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도 인터넷도 “안전지대 없다”

2010.01.19 10:00:00 호수 0호

경인년 당신 노리는 신종사기는 바로 이것!



불황 속에서 독버섯처럼 자란 사기수법 날로 진화
환승론, 주식, 부동산 투자 등 노린 금융사기 속출

그야말로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다. 당신의 돈을 노리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사기꾼들 때문이다. 이들이 벌이는 신종사기는 길 위에서도, 인터넷에서도, 심지어 집 안에서도 버젓이 일어난다. 최근에는 환승론이나 부동산 투자 등을 미끼로 한 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금전적 손실이 큰 사기가 대세를 이루고 있기도 하다. 전화 한 통에 속수무책 무너지고 마는 보이스피싱도 나날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2010년 염두에 둬야 할 신종사기를 추적했다.



최근 기승을 부리는 신종사기 중 하나는 금융관련 사기수법이다. 그중 하나는 ‘환승론’을 미끼로 한 사기. 환승론은 고금리 대부업체의 대출을 금리가 낮은 제도권 금융회사 상품으로 전환해 주는 일종의 금융 상품이다. 즉 높은 이자로 대출을 받은 뒤 싼 이자로 갈아탈 수 있는 방법이다.

환승론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노리고 돈 벌 궁리를 하던 유모(33)씨 일당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먹잇감을 찾그들의 눈에 들어온 이들은 지식검색 게시판 등에 대출 관련 상담을 한 사람들.

이들에게 유씨 일당은 자신들이 유명 은행의 대출상담사라고 속인 뒤 메일을 써 보냈다. 유씨 일당이 쓴 내용은 “기존 대출금을 입금하면 환승론을 이용해 낮은 이자의 대출 상품으로 바꿔주겠다”는 것. 

이를 보고 혹한 사람들은 50여 명에 달했다. 높은 대출 이자로 골머리를 앓던 이들은 유씨 일당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자신의 대출금을 입금했다. 이런 식으로 그들이 뜯어낸 돈은 2억3000만원. 2008년 2월부터 시작된 유씨 일당의 사기행각은 결국 서울 광진경찰서가 이들을 구속하면서 끝이 났다.

경찰관계자는 “피해자들은 대부분 신용등급이 낮아 대부업체 등에서 돈을 빌린 서민들이었다”며 “환승론으로 신용을 회복할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 돈을 빌리면서까지 이들 일당에게 입금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부동산 투자를 미끼로 돈을 뜯어내는 신종 부동산 사기 역시 서민들을 울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3000억원대 부동산 펀드 사기가 발생해 관련 범죄의 심각성을 알렸다. 수많은 피해자들을 낳은 일당은 유명 백화점에서 투자자대회 등을 개최하는 등 피해자들이 혹할 만한 이벤트를 열어 수천억원의 투자금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싼 이자로 갈아타 봐”
궁한 서민 너도나도 속아

서울중앙지검 부동산투기사범합동수사부는 제주와 강원, 경북 등지의 부동산을 개발할 것처럼 속여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특경가법상 사기 등)로 부동산 업체 사장 최모(54)씨 등 7명을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1999년부터 2008년 12월까지 부동산 테마파크 개발을 한다고 속여 7000여 명으로부터 총 3000억원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수법은 치밀했다. 분기별로 서울 시내 유명 백화점 등에서 투자자대회를 열어 믿을 만한 회사로 포장한 뒤 투자자들을 모았다. 망설이는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3년 이내 개발 완료’ ‘원금 3~5배 보장’ 등 투자자들이 솔깃할 조건들을 내세우며 이들을 유혹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애초에 이들이 약속한 개발 사업은 어느 곳에서도 이뤄지지 않았다. 투자자들이 항의를 할 때는 부동산 부지 가등기를 해주는 방식을 동원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뜯어낸 돈 3000억원 가운데 1000억원은 직원들에게 투자 유치 수당 명목으로 지급했고 나머지 1000억원은 회장의 가지급금으로, 나머지 1000억원은 일부 항의하는 투자자들에게 지연배상금으로 돌려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부동산 개발 계획을 흘리는 방식으로 돈을 뜯어낸 지방 인터넷 언론사 대표도 덜미를 잡혔다. 울산중부경찰서는 울산지역 인터넷 언론사 대표 A(54)씨에 대해 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06년 12월 평소 친분이 있는 B(51·여)씨의 복권방에서 “공무원들로부터 울주군청 이전 청사 부지 계획 정보를 받아 알고 있다”고 속인 뒤 부동산 매수 명목으로 지난해 6월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쳐 1억6000여 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A씨는 B씨에게 이전 청사 부근 부동산을 사 놓으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꾀어 돈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주식 관련 범죄도 속출해 주식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달에는 모의 주식 거래 현황을 진짜 상황인 것처럼 속이고 인터넷에 올려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기막힌 사기꾼들이 덜미를 잡혔다.


이 같은 신종 수법을 이용해 돈을 뜯어낸 장본인은 이모(40)씨와 방모(28)씨. 이들은 지난해 1월 서울 서초동과 대치동에 사무실을 차린 뒤 본격적인 사기행각을 시작했다. 일당이 생각해 낸 수법은 모의 선물옵션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인터넷에 실행시켜 투자자들을 속이는 방식.

