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트니크의 연인

2010.04.13 10:21:27 호수 0호

상실과 치유, 회복을 통한 희망적 지향


무라카미 하루키 저, 임홍빈 역 / 문학사상 펴냄 / 1만2000원



인간이라는 존재의 고독과 소외
상실과 단절의 아픔을 그려내다

<상실의 시대>와 쌍벽을 이루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청춘 러브 스토리의 완결판인 <스푸트니크의 연인>이 새로운 번역본으로 출간됐다. 이 책은 <상실의 시대>와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 이어 무라카미 하루키가 발표한 세 번째 청춘 러브 스토리의 완결판으로, 지구 최초로 발사된 무인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로 상징되는 젊은이의 순수하고 격렬한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이 책은 한 남성과 한 여성, 한 여성과 17세 연상의 중년 여성간의 레즈비언적 사랑을 둘러싼 삼각관계를 하루키 특유의 비유와 상징으로 치밀하게 그려내고 있는 소설이다. 또한 이 작품은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상실의 시대>의 분위기와 결말이 비슷해 마치 하나의 주제로 두 곡의 연주를 하는 대가의 변주곡과 같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책이 갖는 작품상의 특징으로는 하루키의 문체상의 중요한 변화와 실험이 이 작품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1995년 일본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가 발생했을 당시 하루키는 큰 충격을 받고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인터뷰와 다각적인 취재를 통해 다큐멘터리 저서 <언더그라운드>, <약속된 장소에서>, 대담집<변경·근경>을 펴냈다.

이 기간 동안의 체험을 통해 하루키는 “안이한 언어화를 거부할 정도의 체험이 아니면 실제 체험이라고 할 수 없다”는 각성을 하고 그가 무기로서 사용해온 ‘비유의 범람’에 결별을 고한다. 그는 문장을 보다 심플하고, 보다 중립적이고, 보다 많이 반복해 사용할 수 있고, 보다 보편적인 것으로 전환을 시도해 소설의 역동성을 문체의 레벨에서 스토리의 레벨로 이행시켜나간다.

그 결과로 탄생한 작품이 바로 이 <스푸트니크의 연인>으로, 하루키는 이러한 사유의 과정을 통해 작품 세계가 그 이전보다 더욱 복선화돼 관점의 폭과 깊이라는 측면에서 한 단계 더 작품의 완숙성을 갖게 됐다. <스푸트니크의 연인>은 작품 외적인 측면에서 하루키가 관용적으로 그려온 작품 세계가 하나의 전기를 이루는 의미를 갖는다면, 인간이라는 존재의 절대적인 고독과 소외, 상실과 단절의 아픔을 그 어떤 소설보다도 더 가슴 저리도록 절절하게 나타내고 있다는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소설의 표제로 등장하는 스푸트니크는 러시아어로 ‘여행의 동반자’를 뜻한다. 이 소설에서 스푸트니크는 끝없는 우주의 어둠 속에서 외톨이로 지구를 맴도는 인공위성으로 비유되는 인간의 고독과 소외의 상징으로 쓰이며 이처럼 우리들의 절대 고독, 있으나마나 한 존재의 상실감과 소외를 의미한다.

이 고독과 단절이라는 주제가 하루키가 삽입한 몇 가지의 에피소드와 뒤섞이며 소설 속에서 하루키의 처절한 사색과 번민을 통해 예리하게 반영되어 묘사되며 끝없이 ‘변주’되는 점이 독자들이 작품을 깊이 있게 감상할 포인트의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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