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감염자 89명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2010.07.27 09:33:17 호수 0호

에이즈 감염자 관리실태 긴급점검

국내 에이즈 감염자 89명이 연락이 두절되거나 주민등록말소·실종 등의 사유로 소재 파악이 안 되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에이즈 감염인의 인권을 이유로 거주지를 옮길 때 시 보건소에 신고할 의무가 없어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만들어 지는 것. 관리 당국 역시 에이즈 감염인의 인권을 이유로 철저한 관리의 책임과 권리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에이즈 감염인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불안감에 떨어야할 대다수의 국민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우리나라 에이즈 감염인 관리 실태를 점검했다.



HIV 감염자 89명 소재파악 안 돼…에이즈 공포 ‘벌벌’
복지부 지원 관리 소홀 지적, 10대 에이즈 환자 늘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지난 21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연락두절, 주민등록말소, 실종 등의 사유로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자는 올해 3월 기준 89명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HIV는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로 엄밀히 따지면 HIV와 AIDS의 의미는 다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쉬운 이해를 위해 HIV 감염인도 통상 에이즈 감염인으로 부르고 있다.

감염자 89명 어디에

이 의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에이즈 감염인들은 거주지 이전 시 보건 당국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 때문에 이처럼 소재파악이 되지 않는 사각지역이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이 의원은 “정부는 현재 진료비, 면역 검사와 상담 서비스 등의 지원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를 감염자의 선택사항으로 맡겨두고 있어 213명의 지원 거부자가 존재한다”면서 “에이즈 감염인들은 적절한 관리와 치료 지원이 있으면 전염력이 감소될 수 있는데 보건 당국의 부실한 관리가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허술한 관리는 자칫 대규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89명의 에이즈 감염인의 소재가 불분명한 점에 대해 국민들이 우려하는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의식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에이즈는 공포의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에 89명 에이즈 감염인의 소재가 파악될 때까지 국민들은 공포에 떨 수밖에 없다는 것.

1985년 국내 첫 에이즈 감염인 발견 이후 현재 국내 에이즈 누적감염인 수는 2009년 12월 기준, 6천888명에 이르고 2009년 한 해 동안 발병한 신규 감염인 수는 771명으로 2008년 신규 감염인 797명보다 약간 감소했다.

하지만 10대 신규 감염자수는 27명으로 최근 5년 간 역대 최고치에 달해 또 다시 충격을 안겨줬다. 이 중 감염 경로가 밝혀진 16명은 모두 성접촉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감염 경로가 밝혀진 16명의 10대는 모두 15~19세 사이의 남성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 중 10명은 동성 간의 성접촉에 의해, 나머지 6명은 이성 간의 성접촉에 의해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에이즈 감염 소견이 발견되는 사람은 질병관리본부의 정밀진단을 거쳐 양성 확진을 받은 뒤 관할 보건소에 등록돼 보호 관리를 받게 된다. 하지만 현행법상 관리라고 해봐야 전화를 걸어 약 복용 여부를 확인하는 정도에 그친다.

가끔 전염 예방을 위해 성교육을 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성생활을 막을 권리는 없다. 설사 에이즈 감염인과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해도 시 보건소 담당자는 해당 에이즈 감염인을 찾아 나서지 못한다. 에이즈 감염인을 찾아 방문하는 행위도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은 ‘타인에게 감염시킬 우려가 높은 자’의 경우 보호조치를 강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에이즈 감염인의 개인적인 사생활, 특히 성생활을 시 보건소 담당인력이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에이즈 감염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건강진단서상 에이즈 감염사실을 통보하는 것도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에 따라 금지되어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에이즈 감염인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취업과 관계된 건강진단서상에는 통보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이어 현행 관련법은 유흥업소, 안마시술소, 다방에 대해서만 에이즈 감염인의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에이즈 감염 위험군인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의무적으로 받던 성병 검사가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과 함께 사라져버리는 바람에 유흥업계에 발을 들인 후 에이즈에 감염됐을 경우에는 실태 파악이 더욱 어려워졌다.

더욱 문제는 이를 대체할 방안이 없다는 사실이다. 현행법은 개인의 인권 보호 등을 이유로 에이즈 감염인이 거부할 경우, 그의 동거인에게도 감염자의 질병을 알릴 수 없게 하고 있다. 철저히 감염인 위주로 법의 효력이 발생하고 있는 것.

에이즈 감염인 관리실태

이와 관련 이 의원은 “현재 보건 당국은 감염자의 인권 보호를 명목으로 치료 지원을 선택 사항으로 하고 있지만, 인권 보호와 동시에 지원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방안 마련도 필요할 것”이라면서 “이런 소극적 대처는 도리어 전체 감염자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제천 에이즈 택시기사 사건처럼 감염 사실을 숨긴 채 치료를 받지 않은 이의 무분별한 성관계를 목격한 국민들은 감염자 전체를 잠재적 범죄인으로 취급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신분노출을 우려해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 감염인도 있지만 이들 스스로 필요한 경우 의료기관의 건강관리 및 치료를 받고 있는 감염인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의들 역시 “에이즈 감염은 99% 성관계에 의해 감염되지만, 콘돔 없이 단 한 번의 성관계로 이성에게 에이즈가 감염될 가능성은 0.1%~1.0%에 불과하다”면서 “이들에 의해 대규모 감염이 우려된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문의들에 따르면 HIV 감염은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에 불과하고, 에이즈 감염인이라고 해서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성접촉이나 혈액으로 감염되는 HIV는 기침이나 침, 호흡으로는 감염되지 않기 때문에 감염인을 격리할 필요가 없고, 식사, 포옹, 키스 등 일상생활로는 절대 감염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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