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비밀 [제26탄] 롯데제과 ‘빼빼로’

2009.11.03 09:56:54 호수 0호

어른도 홀린 정체불명 ‘빼빼로데이’누구냐 넌?

[일요시사=경제1팀] 총체적 불황 속에서도 유독 잘 나가는 ‘절대 강자’가 있다. 막강 브랜드를 앞세운 기업들이다. 기업 수익과 직결되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확보한 아성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1등 브랜드’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 눈을 가린 ‘구멍’이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차원에서 히트상품의 허점과 맹점, 그리고 전문가 및 업계 우려 등을 연속시리즈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다이어리데이,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블랙데이, 로즈데이, 키스데이, 구구데이….’
유래가 명확치 않은 ‘소비촉진 기념일’들이다.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털게 만드는 이들 기념일은 남녀노소 누구나 아는 특별한 ‘데이’로 인식된 지 오래다.
빼빼로 과자를 주고받는 ‘빼빼로데이’도 이중 하나다. 롯데제과에게 11월은 ‘대박의 달’이다. 1년 중 최대 대목인 빼빼로데이가 낀 탓이다. ‘1’이란 숫자가 네 번 연달아 겹쳐지는 11월11일은 막대형 과자와 모양이 흡사해 빼빼로데이라 불리는 기념일이다.



‘국민 과자’ 명성 지켜
‘불량 짝퉁’까지 등장

이날을 전후해 매년 대대적인 행사를 벌이고 있는 롯데제과는 올해도 마찬가지로 소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푸짐한 경품을 주는 등 기발한 빼빼로데이 마케팅을 전개 중이다.
1983년 첫 선을 보인 빼빼로는 독창적인 길쭉한 막대모양과 스틱형 과자에 초콜릿이 가미된 맛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농심의 ‘새우깡’과 함께 ‘국민 과자’란 명성을 얻고 있다.

롯데제과에 따르면 빼빼로는 출시 첫해 약 40억원의 매출을 시작으로 2003년 300억원을 넘어선데 이어 지난해 사상 최고치인 560억원을 올리는 등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판매 실적이 지난 27년간 14배 정도 늘어난 것. 지난해까지 팔린 빼빼로만 무려 35억갑 이상이다. 국민 1인당 평균 70갑씩 먹은 셈이다.
특히 빼빼로는 전 국민에게 과자 공포증을 유발했던 ‘멜라민 파동’과 극심한 불황 한파에도 불티나게 팔렸다. 대내외 악재로 식품업계가 쑥대밭이 된 지난해 9월과 10월 빼빼로의 매출은 오히려 늘어 전년대비 약 50% 증가한 300억원을 기록했다.

식지 않는 빼빼로 인기의 일등 공신이 바로 빼빼로데이다. 빼빼로가 국민 과자로 올라선 것도 10년 넘게 지속된 빼빼로데이 덕분이란 평가가 절대적이다.
지난해 실적만 봐도 그렇다. 빼빼로데이를 앞둔 10월 한 달 매출은 연간 전체의 40%에 달했다. 빼빼로데이 특수 기간인 9∼11월 3개월간 매출로 따지면 각각 전년대비 30∼50%씩 늘어난 100억원, 210억원, 65억원 등으로 65%를 차지했다.

롯데제과가 시판 중인 빼빼로는 최초 제품인 ‘초코’(1983년 출시)를 비롯해 ▲아몬드(1984년) ▲딸기(1994년) ▲후레이크(1994년) ▲치즈(1995년) ▲커피(1995년) ▲땅콩(1996년) ▲헤이즐(1996년) ▲불고기(1996년) ▲땅콩크림(1997년) ▲누드(2000년) ▲블랙(2005년) ▲카카오(2006년) ▲레몬치즈(2007년) 등 모두 14종류다.
이 가운데 지난해 빼빼로데이 시즌에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700원짜리 오리지널 ‘초코 빼빼로’다. 롯데제과가 전국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110만개가 팔렸다. 이어 1000원짜리 ‘아몬드 빼빼로’, ‘누드 빼빼로’등이 뒤를 이었다. 


“여학생들 사이서 자연스럽게 시작”
<vs>“판매 늘리기 위한 업체 기획 작품

유통업계 관계자는 “10만원 이상 고가의 빼빼로 상품이 등장하는 등 초·중·고 10대에 머물렀던 빼빼로데이 소비층이 갈수록 성인들로 확대되고 있다”며 “덩달아 초콜릿 등 관련 제품들의 판매도 늘어 GS25, 세븐일레븐, 훼미리마트, 바이더웨이 등 편의점의 지난해 빼빼로데이 전후 평균 매출이 2007년에 비해 30∼50% 상승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롯데제과 측은 “지난해 특수기간인 9월부터 11월까지 팔린 빼빼로는 8100만여 갑으로 국민 1명이 1.6갑의 빼빼로를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 성수기(9·10·11월)엔 10∼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롯데제과는 11월11일 하루뿐만 아니라 매월 11일을 빼빼로데이로 굳히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롯데제과는 최근 ‘빼빼로 e-card 페스티벌’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전까지 11월11일에 국한했던 행사를 매월 11일로 확대한 것.
2010년 3월10일까지 진행되는 이 페스티벌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와 함께 친구의 이메일 주소(또는 휴대전화 번호)를 빼빼로 홈페이지(www.pepero.co.kr)에 올리면 매월 11일 전자카드(또는 문자)를 발송해 주는 행사다. 참가자에겐 매월 추첨을 통해 MP3와 콘솔게임기, 영화티켓 등을 제공한다. 빼빼로데이가 ‘범국민 기념일’로 자리 잡자 ‘짝퉁 빼빼로’까지 등장했다. 롯데제과로선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상술인 줄 알지만
올해도 선물하겠다”

