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한 인연’ 박문덕-장진호 붙어사는 사연

2010.04.20 09:24:30 호수 0호

‘새옹지마’ 옛 주류 라이벌 알고보니 ‘이웃사촌’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과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의 기구한 인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진로 M&A’전후 엇갈린 운명으로 회자됐던 두 사람이 현재 ‘이웃사촌’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류재벌의 희극과 비극으로 각자의 인생사가 절묘하게 오버랩된 박 회장과 장 전 회장. 그들이 담벼락을 맞닿게 된 사연을 쫓아봤다.


‘방배 부촌’담 맞댄 호화주택·고급빌라 거주
닮은 길 걷다 운명 엇갈려…동네서 다시 재회


<일요시사>가 확인한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과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의 자택은 차량 두 대가 겨우 오갈 만큼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있다. 지역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이다. 고급빌라와 호화주택들이 밀집해 있는 이곳은 한남동 등과 함께 국내 최고의 부촌으로 꼽힌다.

대법원 법인·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박 회장의 현 주소지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7xx-7번지다. 소유주는 물론 박 회장이다. 2층 단독주택으로 대지 555㎡(약 168평)에 연건평 320㎡(지하 1층∼지상 2층·약 97평)에 달한다. 박 회장은 1980년 12월부터 이 집에 거주하는 것으로 등재돼 있다.

주류재벌 희극과 비극



1950년생인 박 회장과 1978년생인 장남의 나이를 감안하면 박 회장 가족은 고 박경복 명예회장과 같이 종로구 신문로 본가에서 지내다 첫 아들을 낳고 2년 뒤 분가했다는 결론이다. 박 회장은 이에 앞서 1976년 7월 땅을 먼저 사들였다. 건설교통부 공시지가와 개별단독주택가격 조회 결과 지난해 기준 박 회장이 소유한 부지는 23억3000만원, 주택은 16억4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일대의 부지·주택 실거래가는 공시지가보다 최소 2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흥정되고 있어 결국 박 회장의 집값이 100억원대를 호가한다는 계산이다. 장 전 회장의 집은 박 회장 자택과 바로 마주 보고 있는 ○○빌라(방배동 8xx-2)다. 전체 4가구(4층)인 이 빌라의 규모는 각호당 231㎡(약 70평) 정도다. 이중 장 전 회장과 그의 가족들은 101호에 거주하고 있다.

이 빌라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6억3000만원으로, 이 역시 실제 시세는 훨씬 비싸다. 현재 장 전 회장의 부인 이모씨가 소유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추징금과 밀린 세금 등이 수백억원에 이르는 장 전 회장이 공식적으로(?) ‘땡전 한 푼 없는’신세인 탓으로 보인다. 특히 매매 과정이 눈에 띈다. 이씨는 진로가 법정관리 되기 직전인 2000년 10월 진로그룹의 계열사였던 A사로부터 빌라를 매입했다.

장 전 회장은 1997년 그룹의 모기업인 진로 부도 이후에도 진로의 등기이사 자격을 유지하면서 경영권 재탈환을 노렸으나 2003년 진로가 법정관리 되면서 경영권을 완전히 상실했다. 그러나 장 전 회장은 부재중으로 알려졌다. 집에 없다는 얘기다. <시사저널>은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장 전 회장이 캄보디아, 태국, 중국 등 해외 곳곳에서 도피 생활을 하며 차명 회사를 이용해 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최근 보도한 바 있다.

박 회장과 장 전 회장이 ‘이웃사촌’인 사실이 세간의 시선을 끄는 이유는 기구한 인연 때문이다. 비슷한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은 ‘진로 M&A’전후 주류재벌의 희극과 비극으로 각자의 인생사가 절묘하게 오버랩 됐다. 우선 총수 등극까지가 닮은꼴이다. 주류재벌 2세로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둘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온 동문이다. 1975년 같은 해 졸업한 뒤 이듬해 하이트맥주, 진로에 각각 입사했다.

이후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 등을 거쳐 박 회장은 2001년, 장 전 회장은 1988년 회장에 올랐다. 이들은 모두 창업주의 차남으로 형을 제치고 대권을 차지했다. 사실 잡음도 적지 않았다. 동생에게 ‘지휘봉’을 내준 장남들은 사실상 ‘야인’생활에 들어갔다. 두 사람의 운명이 얽히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들어서다. 장 전 회장은 사업 다각화로 그룹 몸집을 불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 결과 취임 당시 5개에 불과하던 계열사는 1997년 24개로 늘었다. 진로그룹의 재계 순위도 50위권에서 30위권으로 올랐다. 반면 박 회장이 사장으로 취임한 하이트맥주는 경쟁사인 OB맥주의 공세에 밀려 위기감에 빠져 있었다. 급기야 진로까지 카스맥주로 맥주시장에 뛰어들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지금 둘의 처지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외환위기(IMF) 파고가 기점이었다. ‘한 우물’만 판 박 회장과 ‘문어발식’사업 확장에 열을 올린 장 전 회장의 서로 다른 경영 스타일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인생사 절묘한 오버랩

잘나가던 장 전 회장은 무리한 사업 확장에 발목을 잡혀 1997년 결국 주저앉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2003년 계열사 부당지원, 대출 사기, 회사 돈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듬해 집행유예로 석방된 그는 숨어 지내고 있는 도망자 신세로 전락했다. 공중에 뜬 진로는 우여곡절 끝에 2005년 다름 아닌 박 회장 품에 안겼다.
 
박 회장은 1993년 선보인 하이트맥주를 통해 역전 발판을 마련한 뒤 IMF 때 잠시 고전하다 진로를 인수하면서 맥주시장과 소주시장을 평정하는 등 국내 주류 시장을 손아귀에 넣었다. 아버지가 어렵게 일군 70년 ‘소주신화’를 단 10년 만에 말아먹은 장 전 회장. 다 쓰러져가는 회사를 살려 새로운 주류역사의 주인공이 된 박 회장. 그리고 진로를 놓치고, 낚아챈 두 사람이 담벼락을 맞닿게 된 것을 보면 ‘인생사 새옹지마’란 말이 새삼 실감난다.


<알려왔습니다>

군인공제회가 상조업 진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본보의 보도(744호 4월18일자 63면)에 대해 군인공제회는 상조업을 검토하거나 앞으로 진출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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