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그룹 ‘홍성 올인’ 노림수

2009.09.15 09:16:47 호수 0호

1조6천억 프로젝트 주판알 튕겼더니 ‘헉!’

주력 계열사 공장 2015년 홍성군 산업단지로 이전
여러 후보지 중 선택 배경 주목…부동산 대박 조짐



충남 홍성이 떠들썩하다. 중견그룹인 일진그룹이 둥지를 튼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잔칫집 분위기다. 꽉 막혔던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홍성으로선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일진그룹이 추진하는 이른바 ‘홍성 프로젝트’다. 연매출과 맞먹는 투자금을 ‘올인’하는 만큼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일진그룹이 지방으로 이삿짐을 싸는 이유가 뭘까. 주판알을 튕겨 봤다.

일진그룹이 오는 2015년까지 충남 홍성에 1조6000억여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초고압 전선 등 첨단기술 분야 새 공장을 짓는다는 복안이다. 주요 계열사들도 홍성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1년 순이익 몽땅 투입

일진그룹과 충남도는 최근 홍성군청에서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과 이완구 도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의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일진그룹은 이달부터 2015년까지 홍성군 갈산면 홍성 일반산업단지 내 116만2376㎡(35만평) 터에 총 1조5950억원을 투입해 초고압 전선·변압기 생산업체인 일진전기 등 주력 계열사 공장을 건립하게 된다.

일진그룹 측은 “그룹의 주력 기업인 일진전기 등 그룹 계열사는 홍성군 일반산업단지 입주를 계기로 생산역량을 더욱 집약시킬 것”이라며 “동시에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는 등 전력, 통신 및 첨단 부품 소재 전문 기업으로서의 사업역량을 도약시키는 전환점으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홍성엔 지난해부터 ‘대기업 이전설’이 나돌았다. 홍성군과 일진그룹은 2년 전부터 수십 차례에 걸쳐 극비리에 접촉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지난 7월 양측의 실무진간 막후협상 끝에 허 회장과 이 도지사가 만나 ‘홍성 이전’을 전격 합의했다.

일진그룹은 ‘통 큰’ 결정을 내렸다. 아직 짙게 깔린 불황의 그림자 속에서 바짝 엎드려 있는 다른 대기업에 비해 먼저 기지개를 켠 셈이다.

일진그룹은 올해 부지매입을 시작으로 2012년 건축공사와 기계설비, 부대시설 마련 등을 단계적으로 실시한 뒤 2015년까지 일진전기 등 그룹 계열사를 이전시킬 예정이다. 현재 증설이 확정된 공장은 그룹 주력사인 일진전기뿐이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어느 회사가 추가로 입주할지 미정이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투자금이 만만치 않다. 앞으로 6년 동안 1년에 2700억원씩 홍성에 쏟아 부어야 한다.

지주회사인 일진홀딩스를 비롯해 일진전기, 일진다이아몬드, 일진디스플레이 등 4개 상장사와 10여 개의 비상장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일진그룹의 연매출이 1조5000억원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1년 매출을 몽땅 투입해도 모자란다는 계산이다.

또 일진그룹의 2010년 목표가 매출 3조5000억원, 순이익 3000억원 달성인 점에서 매년 순이익을 고스란히 홍성에 ‘베팅’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회사로선 부담스런 대목일 수 있지만 반대로 ‘올인’하는 배경엔 그만한 매력이 있다는 얘기다.

일진그룹이 충남 당진과 보령, 경기 평택, 전북 새만금 등 여러 후보지를 놓고 고민하다 최종적으로 홍성을 선택한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실제 충남도가 홍성에 지을 아파트 1500가구를 일진그룹 사원아파트로 원가에 공급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외하면 ‘일진 유치’에 나선 다른 지자체들도 홍성과 비슷한 ‘당근’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진그룹이 홍성을 찍은 배경에 특별한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일단 외관상으론 지리적 이점이 꼽힌다. 홍성엔 서해안 고속도로와 대전-당진 간 고속도로 개통에 이어 2018년 홍성과 평택을 잇는 제2서해안 고속도로가 뚫린다.

그룹 측도 홍성을 정한 데 대해 “공장 포화 상태인 수도권에 비해 홍성은 교통이 편리한 데다 자원 수급도 유리한 곳이어서 최종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홍성이 충남도청 소재지로 결정된 점이 주목할 만하다. 향후 부동산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탓이다. 충남도는 2006년 2월 도청 이전지로 홍성군 홍북면과 예산 삽교읍을 확정 발표했다. 홍성·예산 지역은 2012년 도청 이전을 마치면 서해안의 핵심 도시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 일대에 들어설 도청신도시는 993만8000㎡에 2020년까지 2조1624억원을 들여 인구 10만명(3만8500가구) 수용 규모로 건설될 예정으로 지난 6월 기공식을 가졌다. 충남도의 발표 이후 홍성 땅값은 개발 호재가 작용하면서 한때 급등하다 당국의 땅투기 단속 등으로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언제 또 요동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현지 한 부동산업자는 “홍성 부동산 시장은 도청 이전 발표 후 천정부지로 치솟다가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개발과 입주가 완료되면 또다시 들썩일 수 있다”며 “일진그룹 이전은 홍성에 들어설 도청신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나 거꾸로 일진그룹도 땅 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 충분히 남는 장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숨죽인 ‘호재’ 노리나

일진그룹의 ‘이사’에 행정·재정적 지원을 담당하기로 한 충남도와 홍성군은 당연히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충남발전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역은 일진그룹 계열사 공장 입주로 2015년까지 연간 2조2153억원 생산유발 효과와 1만3217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전망된다. 여기에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홍성군 인구 유입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충남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 유치로는 개청 이래 최대 규모로, 향후 충남도 위상 강화와 도내 기업 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충남도와 홍성군은 일진그룹 계열사가 정상가동될 때까지 행정·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한편 항상 기업의 애로사항 해결 및 성장을 위해 관심과 성원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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