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 나눔 경영 실태 보고서

2009.09.15 09:14:42 호수 0호

단순함은 ‘이제 그만’… 인적·물적 자원으로 ‘나눈다’

기업의 나눔 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면서 기업들의 나눔 경영은 그 형태도 진화되고 있다. 단순한 기부금 지원에서부터 임직원 자원봉사, 인프라 및 설비 지원까지 다양한 인적·물적 자원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현재는 국내 주요 기업 80% 이상이 사회공헌팀을 별도로 운영하며 이미지 관리에 나서고 있다. <일요시사>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 중인 기업이 어느 곳인지 재벌그룹들의 사회공헌 활동 경향과 현황을 분석했다.


‘삼성’ 최초 사회공헌 전담 ‘삼성사회봉사단’ 출범
‘현대기아차’ 창업주 정신 이어 ‘행동’ 중시 활동  


최근 경기침체 속에 기업들의 ‘기부금 봉투’가 얇아졌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업들의 기부금 실적이 전년 대비 10~20%가량 하락했다.

올 상반기 기부금 20% 감소
사회공헌 기부→참여형 변화

국내 굴지 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기부금은 250억원으로 기업들 가운데 단연 두드러졌지만 작년 동기(274억원)와 비교하면 8.8% 감소했다.

작년 상반기 294억원을 기부한 SK텔레콤은 22.8% 감소한 226억원을 기부했다. 또 현대차는 115억원에서 103억원으로 기부금을 10.3% 줄였고, LG전자 역시 24.5% 감소한 29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포스코의 올해 기부액은 151억원으로 작년 동기(730억원) 대비 80%나 기부 규모를 줄였다. GS칼텍스도 76억원에서 62억원으로 17.7 % 줄였고, 롯데그룹 대표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19억원에서 15억원으로 21.3% 감소했다.

올 들어 경기 침체와 신종 플루로 고전한 대한항공은 7.4% 감소한 133억원으로 집계됐고, 아시아나항공은 15억원에서 2억원으로 80.8%나 줄였다.

업계는 기업들의 기부금이 크게 줄어든 것에 대해 국제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연말연시 기부금 지출이 집중되는 올 하반기에는 기부금 규모가 예전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요 기업 관계자들도 “기업 이익 환원의 일환인 기부금 전달은 경기 회복세에 따라 지출 규모가 꾸준히 늘어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요즘 각 기업들의 기부금 및 사회공헌 활동 규모는 과거에 비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2007년 국내 208개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에 지출한 금액은 총 1조9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금액은 전년(1조8000억원) 대비 8.4%가 증가, 2005년(1조2000억원) 대비 39.4%가 증가한 수치다.

10대 재벌 그룹 사회공헌 활동 활발
주요 기업 80% 이상 사회공헌팀 운영


기업별 평균 사회공헌비용은 94억원으로 전년(89억7000만원)에 비해 4.7%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요즘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연말연시에 몰린 단발성 행사의 단순한 기부문화가 전부였던 과거에 비해 형태부터 진화되고 있다. 기업들이 사회공헌 전담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고 임직원들이 직접 동참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전경련에 따르면 기업이 직접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비율은 2004년에는 32%에 불과했지만 2007년에는 45.1%로 증가했다. 임직원들의 사회봉사 참여율도 2005년 49.1%, 2006년 70.5%, 2007년에는 71.3%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같이 기업의 ‘참여하는 나눔 활동’이 증가한 것은 국민들이 과거와 달리 사회공헌의 ‘양’이 아닌 ‘질’로써 기업의 호감도를 평가하는 수준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다양한 경로를 통한 적극적인 사회활동 참여로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고 있다. 명실 공히 한국 1등 기업인 삼성그룹은 1994년 10월 국내 기업 최초로 사회공헌 전담부서인 ‘삼성사회봉사단’을 출범시켜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나눔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생전 소외된 이웃을 위한 지원활동에 적극적이었던 고 이병철 창업주의 정신을 이어 받은 것으로 2005년엔 국내 유일의 사회공헌 최고책임자 제도를 도입했다.

삼성은 국내 대표 기업인 만큼 사회공헌 활동에도 매년 평균 4000~5000억원 가량의 예산을 책정한다. 사회공헌 중점 사업은 소년소녀 가장 지원, 희망의 공부방 만들기, 열린 장학금 지원, 희망의 작은 도서관, 얼굴기형 수술 지원 사업 등이다.

