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죽>허위광고로 정부자금 노림수

2009.08.25 11:41:35 호수 0호

망한 해외사업 광고하며 숟가락 얹을 속셈?

국내 대표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본죽’의 해외사업이 구설수에 올랐다. 업계 일각에선 좌초 위기에 처했다는 말도 회자되고 있다.

사실 확인 결과 일본·미국·말레이시아의 매장이 잇따라 폐점하는가 하면 나머지 매장의 수익도 ‘본전치기’가 어려운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본죽은 여전히 언론을 통해 해외진출 성과를 자랑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김철호 대표가 직접 외식업의 해외진출 사업에 앞장서는 행보를 취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업계 일부에선 김 대표의 행보를 두고 ‘한식 세계화’ 사업을 추진 중인 정부의 지원금을 목표로 한 노림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해외진출에 목소리를 높이는 본죽의 속내를 살펴봤다.

말레이시아, 미국 등
해외 매장 폐점에도 ‘선전 중’ 홍보
농림부 ‘한식 세계화’
추진 소식에 지원 자금 없나 기웃


국내 1000여 개의 매장을 확보한 본죽은 지난 2005년부터 해외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해 8월 일본 도쿄 ‘아카사카’에 1호점을 내고 미국·중국·말레이시아·베트남 등 10여 곳에 매장을 추가 개설했다. 본죽은 이후 수차례 언론을 통해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해외시장 진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홍보가 실제 현지 사정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의하면 현재 본죽의 해외 매장 운영 성적은 실망스런 수준이다. 첫 해외 매장인 일본 도쿄 ‘아카사카’ 매장의 경우 부동산 문제로 간판을 내렸고, 미국 가든그러브점도 올 초 수익 악화로 문을 닫았다.

속속 문 닫는 ‘해외매장’

지난 2007년 3월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 문을 연 매장도 주인이 바뀌는 등 곤욕을 치르다 개점 2년 만인 올 6월 폐점했다. 수익악화가 원인이었다.

말레이시아 매장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경영악화설이 나돌면서 사업진출 실패라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본죽은 수차례 말을 바꾸며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혀왔던 터다.

운영 중인 나머지 매장의 수익도 ‘본전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지난해 4월, 한식으로서는 첫 베트남 시장 진출이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던 푸미흥점은 1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수익이 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익이 나지 않으니 당연히 로열티 한푼도 받지 못했다. 현지화에 성공을 했다는 본죽의 홍보와는 상반되는 대목이다.
 
해외사업 운영이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본사 직원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언론보도에는 미국 5곳, 일본 3곳, 중국 4곳, 말레이시아 1곳, 베트남 1곳에 본죽 매장이 진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홍보팀 한 관계자는 “미국 5곳, 일본 2곳, 중국 4곳, 말레이시아 1곳, 베트남 1곳이 운영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작 해외사업팀 한 관계자는 “운영 중인 매장 수는 미국 4곳, 일본 1곳, 중국 3곳이며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의 경우 상황을 잘 모르겠다”고 밝혀 상이한 답변만 남겼다. 그럼에도 본죽은 해외사업 진출을 꽤나 성공적인 모습으로 포장하고 있다. 본사 홈페이지에도 ‘2007 사업자원부 장관상 해외 진출 및 수출부문 최우수 대상’ 수상을 자랑하며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의 해외브랜드 수출에 모범이 되겠다는 다짐을 밝히고 있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해외매장 중에는 수익 악화로 문을 닫은 매장의 정보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실제 8월20일 현재 홈페이지에는 이미 폐점된 일본 도쿄 아사카사점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점 등이 등재돼 있다. 업계에선 이에 대해 “결국 터무니없는 허위광고가 아니냐”고 비난했다. 그러나 본죽은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나세철 본죽 홍보팀장은 “현재 해외로 진출한 프랜차이즈 외식기업 중 실제 성공한 곳이 얼마나 되냐”며 “비단 본사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항변했다.

폐점한 일부 매장에 대해서는 “폐점이란 단어를 굳이 사용해야 겠냐”며 “다만 현재 수익이 거의 안 나고 있는 건 사실이기에 이 정도로만 입장을 정리하자”고 밝혔다. 폐점한 매장 정보가 버젓이 공개돼 언론에 알려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그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냐”며 “홈페이지야 지우면 되는 것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최근 김철호 대표가 직접 해외진출에 앞장서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대표는 근래 여러 채널을 통해 프랜차이즈 외식업의 해외진출을 통한 ‘한식세계화’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국제외식산업박람회에 다녀 온 이후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농림부측이 참가비 100%를 지원해 프랜차이즈 외식기업의 참가를 독려했고 이 중 김 대표만 유일하게 행사에 참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서 비빔밥을 시연한 김 대표가 외국 바이어들의 높은 관심을 받아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얻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하듯 김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 온 이후 더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프랜차이즈협회 내 ‘한식 세계화’ 추진을 위한 기구를 만들어 자신이 도맡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농림부 장·차관들이 참석한 한 박람회장에서도 김 대표가 ‘나만큼 한식 세계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사람이 어딨냐’며 큰소리를 쳐 관계자들의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일부에선 “김 대표가 ‘한식 세계화’를 추진 중인 정부의 지원 자금을 놓고 꾀를 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본죽 내부적으로도 현재 진출한 해외매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라는 지침이 내려온 것으로 안다”며 “혹시나 모를 정부의 자금 지원 수혜를 받기 위한 꼼수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김 대표 적극 행보 의심

나 팀장은 이 같은 해석에 대해 “본사가 외식사업의 해외진출을 이미 경험한 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농림부 등 정부기관이 힘을 합쳐 적극적으로 움직여보자는 취지일 뿐 정부지원금을 노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본사 대표가 ‘한식 세계화’ 추진을 위한 협회 내 기구 설립을 주장한 바는 사실”이라며 “그러나 현 협회가 얼마나 배타적인 그룹인지는 잘 알지 않느냐. 김 대표가 기구 설립과 책임자 자리를 주장한다고 해서 쉽게 이뤄질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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