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화재보험 고객관리 구멍 뚫린 사연

2009.09.29 09:59:35 호수 0호

10년간 믿었던 설계사 알고 보니 ‘도둑사인’ 전문가(?)

제일화재보험(이하 제일화재)의 설계사가 고객의 동의도 얻지 않은 채 허위서명으로 재계약을 체결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고객은 위조된 계약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며 자동 납부된 보험료를 반환해 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제일화재는 이미 지난5월 금감원을 통해 허위서명에 관한 고객의 민원이 접수됐음에도 사실 확인을 위한 계약서류 검토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제일화재는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모든 계약 사항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설계사 무단 허위서명으로 계약기간 무한연장
고객 수차례 계약서류 확인 요청에도 ‘모르쇠’



수원에 거주하는 박모(50)씨는 올 초 보험계약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2002년에 계약했던 건강보험이 지난해 7월2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해지되고 신규보험으로 재계약되어 있었던 것. 확인 결과 박씨의 부인과 아들의 보험계약도 동일한 날짜에 신규보험으로 재계약되어 있었다.

맘대로 해지·연장(?)

박씨는 “그때서야 제일화재의 보험설계사인 홍씨가 기존계약을 해지하고 부당하게 신규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임의로 계약연장을 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홍씨는 1997년경부터 관계를 맺어와 이미 10년이 넘게 알고 지내던 사이”라며 “그간의 친분관계를 믿었던 터라 통장확인조차 하지 않고 모든 보험료를 자동이체로 지불해 와서 까맣게 속고 있었다”고 억울한 심정을 전했다.

지난해 자신도 모르게 신규 계약된 보험계약서 4장의 서명이 전부 설계사의 자필임을 확인한 박씨는 곧바로 제일화재 고객센터로 문의를 했지만 직원은 해당영업점과 이야기하라는 말만 전할 뿐이었다.

결국 박씨는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을 통해 민원을 제기했지만 금감원은 ‘자필 서명 미필 및 주요내용 설명 소홀 등을 사유로 계약 취소 및 기납입 보험료를 반환할 수 있는 기간을 3개월(상법에서는 1개월)로 정하고 있다’는 보험 관련약관을 들어 이 기간이 지났으므로 본사가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금감원 민원 제출 후 연락을 받고 찾아온 영업소 지점장의 답변도 마찬가지였다.

박씨는 “지점장은 보험계약의 가입, 해지 등의 기록이 적힌 통합계약 조회 리스트 2장만 달랑 들고 와서는 ‘지난 10년간 수십 건의 해약과 약관 대출을 했는데 이 기간 동안 재계약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3개월의 추임기간이 지났으므로 보상할 수 없다’는 답변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한 박씨는 “지점장은 ‘정 억울하면 한 200(만원) 정도는 개인 돈으로 드릴 수 있다. 다만 자신이 잘릴 수 있으니 이 같은 사실은 외부에 공개되면 안 된다’는 말까지 했다”며 “돈 몇 푼으로 사건을 은폐하려는 것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서류 대조도 안 해

제일화재 한 관계자는 “지점장이 200만원을 제안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당시 민원인이 바쁘다는 이유로 수차례 만남이 지연됐고 이에 지점장이 ‘이 같은 민원이 100~200만원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라며 설득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씨는 “당시 지점장은 허위서명에 관한 서류대조 등 사실 확인도 하지 않았으며 고객이 계약서류 공개를 요청했음에도 일체의 자료제출을 거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제일화재는 고객의 정보공개 요청을 거부한 점과 민원 해결의 핵심사안인 계약서 허위서명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점 등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제일화재 한 관계자는 “지난 5월 고객이 민원을 제기했을 때는 문제가 된 계약 건이 어떤 것인지 명확히 표현하지 않았고 고객이 보험금 전액 환불과 이자만을 요구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회사 측 입장만 전달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보공개 요구 거부에 대해서는 추후 확인과정이 필요하다. 당시 설계사는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부당한 계약으로 인한 피해를 견딜 수 없었던 박씨는 지난 9월16일, 이 같은 정황을 모두 담아 금감원과 소비자원에 재차 민원을 신청했다. 박씨가 허위서명이라고 주장하는 보험계약서 4부와 자신의 사인이 적힌 카드 전표도 함께 제출했다.

특히 이번에 제출된 자료중 피보험자와 계약자가 상이한 계약이 있는데, 해당 계약서에 계약자 한 명의 서명만 있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계약 체결 시 피보험자와 계약자가 상이할 경우에는 두 사람 모두의 서명이 필요함에도 계약자의 서명만 기재가 되어 있다면 이 경우 혹 계약자 서명이 위조가 아닌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해당 계약은 전면 무효 처리된다”고 지적했다. 제일화재는 뒤늦게 사실 확인에 분주한 모습이다.

제일화재 한 관계자는 “해당 민원이 금감원을 통해 재차 제기된 만큼 박씨의 보험계약 30여 건을 모두 확인한 후 서류대조와 관계자 확인을 통해 사실 관계를 투명하게 밝히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보험자와 계약자가 상이한 계약에 관해서는 “회사가 보유 중인 청약서에는 피보험자의 사인도 포함되어 있는 만큼 사실 확인 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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