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석의 생활건강<5>

2009.10.13 10:30:45 호수 0호

침치료 후의 샤워나 목욕

한방병의원을 내원하는 환자들의 흔한 질문 중 하나가 “침 맞은 날엔 물에 닿거나 목욕을 하면 안 되나요?”라는 것이다.
침을 맞은 직후에는 혈위(穴位: 침치료에 쓰는 치료점)를 통해 정기(正氣: 병에 대한 인체의 저항력)가 소모될 수 있고, 목욕을 하면 모공이나 혈위가 더 열릴 수 있어 정기가 더욱 소모될 수 있다. 보통 침치료 후 2시간 정도 경과하면 혈위가 닫히므로 목욕을 해도 괜찮다.

침법(鍼法) 중에 개합보사(開闔補瀉)라는 것이 있다. 즉, 침을 빼고 혈위를 손가락으로 얼마 동안 막으면 보법(補法)이고, 침을 뺀 후 혈위를 손가락으로 막지 않으면 사법(瀉法)이다. 이 방법은 침을 맞은 후 혈위를 손가락으로 막아 정기 소모를 막고, 침을 맞은 후 혈위를 열어두어 사기(邪氣: 병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외적 요인)의 배출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침을 맞은 후에는 혈위를 통한 정기의 소모가 심해지는 것은 물론 열린 혈위로 찬 기운 등 사기(邪氣)가 침입할 수도 있다. 또한 침을 맞은 혈위를 통해 감염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더욱 주의를 요할 필요가 있다.

열린 혈위가 다 닫히기 전에 외부의 강한 기운에 노출되면 이에 대한 방어벽이 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환자의 특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간혹 침을 맞은 후 기운이 빠지는 등 컨디션이 저하되는 증상이 나타나곤 한다. 일반인들은 이것을 흔히 ‘침몸살’이라고 한다. 이것은 침 치료에 의한 치료작용이 너무 강한 탓에 몸이 그것을 버티기 어려워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침을 맞은 후에 혈위의 보호에 주의를 하지 않아서 그런 경우가 많다. 

물이나 공기에 노출되는 때에는 차가운 기운이 더욱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 사기(邪氣)의 배출이 일어나는 중에 갑작스럽게 찬 기운에 노출되면 피부와 근육이 수축하여 혈위가 닫히게 되어 사기(邪氣)의 배출이 중단되는 현상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침을 맞은 부분의 혈위를 통해 기운의 조절과 사기(邪氣)의 배출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난 다음에 외부의 기운을 접하는 것이 좋다.

대략 두 시간 정도가 경과하면 침을 맞은 혈위가 닫히게 되므로 그 후에는 물로 씻거나 외부의 강한 기운과 맞닿아도 방어가 가능하다. 따라서 침을 맞았다면 곧바로 목욕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그날 하루종일 물에 닿거나 목욕하는 것을 금할 필요는 없고, 최소한 두 시간 정도 지난 후에는 목욕을 해도 괜찮다.



(강남의림한방병원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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