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파이브 초대형 유령단지 전락 왜?

2010.04.13 09:14:38 호수 0호

“민심 외면한 탁상행정이 ‘적자경영’ 이끌었다”


준공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가든파이브’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재작년 이미 완공 됐지만 현재까지 정식 개장을 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터무니없이 높은 분양가에 상인들이 등을 돌리면서 상가 곳곳이 텅 비어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다급해진 발주처 SH공사는 각종 지원혜택과 부지용도 변경, 대기업 유치 등 갖가지 묘수를 내놓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업계 곳곳에선 사업 초반부터 ‘무리수’였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아시아 최대 유통단지로 기대를 모았던 가든파이브가 ‘유령단지’로 전락하고만 이유는 뭘까.


완공 후 15개월 째 개장 지연…상가 분양 55%·입주율 26%
고분양가에 상인들 ‘외면’…SH공사 매일 1억 이자로 ‘펑펑’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대형 유통단지 ‘가든파이브’를 찾았다. 서울지하철 8호선 장지역 3번 출구와 이어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가자 넓은 대형광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광장을 기준으로 원형 형태로 둘러싸인 10층 높이의 웅장한 상가 건물은 한 눈에도 멋스럽게 느껴졌다. 총 4개의 동으로 이루어진 가든파이브는 연면적 82만300m² 규모로 덩치가 코엑스몰의 6배에 달한다.

가든파이브는 2006년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시절 착공됐다. 청계천 복원 사업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인근 상인들에게 상가보상 차원으로 대거 이주단지를 조성해주려던 것이 본래의 취지다. 하지만 SH공사의 주도 아래 1조3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가 투자돼 설립된 이 단지는 2008년 12월 준공 후 아직까지 정식 개장을 못하고 있다. 애초 지난해 4월과 7월에 이어 9월로 수차례 개장이 연기됐고, 올해 3월로 예정됐던 개장도 끝내 무산되면서 사실상 언제쯤 문을 열 수 있을지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건물 입주자 드물어
음산한 기운만 가득 



최신시설의 대형 유통단지가 준공 이후 빛도 보지 못하고 있는 원인은 낮은 분양률 탓이다. 업계에 따르면 가든파이브의 전체 상가분양률은 지난 3월 기준 55%에 그친다. 그나마 SH공사가 준공 후 개장을 1년간 연기하고 특별 분양 외에 일반분양까지 진행하며 분양률을 끌어올린 결과다. 또한 SH공사는 인테리어 비용 제공 등 파격적인 할인 혜택 및 유명연예인을 내세운 화려한 광고를 앞세우는 등 분양률 인상에 안간힘을 썼다.

지난해 SH공사가 집행한 광고비만 무려 327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분양 계약자 중 실제 상가에 입점해 있는 상인들은 그 절반인 26%에 불과하다. 전체 8000여개의 점포 중 2000여개만이 입점해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가든파이브를 두고 ‘아시아 최대 유령단지’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실제 현장을 찾은 이 날 가든파이브는 ‘유령단지’라는 오명처럼 쥐죽은 듯 조용한 모습이었다. 영(young), 패션, 리빙, 테크노 등 4개관으로 구성된 단지 대부분이 비어있어 휑한 기운이 가득했다. 가든파이브 외벽에 걸린 대형 광고판에는 신발·서점·식당 등 일부 매장이 정상영업 중이라는 안내가 적혀있지만 실제 운영 중인 점포는 소수에 불과했다. 운영 중인 점포도 관리자 한 명만이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는가 하면 주인도 없이 상품만 전시된 채 방치된 매장도 다수였다.

대형 유통가 입점
‘희망의 불씨’ 될까

당연히 이곳을 찾는 고객도 드물었다. 영관 10층에 위치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찾는 커플들만이 간간이 발걸음 할 뿐이었다. 인근에 거주한다는 한 시민은 “영화관에 들렀다가 식당이 있다는 안내문을 보고 내려왔지만 길 안내가 변변치 못한 텅 빈 건물이라 찾기가 어렵다”며 “건물에 사람이 너무 없어 음산한 기운마저 느껴진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 발주처인 SH공사의 피해도 상당하다. 가든파이브 조성 당시 사업비 1조3000억원 전액을 빚을 냈던 SH공사는 현재 매일 이자만 1억원 가량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정계에선 “잘못된 행정으로 인한 피해를 서울시가 국민들의 혈세로 대납하고 있다”며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자금 압박이 심각해진 SH공사는 최근 들어 분양률 상승과 조속한 개장을 위해 가든파이브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궤도수정에 들어간 모습이다. SH공사는 지난 6일 가든파이브의 개발 계획을 바꿨다. 상가 용지를 줄이는 대신 오피스 빌딩, 주상복합 아파트 등을 지을 수 있는 복합용지를 늘린 것. 이에 따라 가든파이브 내 순수 상가용지는 애초 계획보다 40%가량이 줄어들게 됐다.

