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자폐아, 말과 교감하다

2010.06.01 09:37:37 호수 0호

심리치료·말타기 활동·자세교정·대근육 발달 도움

자폐를 앓고 있는 김모(10·여)양은 타인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가만히 있는 성향이 강한 학생이었다. 재활 승마 프로그램에 참가한 김양은 처음 말을 봤을 때 말 근처에도 안 가고 도망을 쳤다. 겨우 어르고 달랜 끝에 김양은 말에 앉았고, 그렇게 숲을 2바퀴 돌았다.

그런 김양에게 변화가 나타났다.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승마에 깊은 관심을 보인 것이었다. 지금은 평보를 지나 속보가 가능한 정도로 균형감각과 타이밍 능력이 발달됐다.

심한 틱장애에 자폐를 앓고 있는 박모(11·남)군은 걸핏하면 사람들한테 침을 뱉었고 주위가 산만하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또 재활 승마 치료를 받던 초기에는 갑자기 말에서 뛰어내리는 돌발행동을 반복해 주위 사람들을 많이 놀래키기도 했다.

그러던 박군이 지금은 돌발행동을 보이지 않고 틱 장애는 여전히 심하긴 하지만 승마에 상당한 집중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승마코치에게 더 이상 침을 뱉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도 잘 지내고 있다.

김양과 박군을 비롯한 자폐아들은 현재 재활 승마 프로그램을 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승마를 좋아하게 되었고 잘 타며 자폐 증상 또한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재활 승마교육이 성장기에 있는 지적장애, 자폐성, 뇌병변 장애를 지닌 중증 장애아동들에게 효과적인 재활 치료방법의 하나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보편화된 재활 교육인 재활 승마 교육은 동물과의 교감을 통한 심리치료, 말타기 활동을 통한 자세교정, 대근육 발달 등 신체 발달과 운동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전문의들은 자폐아인 경우 언어 아웃풋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인지치료가 중요하며 동물을 통한 재활치료 또한 사회성 증진치료의 다각도적 접근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이대목동병원 정신과 김의정 교수는 “중증자폐아동의 세 가지 특징으로는 사회적인 관계형성이 어렵고 상동관심·상동행동을 가지며 비정상적으로 과한 관심을 갖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자폐증은 일반적으로 특수학교에서 특수교육이 이뤄지며 자해 및 타해를 가하는 경우, 자폐증에 주의산만이 결합된 경우, 자폐증으로 인해 조울증 등 기분장애가 동반된 경우 약물치료가 이뤄진다”며 “재활 승마 교육과 자폐아동에 대해 의학적인 데이타는 나와 있지 않지만 관계형성에 취약한 자폐아동에게 특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조언했다.

동물치료에 대해 검증된 의학적 연구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경희의료원 의과대학 부속병원 정신과 반건호 교수는 “자폐아가 승마치료를 하는 경우 본인이 원해야 하는데 자폐아 중에는 동물을 싫어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며 공개적인 장소에서 사람들과 접촉을 할 정도라면 자폐 정도가 양호한 편이 아니었는지 사료된다”고 말했다.

이어 반 교수는 “어떤 자폐증 성향의 그룹이 승마 재활치료에 적합한지, 어떤 부분이 어떻게 좋아지는지, 승마치료로 인해 환자상태가 좋아졌는지 아니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좋아졌는지 등에 대한 의학적인 근거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이에 재활 승마 교육에 의료진의 접목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한국국토대장정기마단 김명기 사무국장(48·남)은 “3년째 재활 승마에 참여하고 있는 중증자폐아들이 있는데 전과 비교했을때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며 “아이들이 말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말과 교감하게 되었고 승마를 통한 전신 균형 발달 측면에서도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사무국장은 “그러나 재활 승마가 의료진과의 연계치료에까지는 미치지 못한 실정이다”며 “현장데이타를 토대로 ‘자폐아 및 중증장애인을 위한 재활 승마’에 대한 의학적 연구와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사무국장은 10년 전부터 재활 승마 관련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재작년 5월부터 강동구청의 지원을 받아 본격적으로 중증자폐아를 포함한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48주의 다양한 재활승마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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