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미테이션 시장 현주소 밀착취재

2010.06.22 11:55:28 호수 0호

휴대폰 한 대로 한 달 400만원 OK? OK!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로 매달 10만 엔(한화 약 130만원)을 번다? 게다가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된다니 귀가 솔깃해진다. 이 모든 게 실제 일본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보다 이미테이션 시장이 발전(?)한 일본에서는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이미테이션 제품 판매 아르바이트가 가능하고, 이를 통해 매달 적게는 10만 엔에서 최대 100만 엔까지 벌어들일 수 있다는 것.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것이기에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달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것일까. 지난해 일본 유학길에 올라 이미테이션 판매 알바를 경험한 이아무개(28)를 통해 일본 이미테이션 시장의 현주소에 대해 들어봤다.


일본 이미테이션 시장 인기 짱… 업주들 한국 유학생 알바 선호
대포폰·통장으로 제품 판매… 한 달 10만 엔에서 100만 엔 거뜬


여성들의 명품에 대한 열망은 외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비싼 가격 탓에 정품을 구입하지 못하는 여성들은 이미테이션, 일명 ‘짝퉁’을 선택한다. 우리나라보다 이미테이션 열풍이 거세기로 소문난 일본은 이로 인해 이미테이션 시장이 광범위하게 발달되어 있다. 일부 이미테이션 도매업자들은 중국에 생산 공장을 만들어 놓고 생산에서 판매까지 직접 한다고 하니 말 다했다.

지난해 일본 유학길에 올라 이미테이션 시장에 뛰어든 이아무개(28)에 따르면 일본에서 이미테이션 제품 도매상을 운영하는 업주의 대부분은 한국 사람이다.

대부분 업주는 한국사람



소매상과 정식 가게를 운영하면서 이미테이션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 중에는 일본사람도 대거 포함되어 있지만 제품을 들여오거나 생산하는 대부분은 한국 사람이라는 것. 일본에서는 이미테이션 제품 판매가 불법이기 때문에 일본사람이 직접 제품을 들여오거나 생산할 경우 단속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 사람이 관광비자로 세관을 피해 물건을 들여오는 쪽이 훨씬 쉽다는 설명이다.

일본에서 이미테이션 제품 도매상이 밀집된 곳은 오사카에 위치한 모 지역. 이씨에 따르면 이 지역 일대의 맨션 밀집지역에 이미테이션 제품 도매상이 마련되어 있다. 맨션 한 채당 10가구 정도가 이미테이션 도매상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외관상으로는 일반적인 맨션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진열대에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고, 일본 각 지역의 소매상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물건을 구입해 판매한다.

앞서 말했다시피 도매상 업주의 대부분은 한국사람들로 이들은 한국과 중국에서 이미테이션 제품을 들여오고 일부 업주들은 중국에 생산 공장을 차려놓고 이미테이션 제품을 직접 생산·판매하기도 한다. 특이한 사항은 이미테이션 도매 사업을 하는 업주들 대부분은 일본 비자가 없다는 사실이다. 국내와 비교해 설명하자면 일종의 바지사장을 앉혀놓고 업주 자신은 관광비자로 일본을 오가며 제품을 실어 나른다는 것.

일본의 경우, 외국인들이 일본에 들어와 엔화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비자를 쉽게 내주지 않는데다 3개월 기한의 관광비자로 입국하면 비교적 절차가 쉽고, 의심을 덜 받아 사업하기가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일본 이미테이션 시장이 발달함에 따라 특수를 노리는 쪽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일본 유학길에 오른 학생들.

오사카 지역에서 도매상을 운영하는 업주들의 경우, 대부분 소매상 판매로 소득을 올리지만 유학생들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해 1:1 판매를 하도록 알선, 별도의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이때 업주들은 한국 학생들을 선호한다. 이미테이션 제품 판매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만의 하나 믿을 수 없는 사람을 고용할 경우 단속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같은 한국인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수월한 이유에서다.

이렇게 고용된 아르바이트생들은 대포폰과 통장, 주소를 만들어 제품 판매를 시작한다. 특이한 점은 우리나라의 경우 ‘옥션’ ‘G마켓’ 같은 제품 판매 사이트가 존재해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구입한다면 일본의 경우 휴대폰 모바일 서비스가 더욱 발달해 휴대폰으로 제품을 고르고 구입한다는 사실이다. 아르바이트생들이 대포폰을 이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씨는 제품판매 방식에 대해 “제품 사진을 찍어 모바일 사이트에 올려놓으면 고객들이 주문을 한다.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제품을 보내는 날짜를 정해 정해진 날짜에 물건을 보내면 물건을 받은 고객들이 우체국에 돈을 지불하고 우체국에서 내 통장으로 돈을 넣어주는 방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이씨가 한 달 간 벌어들인 수입은 평균 10만 엔(한화 약 130만원).

이씨는 “별도의 시간을 내지 않고 휴대폰 한 대만 가지고 판매를 했을 경우, 기본적으로 10만 엔은 벌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아르바이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 월 평균 수입이 10만 엔에 그쳤지만 다른 친구들은 평균 30만 엔(한화 약 390만원)까지 수입을 올렸고, 휴대폰 2~3대를 가지고 판매를 하는 사람들은 최대 100만 엔(한화 약 1300만원)까지 버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이미테이션 제품 도매상 업주들은 매달 수억원의 수익을 올린다. 이미테이션 제품의 원가가 워낙 저렴한데도 불구하고 몇 배에서 많게는 몇 십 배로 가격을 올려 판매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나가는 돈을 제외하고도 이 같은 수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이 황금알을 낳는 일본 이미테이션 시장에 불황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경찰의 단속으로 인해 일본 도시의 소매상 10여 곳이 적발되면서 그 영향이 오사카의 도매시장까지 미쳤다는 것. 이로 인해 맨션 도매상들은 대부분 문을 닫은 채 몸을 사리고 있고 제품을 올렸던 사이트들도 하나둘 제품 판매를 막으면서 이미테이션 제품 판매에 문제가 생겼다고.

유학생 알바 수입 ‘쏠쏠’

마지막으로 이씨는 “단속에 걸려도 벌금만 내면 다시 영업이 가능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장사에 큰 영향은 없지만 3번 이상 적발되는 경우는 문제가 심각하다. 하지만 이조차 수억원의 변호사를 선임해 법정에서 승소하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이미테이션 바람은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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