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의 한 사전투표소서 투표용지가 투표소 밖으로 대거 반출되고,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든 채 외부를 활보하는 등 선거 관리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
<매일경제> 단독 보도에 따르면, 이날 서울 서대문구 구신촌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는 관외선거인들이 몰리면서 투표소 밖까지 긴 대기 줄이 형성됐다.
문제는 이들의 손에 투표용지와 회송용 봉투를 들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투표소 선거관리인이 관외투표자들의 본인 확인 절차를 먼저 진행한 뒤, 기표소 내부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투표용지를 미리 배부하고 투표소 밖에서 대기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서 투표 관리의 기본 원칙이 무너지는 장면이 속출했다. 일부 유권자들은 투표용지를 든 채 기념사진을 찍는가 하면, 심지어 대기 줄이 길다는 이유로 투표용지를 소지한 채 인근 식당서 식사를 하고 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당시 현장 선거관리인은 이들에 대한 신분 재확인 절차 없이 기표소로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표 전 투표용지를 들고 투표소 밖으로 나가는 것은 투표용지 유출, 바꿔치기, 대리투표 등 부정선거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로 번질 수 있어 선관위가 사실상 이를 방조하거나 조장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공직선거법 제157조 (투표용지 수령 및 기표 절차)에 따르면 선거인은 투표용지를 받은 후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용지에 1인의 후보자를 선택해 투표용지의 해당 란에 기표한 후 그 자리서 기표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게 접어 투표 참관인 앞의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현장 선관위와 중앙선관위의 반응이다.
매체에 따르면 현장 선관위 관계자는 처음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가, 이후 “밖에 나가 기다리는 것에 대한 규정은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중앙선관위 관계자 역시 “본인 인증 후 투표소 밖에서 줄 서는 것은 문제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투표소는 이날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투표한 곳인 만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다만 특정 후보와 무관하게, 선관위의 기강 해이와 관리 부실 문제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 법조계 전문가는 “투표용지를 들고 이탈했다가 다시 들어온 상황은 대리투표가 가능할 수도 있고 명백한 관리 부실”이라며 “사전투표 관리시스템의 허점과 함께,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해야 할 선관위의 심각한 기강 해이를 드러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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