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시한폭탄’ 불법 도급택시의 비밀

2010.08.10 09:30:00 호수 0호

도급택시의 은밀한 유혹 “전과자도 달린다”


최근 불법 도급택시 운영업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브로커에게 영업권을 양도해 택시를 불법으로 운영한 모 택시회사 대표 등 8명과 브로커 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도급기사 196명을 적발한 것.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번에 적발된 도급기사 196명 가운데 상당수는 교통사고 이력과 폭력, 도박 등의 전과가 있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한 도급기사는 만취 여성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전과를 가지고 있었다. 승객의 안전을 보장해야할 택시기사가 언제 범죄자로 돌변할지 모를 노릇이다.


사납금 한 번에 내고 기간제 도급택시 몰아
자격요건 따로 없어 범죄자도 운전대 잡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30일, 브로커에게 택시 영업권을 양도해 택시를 불법으로 운영한 모 택시회사 대표 오모(65)씨 등 8명과 브로커 유모(53)씨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오씨 등은 지난 2004년 10월부터 지난 6월까지 서울에서 택시회사 4곳을 운영하면서 브로커들에게 택시 97대를 임대해주고 그 대가로 임대료를 받아 챙겼다.

도급택시 무더기 적발



브로커들은 기사에게 매일 10여만원씩 걷은 뒤, 도급 대가로 업체 측에 택시 1대당 매월 23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임대료를 지급했다. 일부 도급 기사들은 하루 수입을 직접 업체 측에 입금해 계약금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 같은 도급택시가 성행하는 이유에 대해 경찰은 “택시기사의 자격 요건이 강화됨에 따라 택시업계에서 자격을 갖춘 기사들을 고용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살인과 성폭행 등의 범죄를 저지르면 형 집행 후 2년 간 택시기사 취업에 제한을 받게 되고, 택시업체는 이 같은 부적격 기사를 고용했다가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브로커를 통한 도급방식을 택하게 된다는 것. 실제 이번에 적발된 도급 기사 196명 가운데 상당수는 교통사고 이력과 폭력, 도박 등의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줬다.

특히 한 도급 기사는 10년 전 영업용 택시를 운전하다 만취한 여성을 성폭행하고 금품까지 빼앗은 전과가 드러나기도 했다. 해당 업체들이 기사들의 이력이나 전과 확인과정을 거치지 않고 마구잡이로 기사를 끌어다 쓰는 바람에 전과자와 장애인, 몸이 불편한 70대 노인 등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은 모두 형 집행이 종료돼 택시기사 부적격자는 아니었지만, 전과자 또는 신용불량자라는 이유로 택시업계에서 외면당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도급 기사는 별다른 제한 없이 채용이 가능하다”면서 “과거 도급 기사가 여성 승객들을 납치하거나 강간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도급 택시에 대한 단속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급 택시의 또 다른 문제점은 각종 택시 범죄를 부추기고 차량 사고를 늘릴 개연성이 크다는 데 있다. 일정한 월급 없이 일한 만큼 돈을 가져가는 도급 기사들이 승객의 안전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다는 것.

실제 이번에 적발된 도급 택시 운전자는 “신호 위반은 기본이고 승차 거부도 하고, 불법적으로 중앙선에서 유턴을 하기도 한다”면서 “기본적으로 위반을 해야 한 사람이라도 더 태울 수 있다”고 말했다. 도급택시의 비밀을 모르는 일반인들의 경우, 대부분 업종의 고용사정이 좋지 않은 반면 택시업계만은 예외로 보일지도 모른다. 1년 365일 채용공고를 내고 택시 면허대수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태로 회사 경영상태가 나빠지고, 택시노동자의 노동조건은 점점 악화된다. 때문에 구직자들은 점점 택시 업계를 외면할 수밖에 없고, 도급제와 같은 비정상적인 인력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도급 기사의 경우, 이력서는커녕 면접 절차도 거치지 않고 택시운전자격증도 따로 확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영업용 택시를 몰고 싶은 희망자들은 필히 택시운전자격증을 보유해야 하고, 이 자격증을 따는 순간부터 도급택시의 유혹이 시작된다.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 1층, 택시운전자격시험 합격자 발표가 나자마자 로비는 수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서울시내 100여 개 택시회사에서 파견나온 채용담당자들이 뒤엉켜 지나가는 수험생들을 붙잡고 스카우트 제의를 하는 이유에서다.

바로 이 과정에서 불법 도급택시의 유혹이 시작된다. 각 택시 업체의 채용담당자들은 택시운전자격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운을 떼기 시작한다. 택시운전을 처음 할 때는 대부분 아르바이트로 일한다는 것이 도급택시 브로커들의 주요 멘트다. 처음부터 사납금 10만원을 채우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매일 일하지 않고 자신이 원할 때만 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르바이트의 경우 하루 12시간 일하고 사납금은 3만8천원만 넣으면 된다. 차량연료비는 기사가 부담해야 하지만 다른 직장에 다니면서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일하는 사람들도 꽤 된다고. 바로 이 아르바이트가 도급택시의 또 다른 모습이다. 도급은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에서 금지한 명백한 불법행위다. 특히 도급택시는 사업주와 택시기사 간에 고용관계를 맺지 않기 때문에 고용이 불안정하다.

또 도급택시는 불법이기 때문에 계약이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택시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은 기사 외에는 도급택시 운영사실을 알기 힘들다. 택시업체 관리자들이 차고지 밖에서 도급택시 기사를 만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밖에서 만나 차량을 건네주고 사납금을 받는다. 한 달치 사납금을 먼저 납부하고 월 단위로 택시를 운영하는 도급 기사들도 있다.

유혹의 손길 뻗는 도급택시

한편, 택시회사와 정식 고용관계를 맺은 일부 기사들도 도급 기사로 나서기도 한다. 반나절은 회사 직원으로 택시를 몰고, 반나절은 회사와 관련이 없는 ‘자영업자’로 투잡을 한다는 것. 반나절 대여에 해당하는 금액을 내고 차를 빌려 운행하는 사실상 도급 기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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