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하나회’ 우리법연구회 커밍아웃 노림수

2009.11.24 09:22:47 호수 0호

명단 공개하지만 ‘완전공개’는 아냐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가 세상 밖으로 나서며 진통을 겪고 있다. 우리법연구회는 지난 9월 20년간의 비공개 운영을 정리하고 법원 내부전산망 ‘코트넷’에 정식 학회로 등록했다. 10월에는 처음으로 공개세미나를 갖고 폐쇄적인 법원 사조직이라는 법조계 안팎의 비판에 정면으로 맞섰다. 정기총회에서는 회원명단을 모두 공개키로 결정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 우리법연구회가 ‘학술단체’로 인정받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높기만 하다.

우리법연구회가 ‘폐쇄적’이라는 비판에 속살을 낱낱이 내비치는 것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지난 1988년 2차 사법파동을 주도하며 태동한 이래 줄곧 비공개로 있던 것을 올 한 해 대부분 ‘공개’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법연구회는 지난 9월1일 20여 년 만에 대법원에 정식 학회로 등록, 자체 세미나 일정 등을 법원 구성원들에게 알리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아예 공개세미나를 열어 외부에 우리법연구회의 ‘일상’을 내보였다. 지난 14~15일 양일간 충남 천안 상록리조트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는 회원명단 공개를 결정, ‘공개 방침’에 정점을 찍었다.



뿔난 연구회의 반격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총회에 참석한 회원들 중 일부는 “일부 언론의 의제설정에 왜 말려드느냐. 상관하지 말자”라며 명단 공개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원명단의 공개 여부와 방식 등에 대해 논의한 끝에 표결을 통해 공개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문형배 우리법연구회 회장(부산지법 부장판사)은 “법원 내부에서조차 우리법연구회가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 모르는 분들이 많아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외부에서 자꾸 명단을 공개하라고 하니 학술단체가 논문집을 펴내면서 거기에 싣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전했다.

회원명단은 우리법연구회가 매월 여는 학술세미나 결과를 엮어 발간하는 논문집 끝에 기재된다. 이렇게 하는 것이 학술단체로서 정체성을 알리면서도 자연스럽게 명단공개의 효과가 있다는 데 회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는 것.
 
그러나 당장 명단공개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법연구회는 4~5년에 한 번씩 논문집을 발간하고 있으며 가장 최근에 논문집을 낸 것은 2005년이다. 우리법연구회는 현재 5년치 논문이 모여 있는 만큼 이를 모아 내년에 논문집을 발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회원명단을 공개하라”고 줄기차게 목소리를 높였던 이들은 이들의 공개 방침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리법연구회의 해체를 꾸준히 주장해 온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7일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주성영 의원은 우리법연구회의 회원명단 공개 결정에 대해 “사실상 명단 공개는 의미가 없거나 의미가 많이 바랬다고 본다”면서 “현 단계에서는 큰 의미는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도 공개했고, 논문집이 외부에 전해지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논문집 말미에 회원들의 명단을 기재해왔다는 이유에서다.


주 의원은 “우리법연구회가 사법개혁 문제라든지 민주화 과정에서 일정 역할을 하고 공헌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시대상황이 많이 변했고 (우리법연구회도) 변했으니까 법원 내부에서도 이 모임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법연구회 소속 법관들의 사회적 역할은 이미 끝났다”면서 우리법연구회의 해체를 거듭 촉구했다.

우리법연구회의 회원 명단을 공개했던 자유주의진보연합도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우리법연구회의 ‘반쪽 공개’를 질타했다. 연합은 “우리법연구회의 홈페이지에 있는 공개세미나 자료를 보기 위해서는 회원가입을 해야 하지만 회원가입 후 인증결과는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홈페이지 회원가입자격이 우리법연구회 소속 회원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연합 측은 “학술연구회를 표방하면서 외부에 알려야 하는 학술연구결과를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자기 회원들끼리만 본다면 순수한 학술연구회가 아닌 특정한 의도를 가진 사조직이라 의심받아도 할 말이 없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정가 일각에서도 명단 공개에 대해 “우는 아이 떡 하나 주는 셈”이라며 “홈페이지도 꼭꼭 막아놓고, 학회 논문집이라는 오프라인에서만 명단을 공개한다면 그게 무슨 공개냐” “진정한 학회모임이라면 홈페이지도 공개하고 소속 판사들의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것이 맞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리법연구회 회장이었던 박상훈 변호사는 “매월 1회씩 모여서 헌법, 노동법이나 사법제도 등에 관해서 세미나를 열고 4~5년에 한 번씩 논문집을 발간하고 있다”는 활동상을 전하며 우리법연구회가 학술단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법을 연구하는 모임들이 수십 개 있다”는 말로 은근슬쩍 우리법연구회에 집중된 보수진영의 공세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점을 지적했다.

“왜 나만 갖고 그래”

그는 “신영철 대법관 문제나 야간집회 금지조항 위헌 결정 등은 기본적으로는 누가 이 문제를 주도했는지, 누가 이 문제를 제기했는지 하는 것을 따지는 것보다는 문제의 본질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총회에서 새 회장으로 선출된 오재성 성남지원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의 향후 활동에 대해 “변함은 없다”는 반응이다. 오 부장판사는 그러나 “우리가 무슨 활동을 하는 단체도 아니고 학술단체일 뿐”이라는 말로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의 ‘불필요한 오해’에는 선을 그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