문구점, 팬시점 등을 통해 유통되는 짝퉁들은 모양이 빼빼로와 비슷하지만 국적과 생산업체가 불분명한 불량품이다. 성분, 유통기한 또한 정확하지 않아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 11월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유통기한이 1년 이상 지난 중국·태국산 빼빼로를 유통시킨 업자를 적발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빼빼로데이를 두고 업체의 얄팍한 상술이란 비판도 있다. 지나친 상업적 발상으로 무리하게 소비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롯데제과 측은 빼빼로데이가 다른 기념일과 달리 학생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처음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회사 관계자는 “빼빼로데이는 1990년대 중반 부산 모 중학교의 여학생들이 빼빼로처럼 키 크고 날씬해지자는 의미로 11월11일 친구끼리 과자를 주고받기 시작한 것이 시초”라며 “부담 없는 가격으로 서로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빨리 자연스럽게 전국으로 퍼졌고 1990년대 말엔 가까운 일본으로까지 전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빼빼로데이가 탄생한 배경을 롯데제과가 판매를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획한 작품으로 보고 있다.
마케팅업체 한 임원은 “빼빼로데이는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과 같이 일본의 식품업체들이 1980년대 시작한 선물주기 캠페인의 후속편으로 볼 수 있다”며 “정을 나눈다는 차원에선 뜻 깊은 날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엔 업체가 매출을 증대시키기 위한 상술이 교묘하게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여론도 빼빼로데이가 상술이 만든 기념일이란 의견 쪽에 쏠린다. 한 업체의 설문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눈 가리고 아웅’상술 도마에
슬그머니 용량 줄여 가격 인상


아르바이트 전문 구인구직 포탈 ‘알바몬’이 지난해 11월11일 빼빼로데이를 맞아 대학생 9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82.6%가 “빼빼로데이는 상술이 빚어낸 기념일에 불과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재미있는 기념일 중 하나”란 응답은 15.8%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술인 줄 알지만 선물하겠다”는 응답자가 33.4%에 달해 눈길을 끌었다.
롯데제과의 ‘눈 가리고 아웅’식 상술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빼빼로의 가격 인상을 노리고 슬그머니 제품 용량을 줄이는 편법을 동원한 게 대표적이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지난 2월 빼빼로의 용량을 33g에서 30g으로 10% 줄였다. 가격은 그대로 700원을 유지했다. 결국 용량 축소로 사실상 가격을 11% 올린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소비자들의 반발이다.
더욱이 롯데제과는 용량 축소 사실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아 비난을 키웠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라 제품 겉면에 용량이 제대로 표기돼 있다면 용량 축소 시 이를 공지하지 않아도 되지만 소비자를 외면한 처사란 비판은 피하지 못했다.

총용량 ‘33 ⇒ 30g’
축소 미공지로 비난

당시 롯데제과 측은 “환율 때문에 비용절감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제품의 용량을 줄였다”고 해명했지만 롯데제과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각각 1조2447억원, 897억원, 1847억원으로 전년보다 9.7%, 4.5%, 69.5% 증가한 만큼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사실 롯데제과의 꼼수는 처음이 아니다. 

1983년 출시 때 빼빼로의 용량은 50g이었다. 이후 1997년 40g으로, 2000년 들어 33g으로 축소됐다. 눈에 띄는 점은 롯데제과가 지난해 30g으로 줄였다 여론이 들끊자 다시 33g으로 원상복구했다가 이번에 또 30g로 줄였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가격은 최초 200원에서 700원으로 뛰었다.

최근엔 묶음 포장의 빼빼로 가격이 도마에 올랐다. 한 언론의 취재 결과 롯데제과가 선보인 대용량 빼빼로 제품의 용량이 개별 제품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난 것.

이 언론은 “6봉 묶음 ‘초코 빼빼로’와 5봉 묶음 ‘아몬드 빼빼로’에서 롯데제과의 눈속임 흔적이 있다”며 “대용량 상품의 한 봉이 개별 제품보다 7g이 적었고 과자 개수도 2개가 적었지만 판매가격은 각각 더 비쌌다”고 보도했다.

빼빼로 논란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달 8일 공정위 국감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롯데제과가 껌과 과자 등의 용량을 줄이는 편법을 이용해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며 “롯데제과는 용량 감소를 통해 적게는 4%, 많게는 17.6%까지 가격을 올렸는데 이를 2개월이 지나도록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롯데제과는 제과업계 ‘빅4’ 중에서 나머지 회사 전체를 합친 것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규모가 크다”며 “이 같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상품의 가격을 부당하게 결정하거나 유지·변경을 금하는 공정거래법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호열 공정위원장은 “롯데제과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거 해태제과가 과자 용량을 줄인 것에 대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판단한 바 있는 만큼 사실여부를 확인해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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