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터질’ 현대건설 인수전

2010.06.01 09:45:00 호수 0호

후끈 달아오른 ‘대물’…“먹고 싶다!”

기업이 단번에 점프할 수 있는 지름길은 뭘까. 바로 인수·합병(M&A)이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거센 M&A 태풍이 몰아칠 태세다. 현재 M&A시장엔 재계 판도를 뒤흔들 만한 굵직굵직한 ‘대어’들이 널려있다. 덩달아 이를 낚으려는 ‘강태공’들의 손놀림도 분주해지고 있다. ‘돈질’이 승부를 좌우하는 ‘M&A 대전’. 이 가운데 ‘죽음의 조’로 떠오른 현대건설 인수전의 관전포인트를 짚어봤다.



‘4년간 표류’ 매각 작업 급물살…인수 후보군 거론
‘현대그룹 vs 범현대 연합’ 현대가 집안싸움될 듯

현재 M&A시장에 나온 매머드급 매물들은 ‘빅3’로 압축된다. 현대건설, 하이닉스, 대우조선해양 등이다. 이들 회사를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재계 판도가 바뀔 전망이다. 이미 필승 각오를 다진 기업들은 물밑에서 상당 폭의 M&A 상황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최대 ‘대물’인 현대건설 인수전이 최대 관심사다. 현대건설은 다른 ‘대어’들보다 먼저 매각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여 더욱 시선이 쏠리고 있다.

재계 판도 바뀐다

현대건설의 최대주주(11.5%)인 한국정책금융공사는 이달 중 매각작업을 재개하기 위해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와 의견을 조율 중이다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은 “6월 중 현대건설 매각 작업을 재개할 것”이라며 “매각 작업이 일반적으로 6개월에서 7개월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초쯤 현대건설의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주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도 최근 정책금융공사와 우리은행에 ‘공식매각 주간사 선정안’을 주주협의회 운영위원회에 부의(상정)할지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채권단내 이견으로 지난 4년간 표류했던 현대건설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대건설은 상당히 매력적인 먹잇감이다. 지난해 9조원 이상이 넘는 매출에 4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 3월 기준 현금성 자산은 1조4000억원에 이른다. 반면 부채비율은 156%에 불과해 양호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현대건설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0년 ‘왕자의 난’을 겪으면서 2001년 그룹에서 계열분리 돼 채권단의 공동관리를 받는 수모를 겪다가 2006년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현대건설 매각이 임박해지면서 인수 후보군을 둘러싼 관측도 무성하다. 이 인수전은 현대일가 집안싸움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그룹 대 범현대 연합’구도로 흘러갈 시나리오다. 현대건설이 옛 현대그룹의 모태이자 상징으로 ‘현대 적통’을 잇는데 꼭 필요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현대그룹이다. ‘현대가 며느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건설이 워크아웃을 졸업한 뒤부터 줄곧 군침을 흘려왔다. 매년 경영 타깃을 현대건설에 정조준한 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그룹의 미래를 위해 현대건설 인수를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 인수가 현대그룹에겐 ‘필수’를 넘어 ‘운명’이란 의지다. 물론 현대건설이 그룹의 적통성을 계승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명분에서다.

특히 현대건설 인수전에 따라 현대그룹 경영권이 위험할 수 있다. 현 회장이 현대건설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현대건설이 그룹 주력사인 현대상선의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라도 기필코 ‘먹어야’하는 처지다. 현 회장 우호지분이 40%가량 되지만 안심할 수 없다. 현대상선은 현대중공업이 17.6%를, 현대중공업의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7.9%를, KCC가 4.9%를 소유하고 있다. 만약 범현대가가 현대건설을 삼킬 경우 현대그룹으로선 현대상선의 경영권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현대그룹은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 현대그룹은 최근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에 오르는 등 재무 불안으로 현대건설 인수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1조원 안팎으로, 현재 M&A시장에서 거론되는 현대건설의 인수가격(3조∼4조5000억원)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틈새를 노리는 곳이 범현대가 진영이다. 우선 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총력을 다할 태세다. 겉으론 “인수의향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중공업 역시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현대 적통을 이어받겠다는 복안이지만, 현대상선 공격도 배제할 수 없다.

적통? 진짜 타깃은…

현대그룹과 마찬가지로 문제는 실탄이다. 현대중공업의 현금성자산은 1조원 가량이다. 일각에선 이런 이유로 현대중공업, 현대·기아차그룹, KCC그룹, 한라그룹 등의 ‘범현대가 연대’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꼭 현대중공업이 아니더라도 KCC그룹이 선봉에 설 공산이 크다. 5000억원에 불과한 실탄이 변수지만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은 이미 현대가 장자인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에게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현금성 자산은 약 6조6000억원이다.

범현대가는 앞서 만도와 현대종합상사 인수전에서 연합전선을 구축해 각각 한라그룹, 현대중공업이 인수에 성공한 바 있다. 과거 KCC그룹(2003년 시숙부의 난)과 현대중공업(2006년 시동생의 난)은 현대가의 적통을 두고 현대그룹과 경영권 싸움을 벌인 적이 있어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이 그 연장선상이란 분석도 있다.

M&A시장 관계자는 “현 회장은 현대그룹 총수에 오른 직후부터 현대중공업과 KCC그룹 등 범현대가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끊임없이 받아왔다”며 “이번에 현대건설을 두고서도 범현대가와 한바탕 혈전을 벌일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 결국 얼마나 안정적인 자금동원력을 갖고 있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범현대가 외에 LG그룹, SK그룹, 두산그룹, 포스코, 동국제강, 현대산업개발 등도 현대건설 인수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범현대가에 대항하는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것. 이들 기업은 “관심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지난해 대우건설의 인수 후보로 꼽히는 등 건설사업 진출설 또는 확장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M&A업계엔 어떤 기업이라도 ‘왕회장 집안’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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