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네슬레 ‘이상한 선심’ 막후

2015.05.04 11:34:02 호수 0호

어려운 회사 떠안고 ‘막 퍼주기’

[일요시사 경제2팀] 박호민 기자 = 롯데네슬레의 ‘이상한 선심’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3년간 적자를 지속한 롯데네슬레가 네슬레 본사에 30년치 로열티를 미리 지급하고 주요 사업부문을 넘긴 것. 회사 측은 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 시장에 진출해 큰 재미를 보지 못한 네슬레는 지난해 6월 롯데푸드와 지분 50% 씩 투자해 합작회사 ‘롯데네슬레코리아(롯데네슬레)’를 세웠다. 롯데의 막강한 유통망과 네슬레의 커피 관련 노하우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합쳐도 그냥 그래∼
 
하지만 현재까지 양사 협력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는 감지되고 있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네슬레의 전신인 한국네슬레의 영업손실은 2012년 155억원, 2013년 192억을 기록했지만 롯데푸드와 손을 맞잡은 6개월이 포함된 지난해 영업손실은 228억원을 기록하며 오히려 손실폭이 확대됐다. 롯데계열사의 유통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유의미한 실적개선은 이루지 못한 모양새인 것이다.
 
실제 지난해 8월 롯데네슬레는 롯데 계열사인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에서의 점유율을 회사 출범 2개월만에 각각 6.5%에서 7.7%, 3.5%에서 6.6%로 2%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며 롯데 유통망을 적극 이용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세븐일레븐에서의 점유율은 4.6%에서 4.5%로 0.1%포인트 후퇴하면서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데는 힘이 부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네슬레는 네슬레 본사에 30년치 로열티의 절반을 선지급하면서 의외의 결정을 했다. 롯데네슬레가 지난달 23일 2014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통해 네슬레 본사에 향후 30년간 기술도입료의 50%에 해당하는 408억원을 선지급하고 이를 선급비용 및 장기선급금으로 계상했다고 밝힌 것이다.
 

200억대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회사가 30년치 로열티 절반에 해당하는 400억원 가량을 일시에 지불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기업이 장기간 기술사용에 대한 로열티를 선지급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면서 “외국 본사로 거액의 기술자문료가 빠져나가는 부분은 국부유출 논란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사업 넘기고 30년 로열티 선지급
합작법인 출범부터 시끌…묘수? 악수?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롯데네슬레는 30년치 로열티 선지급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며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모습이었다. 롯데네슬레는 “회사의 경영 방침상 로열티 선지급 관련에 대한 대답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네슬레가 로열티와 관련해 ‘찜찜’한 뒷말을 만들어낸 것은 합작법인 출범 이전에도 있었다. 한국네슬레는 2011년 당시 26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고도 네슬레 본사로 110억원 규모의 로열티를 지불한 데 이어 2012년에도 155억원의 영업손실에도 110억원의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과도한 로열티 지급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롯데네슬레의 기묘한 행보는 지난해 5월말 합작법인 출범 당시에도 있었다. 당시 한국네슬레는 탄탄한 사업부로 평가받고 있는 ‘캡슐커피사업부’를 네슬레 본사에 넘기면서 합작회사를 만든 것이다. 한국네슬레는 네슬레 본사가 100% 지분을 소유한 네슬레코리아유한책임회사에 캡슐커피사업부를 123억원(부채포함)에 매각했다.
 
캡슐커피사업부는 2013년 592억원의 매출과 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롯데네슬레가 출범하기 전까지 244억원의 매출액과 1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적자 기업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했다.
 
 
롯데네슬레는 이와 관련 “합작회사의 목적은 커피믹스사업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때문에 캡슐커피사업을 넘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네슬레의 의외의 행보에 시장에서는 롯데네슬레가 네슬레 본사를 지나치게 챙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 로열티 지급부문을 살펴보면 롯데네슬레가 50%의 지분을 들고 있는 롯데푸드에게 기술자문료 명목으로 5억6000만원의 로열티를 지급했다.
 
지난해 네슬레 본사가 챙겨간 77억원의 11분의 1수준에 불과한 수준인 셈. 한 시장 관계자는 “외국에 본사가 있거나 외국계 회사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의 경우 배당이나 과도한 로열티 지급으로 이익을 챙겨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롯데네슬레의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경우 네슬레 본사 챙기기 의혹은 꾸준히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기대 유효하지만…
 
합작법인 롯데네슬레 자체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다. 실제 ‘롯데네슬레’ 출범 이전 5.7%에 불과했던 네스카페 수프리모 크레마의 스틱 원두커피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지난 1월 8.7% 기록, 루카를 제치고 2위 자리에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커피믹스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네슬레코리아의 도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 시장은 고객 충성도가 높다”며 “전체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동서 식품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갑질 이후' 남양유업 실적 보니…
 
갑질 논란 이후 진통을 겪은 남양유업의 시련의 시기가 이어지고 있다. 남양유업의 시련은 대리점주에 대한 욕설 파문이 터진 2013년 5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부터 시작했다. 2013년 3분기에는 영업이익은 -15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이 같은 영업이익 적자는 지난해 마지막 분기까지 이어졌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적자가 지속됐다. 2013년 3분기 당기순이익은 -306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당기순이익이 계속해서 적자를 보이다 지난해 3분기 들어 3억원, 4분기에는 13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유형자산 처분이익 221억원이 포함돼 있어 영업활동의 회복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남양유업은 실적 회복을 위해 커피믹스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커피믹스사업 자체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저출산에 따른 분유소비 감소는 재고량 증가로 이어져 실적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다. 남양유업의 재고자산은 2013년 1508억원에서 지난해 1858억원으로 19%나 늘어나며 실적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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