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의 집’ 여성전용 사우나 훔쳐보기

2010.07.27 09:28:44 호수 0호

남편 출근 후 고고씽…“도대체 무슨 일이?”

여성전용 미용실·여성전용 헬스장·여성전용 고시텔. 고개를 돌려보면 여기저기 ‘여성전용’이 자리 잡지 않은 곳이 없다. 그 중에서도 많은 남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소는 ‘여성전용 사우나’가 아닐까 싶다. 목욕탕은 어차피 남탕과 여탕이 나뉘어 있고, 찜질방은 남녀혼용인 경우가 많다. 편의상 남성전용 사우나 혹은 찜질방은 종종 눈에 띄지만 여성전용 사우나는 그 숫자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지난 2006년 남성 도우미가 여성 고객을 알몸으로 전신 안마하고, 성매매까지 이뤄졌던 ‘여성전용 증기탕’ 사건으로 인해 남성들이 ‘여성전용 사우나’에 갖는 호기심은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금남의 집’ 여성전용 사우나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2006년 적발된 ‘여성전용 증기탕’은 변태 퇴폐영업소로 유명했다. 여성 고객을 상대로 20대 건장한 꽃미남 남성들이 온몸을 씻겨주고, 애무와 함께 성매매까지 이루어졌다. 단속 이후 사그라질 것으로 예상됐던 여성전용 증기탕은 지금까지 그 존재 여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유흥가 일각에서는 지금도 존재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또 다른 일각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 애초에 오래갈 수 없는 아이템(?)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주택가 골목 혹은 큰길 대로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여성전용 사우나’는 어떤 곳일까. 지난 7월20일 기자는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모 여성전용 사우나를 직접 찾았다.

줌마렐라 19금 수다방

기자는 오전 11시께 여성전용 사우나에 도착했다. 외관으로 볼 때와는 달리 사우나는 매우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었다. 가정집 한 층을 통째로 쓰고 있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남편을 출근시키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낸 아줌마들이 제법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일반적인 찜질방과 다른 점은 상의와 하의로 나뉜 옷을 주는 것이 아니라 여성전용 사우나에서는 목욕 가운 같은 천 하나만 지급된다. 아줌마 열이면 열, 하나같이 속옷을 입지 않은 채 천 하나만 몸에 두르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기자도 아줌마들과 같은 모습을 하고 그들의 틈에 조용히 끼어들었다. 정오가 지나자 사우나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동네 아줌마란 아줌마는 다 모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사우나에 들어오는 아줌마 모두 양손 가득 먹을 것을 잔뜩 들고 온다는 점이다. 옥수수, 감자를 삶아오고 참외, 포도 등 후식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삼삼오오 무리를 이뤄 사우나 곳곳에 자리를 잡은 이들은 이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좁은 사우나는 이내 아줌마들로 북적였고, 그 가운데 20대로 보이는 사람은 기자와 내리 잠만 자는 여성 한 명뿐이었다. 이때 한 아줌마의 목소리가 사우나 실내를 울렸다.

“어디서 뭔 짓을 하고 왔기에 속옷을 뒤집어 입고 왔어?”

다소 노골적인 질문에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쪽을 슬쩍 바라보니 뒤집어진 팬티를 입은 한 아줌마가 씻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긴 뭘 하고 와. 요즘 우리 남편 힘 딸려서 아무것도 못해”

죽이 척척 잘도 맞는다. 한바탕 샤워를 마치고 나온 아줌마 무리는 사우나에 들어가 흥건하게 땀을 빼고는 가운을 허리춤으로 내리고 젖가슴을 드러낸 채 둥그렇게 모여 앉아 19금 수다를 시작했다.

줌마렐라 둘러앉아 남편·시댁 뒷담화, 고민상담도 ‘술술’
과거 증기탕 퇴폐영업 사우나에선 없는 일…그저 ‘수다만’

“내가 절에 다니잖아. 여름이니까 옷을 짧게 입고 다니는 여신도들이 요즘 조금 있거든. 근데 글쎄 옷 사이로 젖가슴이 보였는지 저번에 보니까 스님 거시기가 벌떡 섰더라고.”


“형님, 형님은 요즘 어때요? 비아그라 약발 좀 먹히던가요? 우리 집 양반은 약을 먹여도 소용이 없어요. 그게 서질 않아요. 그렇다고 다른 걸 잘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요즘 밤마다 땡큐지! 진작 사서 먹일 것을 그랬어. 예전하고 사이즈도 비교가 안 되고 완전 오래가더라니까. 이제 내가 힘들어서 그만 하라고 하잖아. 아침에 못 일어날 지경이야.”

“○○이 엄마는 가슴이 참 예뻐. 꼭지가 위를 향해 있으면 남편한테 사랑받는다던데 진짜야? 그래서 이렇게 가슴이 예쁜 건가?”

40대 아줌마 대여섯 명이 모두 젖가슴을 드러내놓고 야한 농담을 건네고 있는 통에 기자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난감했다. 이런 기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줌마들의 수다는 계속됐다.

그중 한 아줌마는 벌써 갱년기 증상이 찾아오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생리가 끝나면 여자도 끝이라는데 벌써 폐경 기운이 있는 것 같아 걱정이야. 요즘 성욕도 감퇴하는 것 같고 재미도 없고 어쩌면 좋지?”

아줌마의 푸념을 듣고 있던 또 다른 아줌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나이 먹으면 갱년기는 오게 돼있잖아.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금부터 호르몬제 좀 맞아둬. 인위적으로라도 호르몬 투여하니까 활력도 생기고 밤에도 괜찮더라고”라고 말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아줌마들이 모이면 으레 한다는 시댁 뒷담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혼한다더니 그건 어떻게 되가?”


“아주 웃기는 족속들이라니까. 자기 사위가 바람 피웠을 때는 아가씨한테 이혼하라고 아쉬울 것 없다고 그러더니 자기 아들 바람 피워서 내가 이혼하겠다니까 참고 살라는 거야.”

스트레스 해소용 사우나

한참 열을 올리다가도 자식 얘기가 나오면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상황이 아무리 좋지 않아도 대한민국 아줌마는 ‘어머니’라는 사실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한창 수다를 떨고 있으니 사우나 업주가 마사지 예약을 받았다. “오늘은 세 명만 가능하다”는 말에 아줌마들이 몰리긴 했지만 이내 정리가 되는 분위기였다. 혹시 남성 마사지사가 오는 것은 아닐까 색안경을 끼고 지켜봤지만 외부에서 출장을 나온 마사지사 역시 여자였다.

‘금남의 집’이라는 룰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사우나였다.

결과적으로 이날 기자가 찾은 ‘여성전용 사우나’는 퇴폐영업과는 거리가 먼 아줌마들의 수다방에 불과했다.

과거 ‘여성전용 증기탕’의 영업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한 강남 유흥가의 정보통에 따르면 “아무리 체력이 좋은 남성이라도 하루에 3명 이상 여성을 상대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성전용 증기탕은 오래가기 힘들다”며 “영업을 하더라도 한 달 영업에 석 달 휴식 같은 시스템으로 게릴라 영업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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