사업비 1조3000억 덩치는 코엑스몰 6배
유명연예인 내세운 광고비 한 해 327억 


공사측은 토지 용도를 바꿔 이를 민간에 처분, 호텔·전시장·문화복합시설 등을 지을 수 있도록 했다. SH공사는 단지의 활성화를 위해 가든파이브 내 대형 유통할인점도 입점시켰다. SH공사는 지난 2일 이랜드그룹의 뉴코아아울렛과 신세계 이마트 매장의 입점을 위한 본 계약을 마쳤다고 밝혔다. 공사에 따르면 뉴코아아울렛 매장은 지난해 12월 계약 당시 라이프 패션관 및 영관(1~7층) 총 14개 층에 입점할 예정이었지만 입점을 반대하는 기존 상가 계약자들로 인해 1개 층을 제외한 총 13개 층을 대상으로 본 계약을 체결했다.

또 지난 2월23일 SH공사가 툴관 지하 1층에 대형할인점 점포 261개에 대한 분양 입찰을 실시한 결과 신세계 이마트가 입찰자로 최종 확정됐다. 공사측은 뉴코아아울렛과 이마트의 입성으로 인근 유동인구를 대거 끌어들여 단지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계획이다. SH공사 한 관계자는 “이마트는 인테리어 작업 등 시설물 설치공사가 완료 되는대로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며 “뉴코아아울렛의 인테리어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5월 초 오픈이 가능해 가든파이브의 상반기 그랜드오픈도 문제없이 진행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높은 몸값·탁상행정 오류
업계 “첫 단추부터 잘못”

하지만 대형 유통업체와의 계약을 이끌며 성공적인 단지 활성화를 기대하는 SH공사와 달리 업계 관계자들이 바라보는 가든파이브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관계자들은 가든파이브의 분양 사업을 두고 “초기 건설 단계부터 ‘무리수’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든파이브의 사업 계획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며 “SH공사는 분양률을 올리기 위한 눈앞의 정책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사업의 본래 목적부터 다시 살펴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업계 전문가들이 바라본 가든파이브 사업의 잘못 끼워진 단추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현실과 동 떨어진 상가 설계 및 분양가, 유동인구 책정 수준 등이 그것이다. 이 중 가든파이브의 높은 몸값은 대표적인 분양 부진 요인이다. 현재 가든파이브 내 상가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23.1㎡(7평) 기준 평균 1억7000만원선이다. 7000~8000만원선으로 예상됐던 분양가가 2배나 껑충 뛰면서 당초 이주를 목적으로 분양을 예정했던 청계천 상인들이 대거 이탈하고 말았다.

대부분 100~200만원의 월세를 지불하며 영세하게 상가를 운영해오고 있는 이들에게 억대의 분양가는 엄두를 내기조차 힘든 탓이다. 현재 가든파이브는 최초의 계획인 청계천 상가의 이주단지로서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SH공사가 낮은 분양률에 빈 점포 채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기존의 콘셉트와 무관한 업체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단지는 존재조차 모호해져 가고 있다.

단지 내 점포수가 무리하게 많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업계에 따르면 애초 SH공사는 단지 설립 전 청계천 상인 6만명을 대상으로 이주 동의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10%가량이 의사를 밝힌 점을 기준으로 점포수를 총 8360개로 정하고, 약 25만평에 달하는 부지에 대규모 상가시설을 건립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가든파이브는 전체 매장의 1/4에 달하는 입점률을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가든파이브의 분양 유치 실패를 두고 ‘탁상행정의 실패작’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또한 대규모 유통단지에 비해 유동인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SH공사는 가든파이브가 성남·송파·잠실을 잇는 교통의 요지일 뿐 아니라 위례신도시를 비롯한 뉴타운 등 인근 지역 개발 호재로 인해 외부 인구가 대거 유입돼 상가 활성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인은 “가든파이브가 장지역과 연결되는 등 교통 요지에 위치한 것은 이점이지만 아직까지 이 일대 상주인구가 25만평에 달하는 대규모 유통단지를 감당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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