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디지털 조력자’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2015.01.12 11:53:27 호수 0호

‘인터넷 이미지’세탁해 드립니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과거 국정원의 원훈이다. 맥신코리아의 모토도 이와 다르지 않다. 맥신코리아는 ‘온라인 평판 관리’업체다.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하지만 21세기 유망직종으로 손꼽힐 정도로 사업 전망이 밝다.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맥신코리아는 ‘온라인 평판 관리(ORM, Online Reputation Management)’ 전문업체로 정치인, 기업인 등 유명인의 평판을 분석, 위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다소 낯설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지난 2013년 5월 방한 시 한 인터뷰에서 “가장 유망한 2개의 비즈니스는 건강·의료 분야와 온라인 평판 관리 사업이다”라고 예언한 바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온라인 평판 관리 의뢰인의 숫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일반인도 예외는 아니다.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는 “올해부터는 일반인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장차 모두의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점 부각 브랜딩화
 
한 대표는 지난 2000년 러시아 유학 당시 전공인 국제관계학과는 별개로 컴퓨터에 열정을 쏟은 바 있다. 이후 홈페이지를 개설하게 됐고, 한 달에 1억원 매출을 발생시켰다. ‘온라인 전문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결정적인 시점이었다.
 
특히 한 대표는 2006년 지방선거 당시 김문수 경기도지사직 선거캠프에서 사이버팀장, 인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김 후보의 온라인 평판 관리를 총괄했고, 상대 후보였던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꺽은 바 있다. 한 대표는 “온라인 평판 관리 없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한 대표에 따르면 맥신코리아의 주 고객은 정치인, 기업인, 연예인 등이다. 현재 10명 이상의 고정 의뢰인이 있고, 매달 추가로 20∼30건이 접수되고 있다. 서비스는 보통 6개월에서 1년 간 이어지며 기본적으로 의뢰인이 지우고 싶은 기록물 삭제와 함께 평판 관리가 병행된다. 맥신코리아의 특징은 ‘스토리’를 통해 개인을 ‘브랜딩화’하는 것이다.
 
“사소한 기록 하나가 예기치 않은 핵폭탄이 될 수 있습니다. 단순 구글링을 넘어서 더 정밀하게 들어가 보면 사람들이 깜짝 놀랄만한 정보들이 가득해요. 굳이 해킹을 하지 않더라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들이 많습니다. 다른 업체들은 기계적 삭제에 주 안점을 두고 있지만 맥신코리아의 핵심은 ‘브랜딩화’ 에요. 단순 삭제를 넘어 개인의 긍정적인 스토리를 부각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죠.”
 
유명인 온라인 평판 관리
정치인·기업인 의뢰 늘어
  
브랜딩화 작업은 기사, 포털 카페 혹은 블로그 등을 통해 다각도로 이뤄진다. 자연스러운 작업을 통해 일반인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한다. 여기에 필요한 게 바로 스토리다. 의뢰인을 검색했을 때 그에 대한 긍정적인 콘텐츠가 쏟아지게끔 만드는 것이다.
 
‘댓글알바’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한 대표의 설명이다.
 
“지난 2012년 국정원의 ‘댓글알바’가 왜 터졌을까요. 인위적으로 바꾸려 했기 때문이에요. 수준 낮은 사람들의 노력이었던 거죠. 저희 직원 한 명이 국정원 댓글조작원 100명보다 낫습니다. 댓글알바는 스토리가 없었기 때문에 망한 겁니다. 단순 댓글로 평판을 바꾸는 건 불가능해요.” 
 
 
맥신코리아는 ‘스토리 공장’이라고 봐도 된다. 일단 의뢰가 들어오면 스토리를 기획하는 데 열을 올린다. 직원 대부분은 작가 출신으로 이루어져 있다. 의뢰인의 이미지가 가공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고객 중에는 유명 역술인이 있는데, 그는 맥신코리아를 자신의 ‘매니저’ 혹은 ‘기획사’라고 부른다. 한 대표는 평범했던 역술인을 온라인 평판 관리를 통해 국내 최고의 역술인으로 만들었다고 자부했다. 이외에도 일부 정치인, 기업인 등이 맥신코리아의 서비스를 받은 뒤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고 한다.
 
맥신코리아는 의뢰인의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철없던 시절의 불편한 흔적 때문에 자살까지 결심했던 한 여성의 과거 기록을 전부 삭제, 제2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또 SNS 상에 불미스러운 사진을 올려 또래 아이들에게 몰매를 맞았던 한 중학생의 과거도 깔끔하게 지워줬다.
 
구설·루머 등 위기 헬퍼 서비스

왜곡물 지우고 긍정 스토리 부각
 
한 대표는 “온라인은 자신의 전문성을 밝히기 위해서만 활용하고 ‘신변잡기’는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카카오스토리 등에 아이 사진을 올리는 등 사소한 일상을 자주 공개할 경우 유괴, 강도, 사기 등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본인뿐 아니라 주변인들까지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흥신소가 의뢰인이 지목한 특정인의 정보를 캐는 공격수라면 맥신코리아는 이런 공격을 막아주는 수비수다. 그러나 의뢰인 중에는 사기꾼으로 의심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디지털 세탁’을 한 뒤 다시금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회사 입장에서는 ‘잊힐 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보편적 가치로서의 ‘알 권리’는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게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면, 가진 자만이 ‘잊힐 권리’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죠.”

공격보단 수비
 
인터뷰 말미에 한 대표는 온라인 평판 관리에 능한 정치인들을 콕 집었다. 그에 따르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1990년대 이미 ‘노하우’라는 통합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을 만들 정도로 온라인의 중요성을 알고 있던 천재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디지털 스킨십’도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가 다른 정권에서 터졌다면 탄핵으로 이어졌겠지만, 현재 여론이 크게 요동치지 않는 것은 박 대통령이 온라인 평판 관리를 잘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khlee@ilyosisa.co.kr>
 

[한승범 대표는?]
 
▲유송한류연구소 소장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연구조교수
▲한국외대 러시아지역연구사업단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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