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쓰라린 '변절의 역사' 대공개

2014.12.15 10:10:03 호수 0호

믿는 사람만 쓰는데 툭하면 배신 '왜?'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또 한 번 배신을 당했다. 배신의 아픈 추억 때문에 믿을 수 있는 사람만 쓰자는 게 원칙이라는 박 대통령은 아이러니하게도 정치입문 후 어떤 정치인보다도 많은 배신을 당했다. 그들은 왜 박 대통령 곁을 떠난 것일까? <일요시사>가 박 대통령을 괴롭혀온 변절의 역사를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또 한 번 배신을 당했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이 불거진 후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장관은 난데없이 “박 대통령이 당시 자신을 직접 불러 국·과장의 교체를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그렇지 않아도 궁지에 몰려 있던 박 대통령은 유 전 장관의 폭로로 더욱 입지가 좁아졌다.

배신의 아이러니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측근들의 배신을 지켜보면서 믿을 수 있는 사람만 쓰자는 게 원칙이 되었다는 박 대통령.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박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한 후 그 어떤 정치인보다도 많은 배신을 당했다.

특히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경쟁은 박 대통령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다. 박 대통령이 2004년 당 대표를 맡은 이후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사실상 박 대통령의 독주체제였다. 그런데 막상 대선 경선이 시작되자 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대거 이명박 후보 캠프 쪽으로 옮겨갔다.

박 대통령의 도움으로 당 대표 자리에 올랐던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는 대선 경선 때 경선 룰을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하게 바꿨고, 박 대통령과 함께 남해 여행을 다녀오기도 할 정도로 가까웠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특히 전여옥 전 의원의 경우는 한때 ‘박근혜의 복심’으로 불릴 정도로 박 대통령과 가까웠으나 대선 경선 때 이명박 캠프에 참여한 후 한순간에 ‘박근혜 저격수’로 돌변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전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의 후광으로 당 대변인을 지냈고 당 최고위원까지 올랐던 인물이었다.

전 전 의원은 대선 경선 전만 해도 박 대통령에 대해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건 사심 없는 정치인’이라면서 그야말로 입안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그런데 2007년 대선 경선이 시작되자 박근혜 저격수로 돌변한 전 전 의원은 ‘박근혜의 화법은 어린이 수준’이라느니 ‘지도자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데 박근혜는 책을 안 읽는다느니’ 하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역시 애증의 관계다. 두 사람의 인연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맡으면서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당시 김 대표를 당 사무총장으로 임명했고, 이때부터 김 대표는 ‘친박 핵심’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두 사람은 대선경선이 끝난 후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세종시 문제에 대한 의견 차이로 자주 부딪히더니 급기야 김 대표는 친이계의 지원을 받아 원내대표가 됐다. 결국 두 사람은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된다. 김 대표는 18대 총선에서는 친박이라는 이유로 공천에서 탈락했는데 19대 총선에서는 탈박이라는 이유로 공천을 받지 못하는 기구한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궁지 몰리면 배신자 반드시 나타난다
원칙 따지다 측근 챙기기 소홀했나?


지난 2012년 대선 때 두 사람이 다시 손을 잡긴 했지만 김 대표가 한때 개헌론을 부각시키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여전히 냉랭하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두 사람의 인연을 ‘애증의 10년’으로 부른다.

새누리당 진영 의원도 박 대통령에 큰 상처를 남긴 인사다. 진 의원은 특이하게도 탈박과 복박을 거듭했던 인사다. 진 의원은 지난 2004년 박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친박 인사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2007년 대선경선에서 박근혜캠프에 참여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면서 사이가 멀어졌고, 세종시 수정 추진 당시에도 박 대통령과 부딪혔다. 


하지만 2012년 다시 박 대통령과 사이가 가까워지면서 지난 대선에서는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고 대선이 끝난 직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까지 맡았다. 또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는 보건복지부장관을 맡아 그야말로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그런데 진 의원은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정부의 기초연금안에 반대한다면서 보건복지부장관직을 자진사퇴하는 초강수를 뒀다. 진 의원은 정홍원 총리의 사표 반려와 청와대의 업무복귀 지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진 의원의 사퇴로 박 대통령은 당시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또 현재 새누리당 의원 중 친박으로 분류되는 의원은 절반이 넘지만 각종 당내 선거 때마다 의외의 반란표가 나와 박 대통령과 핵심 친박 인사들을 당혹케하고 있다. 하반기 국회의장 경선에서는 친박의 지원을 받은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비박계인 정의화 의원에게 101대46으로 참패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범친박 인사 중 상당수가 벌써 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자서전을 통해 “사람이 사람을 배신하는 일만큼 슬프고 흉한 일도 없다”고 적었다. 그만큼 배신에 민감했던 박 대통령은 왜 연거푸 배신을 당하는 것일까?

정치권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의 2인자를 절대 용인하지 않는 원칙이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친박계 내에서는 ‘튀면 죽는다’는 분위기가 있어 스스로 정치적 성장을 하기보다는 언제나 박 대통령의 후광에만 의지해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저 국회의원이나 몇 번 하려는 정치인들로서는 박 대통령의 후광에만 만족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큰 꿈을 꾸고 있는 이들에게는 박 대통령의 굴레가 오히려 방해가 되기 때문에 참지 못하고 뛰쳐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오랫동안 정치를 했지만 정치권 특유의 남성적 문화에 스며들지 못한 것도 하나의 이유로 지적된다.

조심해도 당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들은 서로 형님 동생하면서 으쌰으쌰 하는 문화가 있는데 박 대통령은 늘 존댓말을 쓰며 측근들과도 거리를 둔다. 그래서인지 친박계는 끈끈한 무언가가 느껴지지 않고 다소 비즈니스적인 관계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측근들을 잘 챙기지 않기 때문에 친박계는 구심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 대통령도 당선 이후 수많은 낙하산 인사 논란에 시달렸지만 역대 정부와 비교하면 그 수가 적은 편이다. 취임 초 박 대통령에게 측근들을 챙겨야 한다고 조언한 인사에게 “이러려고 저를 도우셨어요?”라며 면박을 줬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하지만 정치권 인사들은 “대통령이 가진 가장 강력한 권한 중 하나가 인사권인데 측근들을 챙기지 않으면 측근들이 말을 들을 리 없고 반란 움직임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며 “역대 대통령들이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낙하산 인사를 실시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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