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빅매치’ 대기업 분쟁 2제

2010.04.13 09:11:15 호수 0호

골리앗 vs 골리앗 ‘자존심’ 걸었다

‘골리앗’과 ‘골리앗’이 제대로 붙었다. 대기업간 치열한 분쟁이 벌어지고 있어 그 결과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빅매치’에 나선 ‘선수’들은 SK와 쌍용, 삼성과 LIG다. 이들 기업은 각각 시스템업계와 방산업계의 쌍두마차란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자존심을 건 팽팽한 대결 속으로 들어가 봤다.

SK-쌍용, ‘SI 수주’제안서 도용 놓고 법정다툼
삼성-LIG, ‘TMMR 입찰’ 유착·정보유출 공방전


SK와 쌍용은 해외 시스템통합(SI) 프로젝트 수주를 놓고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쌍용정보통신은 2011년 1월 카자흐스탄에서 개최 예정인 ‘7회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통합정보시스템 구축’프로젝트 입찰에서 SK C&C가 자사의 과거 스포츠 SI 부문 기술제안서를 도용한 증거를 포착, 법적 대응에 나섰다.

“끝까지 간다”



쌍용정보통신은 지난 2월 SK C&C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해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영업비밀 침해행위 및 사용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냈다. 문제의 사업 규모는 약 430억원에 이른다. 현재 입찰이 진행 중인 이 사업은 이달 말쯤 사업자가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SK C&C와 쌍용정보통신 외에도 삼성SDS가 참여한 상태다.

쌍용정보통신 관계자는 “SK C&C가 지난해 11월 대회 조직위원회에 제출한 1차 기술제안서 내용을 검토한 결과 50% 이상이 쌍용정보통신의 기술제안서 내용을 도용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국제 스포츠 정보기술(IT) 수행 실적이 없는 SK C&C가 수주가 어려워지자 쌍용정보통신 전 직원을 채용하는 등의 수법으로 제안서를 베꼈다”고 주장했다.

SK C&C는 억측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SK C&C 측은 “쌍용정보통신이 낸 가처분 신청은 모두 3가지 중 2가지(입찰금지, 전 직원 채용금지)가 기각 당해 사실상 쌍용의 패소나 다름없다”며 “그나마 가처분이 받아들여진 것도 4월13일로 예정된 2차 입찰시 1차 입찰에서 제안한 영업비밀 침해 논란 부분만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업비밀 침해 주장은 왜곡된 것으로 근거 없는 흠집 내기에 불과하다”며 “쌍용정보통신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있었던 지난 3월16일부터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2차 입찰을 앞두고 갑자기 가처분 보도자료를 배포한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지난달에도 두 업체는 여수 u엑스포 통합시스템 및 IT인프라 구축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놓고 ‘저가 덤핑수주’공방을 벌인 바 있다. 쌍용정보통신은 SK C&C가 사업예산의 66% 수준인 226억원으로 사업을 수주했다며 감사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 사업의 예상금액은 377억원이었는데, SK C&C가 150억원을 깎아 투찰했다는 것이다. 이에 SK C&C는 “정당한 절차를 통해 사업을 수주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최근엔 쌍용정보통신와 SK C&C의 싸움에 삼성SDS까지 가세해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삼성SDS는 지난달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를 상대로 입찰절차 무효를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삼성과 LIG도 대형 사업을 두고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삼성탈레스는 지난달 방위사업청이 주관하는 TICN사업의 우선입찰 대상자 선정 과정에 불공정 입찰 의혹이 있다며 ‘입찰절차의 속행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기했고, 법원이 최근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이 사업의 입찰은 당분간 중단됐다.

방산업계에서 민간업체가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 또 입찰이 중단된 것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TICN사업은 육·해·공군이 작전시 이용하는 각종 무선장비들을 현대화하는 사업이다. 사업규모는 4조3000억원 정도다. 총 6개 부문의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삼성탈레스와 LIG넥스원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이중 핵심인 1조3000억원대의 전투무선통신체계(TMMR) 입찰 업체가 방위사업청의 재평가로 삼성탈레스에서 LIG넥스원으로 바뀌자 분쟁이 촉발됐다.

방위사업청은 TICN 사업 입찰을 위해 지난해 10월 7개 업체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평가했는데 2주 뒤 입찰 업체인 LIG넥스원이 “삼성탈레스가 제안서에 쓴 CMMI Level 4 인증에 문제가 있다”며 민원을 제기했고, 이 인증은 유효기간이 지난 것으로 밝혀져 지난해 12월 재평가를 실시해 LIG넥스원을 선정했다.

삼성탈레스는 “방위사업청이 TMMR사업을 심사하면서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은 자사를 제쳐놓고 2위였던 LIG넥스원을 우선사업대상자로 선정했다”며 “경쟁사가 제기한 민원을 이유로 평가 기준을 바꿔 재평가하는 등 LIG넥스원과 방위사업청이 유착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LIG넥스원 측은 “방위사업청과 유착이 없었고 정보유출도 없었다. 평가에 전혀 문제가 없는데 삼성탈레스가 트집을 잡고 있다”고 받아쳤다.

“화해는 없다”

두 대기업은 ‘문자 메시지’사건으로도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탈레스는 사업자 평가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12월 LIG넥스원 직원이 보낸 ‘우리가 선정될 것 같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경쟁사인 삼성탈레스 직원의 휴대전화에 수신되자 정보유출 의혹을 제기했었다. 

이에 LIG넥스원 측은 “사업 담당 직원이 LIG넥스원 해당 임원에게 보낼 정보 보고 문자가 이름이 비슷한 삼성 직원에게 실수로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사건은 현재 방위사업청이 국방부 검찰단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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