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고민

2009.09.15 09:18:51 호수 0호



현대증권 ‘부띠끄모나코점’ 적자 심각 … 투자 효율성 논란
지역본부별 실적 평가제로 인근지점 “손해 본다” 불만 터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해 출발부터 주목을 받았던 현대증권 부띠끄모나코지점이 증권가 호사가들의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 최초 여성특화 점포를 자랑하는 해당 지점이 심각한 적자를 기록하며 ‘미운오리 새끼’ 신세로 전락했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차후 지역본부별 실적 평가 시 기대만큼의 실적을 내지 못하는 부띠끄모나코지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며 불만을 호소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업계 다른 일각에선 현 회장이 야심 차게 내놓은 작품이 자사 내에서조차 애물단지 취급을 받게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요시사>에서 그 진위를 추적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 건너편 1층에는 ‘카페’같은 증권사 지점이 있다. 현대증권이 국내 최초로 만든 여성 특화지점인 ‘부띠끄모나코’다.

부띠끄모나코지점은 기존 지점과 달리 감성적이고 세련된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적용해 여성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약 462㎡(140평형)의 지점 내에는 PB 상담실 외에도 미니 바와 소모임실 등의 공간을 마련해 고객들이 휴식 및 각종 모임 등을 가질 수 있도록 열어두고 있다.

월 1억여 원 적자

지난해 10월, 강남 최고가 빌딩에 문을 연 이 지점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여성을 위한’ 지점 개설을 위해 직접 아이디어를 내 마련된 것으로 유명하다. 현대그룹 한 관계자는 “현 회장이 인테리어 부분 등에 관심을 가지고 신경 썼다”고 전했다.

현 회장이 특히 신경 썼다는 이 지점의 인테리어 총 소요비용은 6억원으로 현대증권 지점 중에서도 가장 고가를 기록한다. 현 회장은 직접 아이디어를 낸 만큼 이례적으로 지점 오픈 행사에도 참석했다.


현 회장의 모교인 경기여고 60회 졸업생들도 이곳에서 동창회를 열었다. 당시 심선경 동창회장이 “동기동창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소개로 이곳에서 동창회를 열게 됐다”고 설명할 만큼 현 회장의 지원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지점이다.

현대증권도 부띠끄모나코가 재계 대표 여성 CEO인 현 회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여성특화’ 지점인 점을 내세우며 여성 고객의 관심을 유도했다.

그러나 떠들썩한 홍보에 비해 이 지점의 실제 경영 실적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확인 결과 해당 지점은 현재 매월 1억여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한 지 11개월 된 신규 지점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손실 폭은 큰 셈.

현대증권 한 관계자는 적자 규모가 큰 데 대해 고가의 건물임대료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현재 부띠끄모나코가 위치한 서울 서초동 건물은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 중 한 곳으로 타 지점에 비해 제반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건물의 동일 평형 월 임대료는 보증금 5억원에 월 임대료만 1800만원 수준이다.

영업 실적도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서울 강남권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은 전국 140여 지점 중에서도 하위권에 속한다는 게 증권 관계자의 귀띔이다.

현대증권 한 관계자는 “월 2억여 원의 매출을 기록해야 적자를 면한다는 계산이지만 아직까지는 월 매출이 1억여 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라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연스레 부띠끄모나코지점의 손익분기점도 멀기만 하다. 현대증권 한 관계자는 “부띠끄모나코지점뿐 아니라 신설 지점은 모두 2년을 두고 본다”며 “부띠끄모나코지점도 개설된 지 1년이 안 된 신설 지점으로 소요 비용이 좀 더 추가됐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려면 2년이 조금 더 걸릴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실무 관계자는 좀 더 장기적인 시선이다. 현대증권 한 실무 관계자는 “현장에서의 신설 지점 손익분기점은 보통 3년 이상을 본다”며 “부띠끄모나코지점의 경우 고가의 임대료와 시설투자비 등을 고려해 오픈 초기 5년 이상을 손익분기점으로 예상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2년 안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띠끄모나코지점이 무리한 출점으로 장기간 과도한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현대증권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최근 증권가에는 부띠끄모나코 인근 지점의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실적 평가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이는 현대증권의 정기 영업실적 평가가 각 지점별이 아닌 강남·강북·중부·서부 등 전국 8개 지역본부별로 나눠 계산되는 방식 때문이다.


이에 인근 지점 직원들 사이에서 부띠끄모나코의 적자가 장기화될 경우 실적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며 해당 지점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것이다.

수익보단 ‘상징성’(?)

현대증권 한 관계자는 이 같은 해석에 대해 “괜한 우려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이 관계자는 “부띠끄모나코지점은 현재 신설 지점이라 실질적인 실적 평가 대상이 아니지만 개설 후 2년 정도가 지나면 강남본부에 속해 평가될 것”이라며 “지역본부별 영업실적 평가 규정상 실적하락에 대한 1차 책임은 강남본부가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실적이 하락됐다고 해서 손실을 채우라는 등의 규제를 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영업실적평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강남본부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이런 우려가 있는 것 같지만 괜한 기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현대증권은 매출보다는 부띠끄모나코지점의 상징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현대증권 한 관계자는 “부띠끄모나코는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골드미스’라는 새로운 소비층을 형성하고 가정 경제권도 여성 중심을 돌아가고 있는 점을 착안해 마련된 지점”이라며 “그룹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호반응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고 정주영 회장 대에서부터 내려오던 현대그룹의 ‘올드’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증권사에 여성의 섬세함을 강조해 여성 고객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얻고 있다는 해석이다.


부띠끄모나코 지점 관계자 <미니인터뷰>

최근 효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현대증권 부띠끄모나코지점 한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 부띠끄모나코지점의 운영 현황은 어떤가.
▲ 개점한 지 11개월 된 현재까지 적자를 기록하는 건 사실이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에 위치해서 건물임대료와 보증금이 타 지점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적자 규모는 지난 6월을 기준으로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월 매출액도 1억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 손익분기점은 언제로 예상하나.
▲ 현장에서의 신규점포 손익분기점은 보통 3년 이상으로 본다. 부띠끄모나코지점의 경우 투자비용 대비 초기 5년 이상을 손익분기점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차츰 회복세를 보이므로 최대한 시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지역본부별 실적평가제로 일부 직원들의 불만도 있는데.
▲ 논란에 대해서는 들어봤다. 그러나 이 지점의 경우 아직까지 실질적인 영업실적 평가에 포함되진 않고 있다. 이 지점 때문에 피해를 본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부 경쟁사들이 시기하는 탓에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낸 건 아닐까 생각한다.

- 부띠끄모나코지점의 성장세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 영업 실적이 아직 적자를 기록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본 지점은 전국 140여 곳 중 상반기 C/S 평가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고객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일부에서 ‘미운 오리새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알고 보면 ‘백조’였음을 조만간 증명할 것이라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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