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나 vs 웅진 ‘동상이몽’막후

2010.03.02 13:44:14 호수 0호

동지서 적으로… 제대로 한판 붙는다


코리아나화장품과 웅진간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그동안 맺었던 동맹이 깨졌기 때문이다. 22년 동업자 관계에서 하루아침에 경쟁자로 돌아선 두 기업 사이엔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전운이 감지된다. 미묘한 긴장감에 휩싸인 두 회사의 인연과 결별을 재구성해봤다.


웅진, 11년 전 손 뗐던 화장품사업 다시 진출
코리아나 텃밭 우선 타깃?…‘폭풍전야’전운


지난 여름 화장품업계에 수상한 소문이 떠돌았다.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는 웅진이 화장품사업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내용이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퍼진 이 소문은 좀처럼 진화되지 않았다. 웅진과의 관계가 남다른 코리아나화장품으로선 기분 나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자칫 ‘동지’끼리 밥그릇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면서도 코리아나화장품은 “소문은 소문으로 끝날 것”이라며 웅진의 화장품사업 진출설에 대해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코리아나화장품은 웅진이 국내 화장품시장 진출 의사를 넌지시 비칠 때만 해도 “설마 설마”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은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 시내 힐튼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을 발판으로 화장품사업의 국내 진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 화장품시장이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큰 투자비용 없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리아나화장품은 “웅진의 화장품사업 진출이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설마 설마”하다가…



그도 그럴 것이 두 회사의 인연은 각별하다.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창업 동지였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1988년 한 조찬 자리에서다. 윤 회장은 이미 국내 출판업계에서 성공을 거둔 뒤였고, 유 회장은 화장품 회사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 윤 회장은 유 회장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동업을 제의했고, 유 회장이 이를 받아들여 화장품회사를 세웠다.

바로 코리아나화장품(옛 사랑스화장품)이다. 코리아나화장품은 창업 5년 만인 1993년 업계 4위에 올라섰다. 윤 회장은 경영 일체를 유 회장에게 맡겼다. 두 회장의 ‘아름다운 동업’은 1999년 ‘아름다운 이별’로 또 다시 화제를 모았다. 윤 회장이 외환위기 때 웅진이 어려움을 겪자 자금 마련을 위해 코리아나화장품 지분 전량을 매각한 것.

윤 회장은 이 돈으로 웅진의 내실을 다질 수 있었고, 유 회장은 전문경영인에서 오너로 우뚝 섰다. 이는 재계에서 보기 드문 성공적인 동업 사례로 꼽혔다. 이런 이유로 유 회장은 웅진을 철썩 같이 믿었다. 유 회장은 지난 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웅진의 화장품사업 진출설에 대해 “안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윤 회장은 나와 나쁜 사이가 아니므로 코리아나화장품과 경쟁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믿는다”며 “웅진이 복잡한 국내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웅진이 화장품사업을 공식화하면서 두 회장간, 두 회사간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최근 기업 실적설명회에서 화장품사업 로드맵을 공개했다. 웅진코웨이는 “2000년 첫 진출한 중국에서 연평균 72%의 성장세를 보이는 등 중국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올 9월 출시를 목표로 현재 브랜드 및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2014년까지 화장품 사업에서 매출 2000억원을 올려 업계 3위권 화장품 업체로 올라서겠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가 22년간 동업자에서 하루아침에 경쟁자로 돌아선 것이다. 코리아나화장품은 그제야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같은 화장품 업계에서 경쟁하는 것도 부담이지만 웅진의 목표가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닌 눈치다. 코리아나화장품은 약 7조원 규모로 연평균 5%대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에 이어 3위를 지키고 있다.

결국 웅진이 코리아나화장품의 자리를 넘보는 셈이다. 업계는 웅진의 화장품사업 진출이 현실화되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2강 체제’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판매 방식도 부딪친다. 양측의 경쟁이 ‘방판 대결’로 비춰지는 이유다. 웅진은 화장품 마케팅에 정수기, 비데 등 방문판매 유통채널과 노하우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코리아나화장품은 방문판매가 전체 매출의 70∼80%를 차지한다.

이 와중에 웅진의 화장품업체 인수설까지 흘러나오고 있어 코리아나화장품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그 타깃이 코리아나화장품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관측 탓이다. 업계와 증권가에선 화장품은 여타 제품과 달리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아 웅진의 틈새 공략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웅진 측은 코리아나화장품과 직접적으로 경쟁할 가능성이 없다고 부인했다.

웅진 관계자는 “웅진의 주력은 고기능성 제품이기 때문에 코리아나화장품과 상품이 겹치지 않는다”며 “경쟁자 관계로 보기보다 함께 상생하고자 하는 지속적인 동반자 관계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윤 회장이 코리아나화장품 지분을 매각하면서 10년간 국내에서 화장품사업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지난해 시효가 끝나 도의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코리아나화장품 인수설에 대해선 “전혀 그렇지 않다”고 못 박았다.

코리아나화장품 측은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내부 인사들의 표정은 어둡다. 회사 한 직원은 “말이 좋아 선의의 경쟁이지 웅진이 첫 제품을 내놓으면 1, 2위 업체에 앞서 코리아나화장품과 박 터지는 승부가 벌어질 것”이라며 “동업자끼리 경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변절? 협정대로?

재계는 신사업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한창이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실정.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다시 만나는 경우도 다반사다. 22년간 이어온 코리아나화장품과 웅진의 우호관계가 언제까지 유효할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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