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추진 ‘논란’

2010.07.20 10:05:14 호수 0호

‘국민 건강’ ·‘나라 세금’“뭘 위한 건데?”


정부가 담뱃값 인상 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3일 한국정책방송과의 대담에서 “서민의 부담을 우려해 담뱃값 인상을 억제해 왔지만 비가격 정책이 한계에 부닥쳤다”면서 “내년에 담뱃값을 인상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한 것. 이에 따라 흡연·비흡연자 사이에서의 찬반 논란이 뜨겁다. 지난 2005년 담뱃값 인상 이후 흡연율이 감소한 점을 들어 일각에서는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감소시키고 금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또 다른 일각에서는 “500~1000원 인상으로 흡연율 감소효과를 보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세금을 늘리기 위한 정부의 수작”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담뱃값 인상으로 금연효과? ‘글쎄’
“세금 올리려는 수작” 아니냐 지적


최근 정부가 담뱃값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낼 움직임을 보이자 세수증대책이라거나 물가안정을 해칠 것이라는 반론이 벌써부터 만만찮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일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한 2010년 상반기 흡연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담뱃값 인상으로 금연?

남성 흡연율은 42.6%로 나타났으며 이는 지난해 하반기의 43.1%보다 0.5%p 감소했지만 41.1%였던 상반기보다는 1.5p 늘었다. 반면 여성 흡연율은 2.8%로 조사돼 지난해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상반기 흡연율은 대체로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어 감소 추세로 보기 어렵고, 올해 정부의 흡연율 목표인 30%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결과”라면서 담뱃값 인상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포괄적인 금연 정책의 하나로 담뱃값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우리나라 성인남성 흡연율이 최고 수준인 현실도 복지부의 인상 검토에 불을 붙였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 성인남성 흡연율은 42.6%로 미국(17.1%) 캐나다(20.3%)는 물론 프랑스(30%), 일본(40.2%)보다도 훨씬 높다.

복지부는 담뱃값 인상 추진 움직임에 대해 ‘금연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담뱃값을 인상한 2002년 성인흡연율은 60.5%로 전년의 69.9%보다 크게 낮아졌고, 2005년 500원 인상 이후에는 전년의 57.8%보다 5.5%p 낮아진 52.3%의 흡연율을 기록했다는 것.

또 이번 설문에 참가한 흡연자 5명 가운데 1명은 금연을 위해 담뱃값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답해 정부의 담뱃값 인상 추진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금연 의향이 있는 담배의 가격 선으로는 8천510원을 제시해 500~1000원 인상으로는 흡연율 감소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반대의사도 있다.

이밖에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담뱃값 인상이 세수증대책이라거나 물가안정을 해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현재 2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 부과되는 세금은 ▲담배소비세 641원 ▲지방교육세 320.5원 ▲부가가치세 227원 ▲국민건강증진기금 354원 ▲폐기물부담금 7원 등 모두 1549원이다. 담뱃값이 인상되면 이 중 국민건강증진기금 부담금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담뱃값을 500원만 올려도 지난해 1조 6379억원이었던 건강증진기금 수입액이 두 배로 늘어나게 되는 것.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최근 국제 유가·원자재 상승으로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담뱃값 인상으로 간접세 부담을 키우면 물가안정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담배업계 관계자 역시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낮춘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담뱃값 대부분이 국민건강증진기금, 담배소비세 등 세금으로 구성되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담뱃값 가격 인상이 꼭 금연 때문은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담뱃값 인상 움직임을 보이자 네티즌들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아이디 ‘느낌’은 자신이 흡연자임을 밝히고, 담뱃값 인상에 대해 부분적으로 찬성하지만 흡연율을 줄이고 금연을 유도하려면 다른 방법들도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그는 “단순히 세수확충이 목적이라면 반대한다”면서 “담뱃값이 인상될 때마다 정부의 얘기는 늘 똑같다. 인상되면 담배를 끊을 것이라는 주장인데 정작 흡연자들의 주머니 사정만 가벼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담뱃값을 인상한다면 늘어난 세금으로 흡연자 및 비흡연자의 복지혜택을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폐암 등의 연구비 증액이나 흡연자의 클리닉 혜택 강화, 비흡연자의 건강검진 등 다양한 복지혜택으로 그 비용이 들어간다면 찬성이라는 주장이다.

또 외국의 경우 “담뱃갑에 암에 걸린 폐, 썩은 발가락 등 흡연 피해 사진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외국에서 담배를 사면 흡연 욕구가 사라진다”면서 “국민의 건강과 금연을 생각한다면 이런 조그만 부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국회의원도 정부의 담뱃값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은 “담뱃값 인상은 결국 서민 가계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도 인상 반댈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08년 ‘우리나라 흡연율의 사회계층별 불평등과 변화추이’ 연구 결과, 소득수준 1분위 상위 20%의 흡연율은 47.83%에 불과한 반면 2분위 그룹 51.14%, 3분위 그룹은 56.1%, 4분위 그룹은 61.18%로 나타났고, 최하위인 5분위 그룹에서는 64.59%로 소득수준이 어려울수록 흡연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신 의원은 “경기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담뱃값을 올리면 서민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면서 “금연조례 제정에 따른 금연구역확대, 발암성 물질 경고문구 표시 등 비가격정책이 시행된 지 불과 1~2년 밖에 되지 않아 실효성 여부를 따지기 이르다”고 밝혔다.

이어 “담뱃값 인상은 법률 개정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결정할 사항”이라면서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사항이 아니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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