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나비엔> ‘평택 특혜’ 의혹 전말

2009.09.29 10:24:02 호수 0호

‘구린 땅거래’ 검·경 냄새 맡았다

보일러전문업체 경동나비엔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근 검찰이 평택 서탄산업단지 특혜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선 탓이다. 경동나비엔은 결백을 자신하고 있지만 재계에 ‘사정 칼바람’이 거센 상황이 여간 부담스런 눈치가 아니다. 때가 때인 만큼 수사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혹시나 모를 만약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지 불안감마저 감돌고 있다. 경동나비엔을 휘감고 있는 특혜 의혹을 짚어봤다.

서탄산단 수용 부지 포함 ‘경동 땅’돌연 제척
지역비대위 검찰 고발…경찰 1차 수사 급물살


일선 지검들을 중심으로 ‘비리 기업 손보기’가 한창인 가운데 최근 수원지검 평택지청이 경동나비엔의 특혜 의혹을 캐고 있어 그 배경과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경기 평택시 서탄산업단지 토지주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8월 김철병 경동나비엔 사장 등을 국토이용법 및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평택지청에 고발했다. 또 송명호 평택시장도 같은 혐의로 고발당했다.

“공장 옮긴다” 으름장



비대위는 고발장에서 “평택시가 서탄산업단지 조성 용지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당초 포함돼 있던 경동나비엔의 땅을 제외시키는 특혜를 줬다”며 “이는 평택시가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이로 인해 토지주들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현재 평택지청의 지시로 평택경찰서에서 1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경동나비엔 임직원들이  소환되는 등 특혜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가 끝나는 대로 파일을 넘겨받아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 한 관계자는 “검찰에서 내려온 서탄산업단지 특혜 의혹을 여러 각도로 확인하고 있다”며 “경동나비엔 등에 대한 수사가 아직 끝나지 않아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제의 개발사업은 평택시 서탄면 수월암리 부지 138만㎡에 조성되는 서탄산업단지다. 오는 2013년까지 완료 예정인 서탄산업단지는 주택, 학교용지 등 기반시설을 갖춘 대규모 민간단지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9월 이 일대의 개발사업을 확정해 지정 고시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서탄산업단지 부지에 일부 토지가 포함된 경동나비엔이 갑자기 “회사 땅을 빼 달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경동나비엔은 경기도와 평택시에 “서탄산업단지에 포함된 부지를 제척해주지 않으면 공장을 다른 지자체로 옮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여의도에 본사를 둔 경동나비엔은 세교동 평택공장, 모곡동 송탄공장과 3공장 등 평택에 3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결국 경동나비엔 부지 제척을 수용한 평택시의 요청에 따라 개발 시행사는 지난 4월 138만여㎡ 중 경동나비엔이 소유한 13만3000여㎡를 제척하는 동시에 같은 규모의 다른 부지를 추가 지정하는 내용의 개발계획 변경안을 경기도에 제출했다.
제척은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제외한다는 뜻으로 보통 개발계획 이후 터무니없는 가격을 요구하는 등 소유자가 의도적으로 팔지 않으면 정부나 시행사가 이를 아예 빼버리고 사업을 진행하는데 이렇게 빠진 토지를 ‘제척부지’라 한다. 재건축의 경우 조합에 의해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고 매매협상을 하다 협의가 되지 않는 부지를 제척하고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한다.

이때부터 특혜 논란과 함께 비대위의 강한 반발이 시작됐다. 비대위는 토지수용을 전면 거부하는 한편 검찰 고발에 앞서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비대위 측은 “경동나비엔의 애로사항을 해소시켜 준다는 이유로 법규에도 없는 제척에 합의한 평택시가 어떤 설명도 없이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특정 기업체에만 특혜를 줬다”며 “사업변경으로 예정에도 없던 토지가 추가로 수용되면서 개발지연은 물론 사업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판”이라고 우려했다.
지역 주민들은 특히 경동나비엔이 서탄산업단지 부지를 매입한 과정도 석연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지정 고시된 이후 근저당권 설정을 하는 방법으로 거래했다는 의심이다. 토지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은 지난 4월 서탄산업단지 일부 부지를 명의신탁으로 매입했다.

당시 경동나비엔이 사들인 토지는 3.3㎡당 40여 만원으로 모두 160여 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경동나비엔은 이번에 이 땅이 서탄산업단지에서 제척되면서 개발시 최소 700여 억원 이상의 부동산 평가차익(인근 산업단지 최소 분양가 3.3㎡당 210만원으로 계산)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위는 “경동나비엔이 평택시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인 땅을 어떻게 매입했는지 모르겠다”며 “허가 없이 사들였다면 당연히 불법이고 만약 허가가 있었다면 평택시가 불법을 묵인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경동나비엔 측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는 회사 전략상 국내 공장으로 도저히 납품을 맞출 수 없어 해외 납품을 위한 공장을 신축하기 위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서탄산업단지 내 땅을 매입했고 제척을 신청했다”며 “경찰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지만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편법 매입 의혹도

평택시도 법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의 반발을 이해하지만 지자체로서 지역 발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
평택시 측은 “경동나비엔이 이 지역에 공장 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어서 해당 토지를 산업단지에서 제외시켰다”며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지역 발전에 도움을 위한 기업 유치 차원에서 요청을 수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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