삼성·현대차·금호아시아나
창업주 경영철학 잇는다

삼성의 뒤를 쫓고 있는 현대기아차그룹 역시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늘 경제인으로써 막대한 사회적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던 기업정신을 되새기며 공헌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현대차는 ‘함께 움직이는 세상’이라는 구호 아래 말보다는 행동을 중시한 공헌 활동에 적극적이다. 추진하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의 핵심은 교통안전문화 교육이다. 글로벌 자동차그룹답게 차량과 관련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선결 과제로 정했다.

이에 2002년부터 어린이 교통안전 캠페인을 펼치는가 하면 교통사고 피해자 의료비 지원 및 교통사고 유자녀 장학금 지원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고 박인천 창업주의 ‘기업을 통한 국가공헌 및 사회기여’라는 경영철학 아래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화예술에 대한 사랑이 지대했던 박 회장은 1959년 그룹의 공익단체인 학교법인 죽호학원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육영사업을 펼쳐왔으며 1977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을 설립해 매년 약 2만4000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해왔다.

국내 재벌그룹 5위를 기록하는 포스코는 2004년부터 봉사인증 마일리지 제도를 통해 임직원들의 사회공헌활동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포스코 임직원들의 92%가 총 57만여 시간을 지역사회의 소외된 곳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는 데 보냈다. 직원 한 사람이 평균 24.1시간 동안 나눔 활동에 참여한 셈이다.

SK그룹은 평직원을 넘어 최고경영자(CEO)들이 사회공헌 활동 전면에 나서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반기에 한 번씩은 쿠키 만들기 자원봉사와 사랑의 연탄 나누기 행사 등에 직접 참여한다.

그룹 내에선 이런 최 회장을 두고 ‘재계 활동보다 봉사에 더 적극적’이란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SK그룹에 ‘솔선수범’하는 경영자 최태원 회장이 있다면 LG그룹엔 ‘뚝심’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구본무 회장이 있다.

구 회장은 경기가 아무리 어려워도 사회공헌 활동비는 줄이지 않겠다는 경영원칙에 따라 매년 1000억원의 사회공헌활동 사업비를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LG는 올해부터 (주)LG, 계열사 사회공헌담당 조직, LG경제연구원, LG의 5개 공익재단의 실무책임자 등 약 30명으로 구성된 ‘사회공헌 실무위원회’를 운영해 그룹 차원의 사회공헌활동 시너지를 강화하고 있다.

사회공헌 기업 호감도 ‘양’보다 ‘질’
임직원·CEO 현장에서 나눔 실천


롯데그룹의 나눔 경영은 크게 롯데장학재단과 롯데복지재단 지원 활동 등으로 나뉜다. 1983년 설립된 롯데장학재단은 기초과학 부문의 장학 및 학술연구 지원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재단은 초중고생과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장학금 지원, 연구비 지원, 전산 실습실 건립, 교육 기자재 지원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본금 70억원 규모의 롯데복지재단은 외국인 근로자 및 국내 소외계층을 중점적으로 지원한다.

반면 롯데그룹은 국내 재벌그룹 6위라는 명성과는 달리 기부금 지원은 짜기로 유명하다. 지난 연말에도 수익 대비 ‘짠돌이 기부’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롯데의 외식업체인 롯데리아가 오랜만에 기부금을 내놔 관심을 받았지만 이조차 결국 구설수에 올랐다. 롯데리아는 최근 ‘좋은 세상 만들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서울대 어린이병원의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에게 수술비 1000만원을 지원한다면서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내는 등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이를 지켜본 일부 관계자들은 “여느 기업의 기부금보다도 적은 금액으로 너무 생색을 내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을 보냈다. 또한 이번에 출연한 기금이 롯데그룹의 주머니가 아닌 전국 750여 매장에 비치된 모금함을 통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눈총을 받아야 했다. 현대중공업은 울산 지역의 문화 인프라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1991년 ‘한마음회관’을 건립한 것을 시작으로 현대예술회관까지 총 7개의 문화예술회관을 만들어 시민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즐길 수 있게 했다. 2007년 울산과학대학에 준공한 아산체육관은 국제 규격의 아이스링크와 실내테니스장을 갖추고 있다.

S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GS칼텍스에 2005년 사회공헌 전담팀을 신설하고 2006년에는 GS칼텍스재단을 설립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이다. GS칼텍스재단은 오는 2015년까지 매년 100억원씩 출연해 총 1000억원 규모의 공익사업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SK·포스코 ‘행동하는 직원’
LG ‘뚝심있게’…롯데 ‘짜게’

국내 재벌그룹 10위를 차지한 한진그룹이 가장 집중하는 사회공헌 분야는 장학사업이다. 인하학원·정석학원·한진학원 등 3개 학교법인에 200억원을 지원하고 국내 청소년뿐 아니라 몽골 장학생의 국내유학 지원 등 교육 사업에 특히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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