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뒷담화> 모 연예기획사 매니저 A실장 사기꾼으로 몰린 사연

2009.09.15 10:25:50 호수 0호

“누가 제 명함을 막 뿌려요”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 뒤에는 이들을 물심양면(?)으로 키워낸 매니저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연예인이 자신의 매니저를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그들의 조언에 충실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연예인 지망생에게 ‘어떤 매니저를 만나느냐’는 연예인 생활에 있어 중요한 일이다. 최근 연예인 지망생들의 이런 심리를 이용한 ‘○○○ 매니저’ 사칭 사기극이 벌어져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스타 만들어준다” 유혹, 돈 뜯고 성추행까지
기획사 태반이 무자격…청소년 피해 속출


모 연예기획사 매니저 A실장은 황당한 일을 겪었다. A실장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사무실에 앉아 소속사 연예인 스케줄 체크를 하고 있는데 건장한 체격의 한 중년 남자 C씨가 “A실장이 누구냐”며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고 멱살을 잡았다는 것.
당황한 A실장은 “제가 A실장인데, 누구시냐”며 대꾸하자 C씨가 “어떻게 고등학생을 데리고 장난칠 수 있냐”며 주먹을 날렸다.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얼굴을 맞은 A실장은 황당해 하며 C씨에게 “도대체 누군데 회사에 찾아와 행패를 부리냐”고 따졌고, C씨는 “그런 일을 해놓고 발뺌하고 있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치밀해진 사기수법



이후 C씨는 “무슨 매니저가 애들한테 돈을 요구하냐”며 “이런 사람은 콩밥을 먹어야 한다. 경찰서에 가자”고 A실장의 멱살을 잡아끌었다.       
“매니저가 돈을 요구하냐”는 말 한마디에 직감적으로 ‘누군가 나를 사칭하고 사기를 쳤구나’라고 생각한 A실장은 “뭔가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다. 사기 친 사람이 내가 맞는지 대질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C씨는 사무실 밖에 엄마와 같이 있던 B양을 불렀고 사무실에 들어온 B양은 A실장의 얼굴을 보고 난감해 하며 “이름은 맞는데 내가 만난 분은 이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 A실장은 C씨에게 “저는 A실장은 맞지만 B양은 만난 적이 없다. B양이 저를 사칭하고 다니는 사람한테 사기 당한 것 같다”고 C씨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A실장에 따르면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B양이 사기꾼 D씨를 만난 것은 지난 3월 말경. 친구들과 명동거리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데 D씨가 다가와 “난 캐스팅 매니저다. 우리 사무실에는 ○○○, ○○○, ○○○ 등 소속 연예인들이 많다. 친구들이 모두 예쁘게 생겼다. 그중에서도 B양의 외모가 출중하다. 연예인해도 될 만한 마스크를 가졌다. 언제 시간 괜찮으면 카메라 테스트 한번 해보자”고 바람을 잡았다.
평소 연예인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던 B양은 유명 연예인이 소속된 회사 매니저라는 말에 조금의 의심도 없이 D씨에게 연락처를 줬고 B양은 이틀 뒤 D씨를 만났다.  

A실장에 따르면 D씨는 정말 치밀했다. D씨는 B양이 ‘의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심시키기 위해 소속사 사무실 앞에 차를 대고 “사무실에 잠깐 올라갔다 올 테니 기다려라”라며 정말 소속사 직원처럼 행동을 했다. 
B양이 속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후 D씨가 유명 연예인 매니저라는 확신을 가진 B양은 D씨의 프로필 촬영비, 연예인 협회·노조 가입비, 연기학원 교습비 등의 돈 요구에도 아무런 의심 없이 송금을 해주었다.  

돈 요구 이후 D씨는 “드라마 감독님을 소개시켜주겠다”며 B양을 저녁식사 자리에 동석시키기도 했다. B양은 오디션을 핑계로 여러 번 감독을 만났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캐스팅이 안 됐다는 D씨의 말을 듣고 처음엔 내가 실력이 없나보다 생각하고 좌절감에 빠졌다고도 한다.
실의에 빠져 있던 B양이 D씨가 사기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은 D씨가 “연기력이 부족한 것은 영화를 많이 안 봐서 그런 것이다. 영화를 많이 봐야 한다”며 DVD방으로 데려가면서부터다. DVD방에서 영화를 보면서 화면에 나오는 이런저런 장면을 연기해보라며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는 것.     
            
