 업무는 현재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수행하고 있다.



‘도메인’ 제대로 알기

kr 도메인은 최상위도메인을 의미하는 kr(1단계)과 도메인의 종류를 구분하는 공공도메인(2단계), 신청인이 정하는 이름(3단계) 등 3단 체계로 등록된다.
이 중 2단계 공공도메인의 종류로는 co, re, ne, or, go, mil, pe, 지역도메인, 교육기관 도메인 등이 있다.

각각 도메인의 해당영역을 살펴보면 co는 영리, ne는 네트워크, or은 비영리, re는 연구 법인 또는 개인에게 등록자격이 부여되고, go는 정부기관, mil은 국방조직, pe은 개인에게만 등록자격이 주어진다.

한나라당 김을동 의원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 중 ‘or 도메인’으로 김 의원은 “비영리 법인이나 개인에게 등록자격이 부여된 ‘or 도메인’이 유해성 사이트에 악용되고 있는데도 도메인 체계를 관리해야 하는 당국이 손을 놓고 있다”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실제 룸살롱 등의 일부 유흥업소들은 인터넷 주소인 도메인에 ‘or 도메인’이 표기된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음란성 이미지를 광고하는 등 유해사이트에 ‘or 도메인’이 다수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례로, 유명축구선구의 이름을 딴 ‘jisung.or.kr’에 접속하면 유흥업소 사이트가 나타나고 해당 사이트에는 반라 여성들의 사진 및 동영상이 뜨면서 업소를 홍보하는 낯 뜨거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인터넷 주소자원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도메인 이름 관리준칙’에 의하면 국내 도메인 분류상 ‘or 도메인’은 ‘비영리 법인 또는 개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분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메인 체계를 관리해야 하는 감독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와 산하주무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은 아예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국내 도메인 관리기관인 방통위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은 “도메인은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도메인이름관리준칙에 따라 등록조건 및 기준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며, 개인도 or 도메인을 등록해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이 or 도메인을 등록해 사용하는 것은 현행 규정상 문제가 없으며, 해외사례에서도 개인의 or 또는 org 도메인 사용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이 같은 답변에 김 의원은 즉시 반박했다. 이는 ‘비영리’에만 국한돼 있는 도메인 등록자격에 부합되지 않는 것으로 ‘도메인이름관리준칙’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엉뚱한 답변으로 관리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룸살롱 등 유흥업소가 비영리기관으로 둔갑해 유해 환경을 조장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범람해도 이를 제지해야 할 방통위가 오히려 법률준칙을 위반하며 ‘문제없다’는 식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허위답변에 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누구나 or 도메인을 사용할 수 있다면 도메인 분류 기준은 왜 만들어놓은 것이냐”고 반문하며 “이 밖에도 분류원칙에 어긋나게 사용되고 있는 도메인이 많을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일제점검을 통해 즉각적인 조치가 내려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룸살롱이 비영리 기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김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필요시 개인이 or 도메인을 청소년유해매체 사이트에 사용하는 점에 대해 산업계, 학계, 법조계 등 관련 전문가와 의견을 수렴해 대응방안 마련을 검토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010년 6월 말 전체 kr 도메인 수는 108만6439개로 집계됐으며 이 중 or 도메인 수는 4만5015개에 이르고, 매달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사이트를 개설하는 네티즌들은 당초 ‘or’이 비영리 기관을 뜻한다는 점에 있어 ‘or 도메인’ 사용을 기피했었다. 특히 쇼핑몰이나 업체 등의 홈페이지를 만들 때는 ‘or’에서 오는 중압감에 네티즌들의 클릭수가 적을 것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co 도메인’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or 도메인’을 사용하는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유독 or 도메인만 ‘비영리’라는 해당영역에 상관없이 통상적으로 개인 도메인 등록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김 의원의 주장대로 ‘도메인이름관리준칙’에 따른 일제점검을 실시한다면 해당영역과 등록기준에 따른 도메인 교통정리에 상당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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