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걱정거리

2010.03.23 09:18:10 호수 0호

야심작 줄줄이 ‘쓴맛’… 오판? 전략?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차세대 ‘먹을거리’로 찍은 야심작이 줄줄이 좌초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추진 중인 신성장동력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직접 신사업을 챙긴 이 회장으로선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회장은 올해가 시한인 ‘빅스텝 2010’비전마저 결실이 불투명해지자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꺼멓게 타 들어가고 있는 이 회장의 속을 들여다봤다.


차세대 주력사업 잇따라 철수 “먹을거리 없다”
이 회장 호언장담 ‘빅스텝 2010’달성 불투명


국내 주요 그룹들이 ‘먹을거리 사냥’에 혈안이다.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는 대기업의 최대 관심이자 핵심 과제로 부상한지 오래다. 이미 구체적인 로드맵을 완성한 대기업들은 검토 단계를 넘어 속속 실행에 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지주회사 체제로 출범한 코오롱그룹도 예외가 아니다. 이웅열 회장은 몇해전부터 화섬업체란 꼬리표를 떼어 내고 첨단산업으로 제2의 도약을 이루기 위해 신성장사업 육성을 중점 과제로 삼고 물색해왔다.

하지만 이 회장이 차세대 먹을거리로 찍은 야심작은 줄줄이 좌초됐고, 그나마 추진 중인 신성장동력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주력으로 꼽은 사업들이 실패와 난항을 거듭하면서 올해가 시한인 ‘빅스텝 2010’결실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근 접기로 한 네이처시티도 그 중 하나다.

‘실패…난항…’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중저가 시장을 겨냥해 선보였던 네이처시티를 시중에 선보인지 1년 반 만에 정리하고 있다. 네이처시티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차세대 주력 브랜드로 육성했던 아웃도어 브랜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기존 코오롱스포츠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지만, 실제 철수 이유는 매출 부진 때문으로 알려졌다.

코오롱그룹의 신성장사업 철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여러 번 실패의 쓴맛을 봤다. 이 회장이 직접 챙긴 이동통신, 수입차, 금융업 등 3대 사업이 대표적이다. 코오롱그룹은 1990년 그룹의 미래를 이끌어 갈 주력사라며 코오롱정보통신을 설립한 뒤 국내 IT분야의 선두기업을 목표로 1994년 신세기통신의 2대주주로 참여해 통신사업에 진출했지만 유동성 위기로 1999년 지분 전량을 SK에 넘겼다.

이 회장은 당시 “그룹의 미래를 팔았다”며 매우 침통해 했다는 후문이다. 이 회장은 개인 홈페이지에 신세기통신 주식 매각을 그룹 회장으로서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회장은 2003년 개인휴대단말기(PDA) 업체인 셀빅을 인수하는 등 의욕적으로 휴대폰 시장을 다시 노크했지만 공염불로 끝났다.

수입차 직수입 사업도 마찬가지다. 코오롱그룹은 1988년 국내 대기업으론 처음으로 수입차(BMW) 직판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1995년 독일 BMW가 BMW코리아를 설립하면서 수입권을 가져가 딜러로 전락했다. 이 회장이 수입차 사업에 애정을 쏟은 탓에 2008년 일본 스바루를 통해 수입차 직수입에 재도전했으나 결국 백지화됐다. 금융업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코오롱그룹은 2000년 코오롱캐피탈을 세우고 본격적인 금융사업 진출을 시도했지만, 2004년 경영 부실로 하나은행에 매각하면서 금융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이 회장은 같은해 코오롱캐피탈의 단일 금융회사 사상 최대 규모(473억원) 횡령 사건으로 리더십에 치명타를 맞기도 했다. 이외에 코오롱그룹의 야심작이었던 편의점 로손과 코오롱마트, 캐주얼 브랜드 팀버랜드, 고기능성 합성섬유 스판덱스 사업 등도 만성 적자에 허덕이다 매각하거나 철수했다.

또 신성장동력으로 세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업체 네오뷰코오롱, 유통 프랜차이즈 업체 코오롱웰케어(W-스토어), 고속도로 휴게소 업체 덕평랜드(덕평휴게소) 등은 당초 기대와 달리 실적이 좋지 않아 ‘돈 먹는 하마’로 추락했다. 여기에 믿었던 코오롱건설마저 미분양 누적 등으로 휘청거리고 있어 이 회장의 골칫거리가 됐다.

이 회장이 지난해 그룹의 미래 전략사업으로 공식 선언한 물사업, 태양광사업 등 친환경 사업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코오롱그룹은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공격적인 M&A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만한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

코오롱그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곧 200%가 넘는 높은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는 이 회장이 공언한 ‘빅스텝 2010’달성을 어둡게 하는 대목이다. 이 회장은 2006년 초 ‘2010년 매출 20조, 당기순이익 1조5000억원을 돌파해 재계 10위권에 진입하겠다’는 내용의 ‘빅스텝 2010’을 그룹 미래비전으로 선포했다.

이를 위해 ▲첨단소재(전자·자동차·생활산업) ▲화학바이오(정밀화학·제약·의약) ▲건설서비스(건설·환경·패션·유통·정보통신) 등의 전략사업군을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미래성장동력이 될 신사업을 확보해 회사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다는 구체적인 전략도 공개했다. 이 회장은 당시 “향후 5년간 그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그룹 역사에 괄목할 만한 도약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열정과 믿음으로 힘차게 걷다보면 2010년 분명히 큰 도약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포부만 크다”

그러나 코오롱그룹은 2008년 말 기준 자산 6조원, 매출 7조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재계 순위(공기업 제외)의 경우 이 회장이 총수에 올랐던 1996년 20위권에서 오히려 내려앉아 30위권에 머물러 있다. 코오롱그룹 측은 잇단 사업 철수에 대해 ‘실패’가 아닌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가 사업을 벌였다 접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지주회사 체제 출범을 앞두고 비핵심 사업 분야 철수, 계열사 통·폐합, 비업무용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한계사업 대신 핵심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벌여왔다”고 말했다. 그는 ‘빅스텝 2010’에 대해선 “상징적인 의미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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