‘이건 뭔가 잘못됐구나’라고 생각한 B양은 DVD방을 뛰쳐나왔고 곧장 집으로 달려가 엄마에게 그 일에 대해 말을 했다. 딸의 말을 듣고 화가 난 B양의 부모님은 D씨에게 따지기 위해 사무실을 찾았지만 D씨는 유명 매니저를 사칭한 사기꾼이었다. 이후 D씨와 연락을 취했으나 눈치를 챈 D씨는 핸드폰 번호를 바꾸고 잠수를 탔다.

모든 비용 기획사 부담

이번 사건과 관련, A실장은 “알려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이런저런 사고는 아주 많다. 우리는 어떤 형식이든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접대비, 홍보비, 프로필사진 촬영비 등을 요구하면 빈털터리 기획사거나 사기꾼들이다. 이런 돈들은 전속 계약 후 당연히 기획사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성형외과나 연기학원을 소개해줘도 의심해야 한다. 이런 곳에 소개해주고 소개비를 받는 브로커이기 쉽다. 성형수술비는 보통 계약금 대신 기획사에서 부담해야 하고 연기학원비도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연예계에서 이 같은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한국연예제작자협회를 비롯한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예비 스타지망생들에게 불량 매니저 구분방법 몇 가지를 제시했다.

‘길거리 캐스팅’ 접근하면 경계
술자리에 자주 불러도 의심해야


첫째, 매니저가 대형기획사에 소속돼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면 팬텀, 싸이더스, SM, 예당 등이 바로 대형기획사 범주에 드는 매니지먼트사다.
좋은 기획사에 소속돼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기획사들의 협의체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에 연락해 확인해 보면 된다. 일단 협회에 소속돼 있지 않은 회사는 신생기획사다. 신생기획사들은 아무래도 전통 있는 대형기획사들에 비해 교육환경 등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둘째, ‘길거리 캐스팅’에서 자신을 매니저라고 소개하면서 접근하는 경우는 경계해야 한다. 연예학원들도 일반인들을 써서 길거리에서 학원생을 이 같은 방법으로 모집하는 사례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들은 대부분 “연예인이 되기 위해선 학원에 등록해 연예인의 자질을 먼저 익혀야 하고 학원 수강 뒤에는 연기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알선하겠다”고 말하지만 거짓말인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매니저들은 자신이 직접 돈을 투자해서 가수나 연기자를 만든다. 한마디로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는 기획사는 ‘문제의 기획사’라고 보면 된다.
셋째, 매니저가 스타급 연예인과 친분을 강조한다면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 스타급 매니저들은 대부분 다방면에서 들어오는 부탁이 너무 많기 때문에 가급적 자신의 일을 숨기려 한다.

넷째, 한밤중에 여자 연예 지망생들을 술자리에 자주 불러내는 매니저도 의심해 봐야 한다. 대부분 후원해 줄 사람을 소개해 준다느니, PD나 영화감독에게 보인다는 명목을 대지만 이 같은 자리에 참석할 경우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다.
모 연예인 매니저는 “현재 연예계에 관련된 한 사람으로서 이런 사건 때문에 억울하고 씁쓸한 기분이 든다. 극소수의 얘기인데 우리가 도매급으로 넘어간다”며 “이 같은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연예지망생들이 불량한 매니저와 선량한 매니저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매니저 구분 잘해야

그는 이어 “매니지먼트사업이 시장규모나 범위에서 여타 다른 산업에 못지않게 거대해 지고 있으며 전문성을 겸비한 많은 고학력 인력들도 대거 연예 매니지먼트 업계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매니지먼트사가 막연히 힘을 가지고 비대해질 것이 아니라 보다 합리적으로 신뢰 관계를 확보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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