이들은 먼저 3개월을 투자하면 원금의 130% 수익률, 6개월 투자에는 원금의 180%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허위광고를 내걸었다. 투자자 모집을 위해 판매원 460명도 고용했다. 판매원들에게는 투자자를 데려오면 실적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160여 명의 투자자들이 모였고 일당은 본격적으로 투자자들을 속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가짜 프로그램을 실행시킨 뒤 인터넷에 접속한 투자자들의 컴퓨터를 원격 제어해 가짜 거래 현황을 실시간 중계했다. 가짜 프로그램에는 실제로 수익이 나는 것을 보여줬고 이에 넘어간 피해자들은 너도 나도 투자금을 일당에게 보냈다.

이런 방식으로 이씨 일당이 벌어들인 돈은 무려 10억원. 깜박 속아 넘어간 투자자들은 320차례에 걸쳐 돈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가짜 주식 프로그램 실행
160명 투자자 깜박 속아

검사, 의사, 교사 등 전문직종에 있다고 속이고 벌이는 신종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엔 의사를 사칭해 약국 등에서 돈을 가로챈 이모(41)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9월부터 이달 초까지 의사를 사칭해 80여 개의 상점에서 5000만원의 돈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사용한 수법은 약국 등에 전화를 걸어 자신을 의사로 소개한 뒤 돈을 보내라는 방식이었다.

지난 3일 이씨가 벌인 범행에는 울산시 남구의 한 약국이 이씨의 타깃이었다. 이씨는 약국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치과원장이라고 말한 뒤 “차량수리 중인데 지금 수리비를 낼 수 없다”며 “카센터 직원을 보낼 테니 돈을 대신 내주면 내일 갚겠다”고 속였다.

조금 후 카센터 직원을 가장해 약국에 간 사람도 바로 이씨. 이씨는 약국에 가 치과원장의 부탁으로 왔다고 말한 뒤 30만원을 받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방식으로 이씨는 울산, 부산, 경기 등 전국을 돌며 약국, 안경점, 피부관리실 등 인근에 병원이 있는 상점만 골라 건당 30~60만원을 챙겼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병원 근처에 있는 가게 주인들은 병원 의사와 잘 지내야 한다는 마음에서 의사에게 쉽게 돈을 빌려줄 것이라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남부경찰서는 지난 11일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공무원을 사칭해 벌이는 신종 사기 범죄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최근에는 교사를 사칭해 돈을 빌린 혐의로 권모(54)씨가 덜미를 잡혔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권씨는 2008년 6월 청주의 한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고향 친구인 사업가 박모(54)씨에게 자신을 중학교 교사라고 속인 뒤 “교감 승진을 위해 로비자금이 필요하다”며 2100만원을 빌리는 등 총 1억7000만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마다 진화를 거듭하는 보이스피싱에도 ‘신상’은 있다. 최근에는 출장이나 여행 등으로 해외에 간 사람의 가족을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이 등장했다. 지난달 대만 타이베이로 출장을 갔던 이모(29)씨도 신종 사기에 걸려들었다고 호소했다.

이씨가 대만으로 떠난 다음 날 서울에 있는 이씨의 집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한 남성은 “대만에 간 이○○씨가 타이베이 거리에서 큰 사고를 당해 치료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놀란 가족들은 급히 이씨의 치료비를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이상한 점이 많았다. 누군가에게 들었던 사기수법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가족들은 돈을 부치기 전 출장을 함께 떠난 회사 동료에게 연락을 했고 이씨가 현지에서 멀쩡히 업무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까스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걸려들지는 않았지만 이씨 가족들은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한다. 전화를 건 사람이 이씨의 이름과 행선지, 집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정확히 알고 있어 하마터면 속아 넘어갈 뻔했기 때문이다.

무서운 신종 보이스피싱
정보 세세히 알고 접근

이와 유사한 사기 행각은 최근 전국에서 7~8건 접수된 것으로 드러나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수법은 출국자의 상세한 정보를 알고 전화를 건 데다가 해외에 간 사람과 연락이 쉽지 않다는 점을 노리고 벌이는 터라 다른 보이스피싱보다 속기 쉽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노인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파렴치한 신종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물정에 어두운 시골노인들을 상대로 한 사기행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시청 공무원을 사칭해 농어촌 지역 노인들을 속여 돈을 뜯은 혐의로 구모(47)씨가 덜미를 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구씨는 농어촌 지역을 돌면서 노인들에게 자신이 불법 건축물을 단속 중인 시청 공무원이라고 속였다.

구씨가 노린 이들은 옥탑방 등 불법 건축물에 살고 있는 노인들. 이들에게 구씨는 “항공사진에 이 집이 촬영됐는데 정상적으로 처리하면 벌금을 많이 물게 되지만 나에게 130만원만 주면 처리해 주겠다”고 속여 돈을 뜯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구씨는 공무원으로 속이기 위해 말끔한 행색을 하고 다니며 정부에서 사용하는 서류봉투까지 들고 다니면서 노인들을 속여 1500만여 원을 가로챈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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