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선 박사의 부동산 재테크 정복기<14>

2009.10.06 10:18:56 호수 0호

‘명도의 함정’에 빠지면 손해다!

경매컨설팅 일을 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은 경매에 부쳐진 주택에는 말 못할 사연들이 많다는 점이다. 특히 명도(집 비우기)를 할 때는 천태만상의 사례를 만나게 된다. 약속한 날에 맞춰 이사 날짜를 잡고 손 흔들며 집을 비워주는 집주인이 있는가 하면 억울하다며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낙찰자를 골탕 먹이는 사람까지 온갖 사연을 만날 수 있다.



경매에 부쳐진 주택에는 말 못할 사연 부지기수
낙찰자 골탕먹이는 ‘막무가내형’ 가장 골칫거리


물론 경매에 넘어가는 주택의 채무자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예상보다 심하게 애를 먹이는 사람들이 많다. “누구는 값싸게 집을 사는데 나는 어렵게 장만한 내 집을 떨이로 넘겨야 하냐”며 거세게 저항을 하면 할 말을 잃기도 한다. 고가 또는 서민주택이거나 보증을 잘못 서 하루아침에 경매에 부쳐지는 주택 등의 명도가 대표적인 경우다.
지금부터 주택을 낙찰받은 후 전 집주인을 내보내면서 겪었던 ‘명도 저항’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를 보면 세상살이의 험난함을 몸소 느낄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양도할 수 없다?

결혼을 앞둔 젊은 직장인 A씨의 이야기다. 그는 신혼살림을 차릴 요량으로 소형 아파트 경매 물건을 물색했다. 마침 서울 북부법원에서 진행되는 서울 도봉구의 주공아파트 15평형이 경매시장에 나왔다. 최초 감정평가액은 4500만원. 2회나 유찰해 최저 경매가격이 3600만원(감정가의 64%)으로 떨어졌다가 A씨가 입찰경쟁자를 물리치고 3751만원에 낙찰받았다.

입찰 전 권리분석 결과 권리상 문제가 전혀 없는 깨끗한 물건이었다. 등기부등본 상 최초 근저당권자는 주택은행(현 국민은행) 노원지점으로 780만원을 근저당채권으로 설정한 상태였다. 이 주택을 분양받을 때 기본대출 형식으로 돈을 빌린 것이었다.
그 다음이 삼성화재보험의 근저당이 1640만원, 당시 한일은행 의정부지점의 1121만원의 가압류 등 모두 다섯 개 정도의 꼬리표(가압류, 저당 등)가 붙어 있었다. 취하 가능성도 없는 우량한 물건 축에 속하는 아파트였다.

집행관 현황조사 보고서와 전입세대 열람을 통해 세입자 관계를 확인해보니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는 주택으로 외견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낙찰받고 잔금을 납부한 다음 아파트를 찾아가 집주인을 만나 보니 사정이 심상치 않았다. 경매주택의 전 주인은 30대 중반의 남자였는데 그는 인생 벼랑 끝에 몰린 듯 A씨를 쳐다보았다.

대낮인데도 방안에는 알코올 냄새가 가득했고 집 안에는 4명의 아이들이 울고 있었다. 그때 집주인은 A씨에게 “잠깐 좀 보자”며 밖으로 나오라고 했고 대뜸 “당신, 나를 죽인 후가 아니면 아마 나를 쫓아내지는 못할 거다”라고 협박을 늘어놓았다.

‘명도의 함정’에 빠지면 총비용 상승 손해 극심
입찰 전 방문해보고 대책 세운 후 접근 최선책


전 주인은 “이 집은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면서 위자료로 받은 주택인데 어떤 집인 줄 알고 낙찰받았느냐”며 “어떤 경우라도 다른 사람에게 인도할 수 없다”며 버텼다.
주택 명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막무가내형’이다. 아무리 법을 이용해 강제로 명도를 한다 하더라도 막무가내 식으로 버틴다면 힘든 쪽은 역시 낙찰자 쪽이다. 통상 낙찰자들은 강제집행 과정을 원치 않는다.

‘날 죽여라’ 협박에 말문 잃고 속수무책 

그런데 이 낙찰자는 이 집에 직접 입주해 신혼살림을 차릴 계획을 가진 사람 아닌가. 주변을 시끄럽게 하기보다는 원만한 합의를 통해 내보내기를 원했다. A씨는 돈이 더 들더라도 전 주인에게 명도 합의금을 줄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으로서는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는 것.
결국 7개월가량 그 전 주인을 설득했다. 강제집행(강제퇴거 조치)을 하는 게 어떠냐는 주변 말에도 불구하고 A씨는 합의를 원했고 800만원이란 합의금을 주고서야 아파트 열쇠를 넘겨받았다.

감정가 4500만원짜리 아파트를 얻으려고 명도비 800만원을 날린 셈이다. 입주가 늦어져 별도로 전세를 얻은 데다 명도비까지 들었으니 시세 수준에 장만을 하게 된 셈이다. 남는 게 없는 장사를 한데다 전 주인과의 싸움으로 정신적 피해만 얻은 사례다.


명도대책 세운 후 입찰 여부 결정해라

이처럼 경매로 넘어간 집에 살고 있던 사람을 내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벼랑 끝에 몰려 집이라도 지키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 까닭이다. “집을 빼앗긴다면 차라리 자살하겠다”는 극단적인 협박까지 나오는 것도 살기 위한 몸부림이 가져온 결과다.

아무리 싸게 낙찰 받은 주택이라도 ‘명도의 함정’에 빠지면 경매에 드는 총 비용이 높아져 손해를 보기 쉽다. 경매주택에서 명도의 함정에 빠지는 경우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명도 함정을 만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입찰 전에 그 주택을 방문해보고 명도 대책을 미리 세운 후 입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게 지혜로운 투자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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