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고민

2009.08.25 11:45:17 호수 0호

“돌파구 찾아봐도 활주로 가득 먹구름만”

인천국제공항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공항이용객은 계속 감소하고 있는데 국내 수요 확보를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 탓이다. 이미 인근 김포공항이 국제선 확대 정책을 내놓은 데 이어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건설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대표 관문인 허브 공항으로서의 명분을 잃을 위기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공항 상주직원들의 절도 행각이 잇따라 발생해 내부기강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9월 새롭게 취임한 이채욱 사장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김포공항 국제선 확대·동남권 신공항건설 본격…‘허브 공항’ 명분 잃을 위기
민영화 반발 노조 잠재워야… 상주 직원 절도 잇따르는 등 기강 관리도 비상



인천국제공항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동북아 허브 공항으로 우뚝 서기 위해 절치부심 중인 인천공항은 해외 유수 공항과의 경쟁을 넘어 국내 공항과의 치열한 경쟁에도 발을 들어놓아야 하는 형국이다. 정부가 김포공항의 국제선 항로 개척과 동남권 신공항 개설에 본격적으로 나선 탓이다.

‘파이’ 나눠 먹어야

인천공항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연내 김포공항의 김포-베이징 노선을 취항시킬 예정이다. 김포공항에 베이징 노선이 운항되면 모두 4개의 국제선이 운영되는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 2003년부터 ‘인천공항 국제선, 김포공항 국내선’이란 항공정책을 깨고 김포공항의 국제선 노선 증설에 힘썼다. 2003년 일본-하네다 노선을 시작으로 2007년 김포-중국 홍차오, 2008년 12월 김포-오사카 노선을 잇따라 개설했다.

또한 업계에 따르면 6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은 김포-나고야 노선의 신설을 요구하고 김포-오사카 노선의 증편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공항의 국제선 노선 확대는 인천공항 입장에선 기분 좋은 정책일 리 없다. 국제선 여객의 신규 창출이 아닌 인천공항 이용객을 분산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탓이다.
김포공항의 경우 2003년 국제선을 재개통한 후 매년 이용객이 늘어 2007년 628만2000여 명이 이용했다.

국제선 여객만도 2007년 167만여 명, 2008년엔 196만 명이 된다. 올해도 200만 명 이상의 이용객이 김포공항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인천공항 이용객은 차츰 감소세를 나타냈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올 6월까지 상반기 인천공항 이용객은 1557만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가 줄었다. 이는 2003년 사스의 영향으로 공항 이용객이 줄어 든 뒤 6년 만의 기록이다. 인천공항 취항 항공사도 2007년에는 70개에 달했으나 7월 현재는 58개로 줄어든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는 부산·경남 지역 동남권 신공항 건설 움직임도 본격화 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지역 지자체가 신공항 유치에 총력전을 벌였고 현재까지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등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오는 9월 최종 후보지를 선정하고 2010년 신공항을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동남권 공항이 신설될 경우 인천공항의 국제선 항공 수요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한다. 일부에선 김포공항의 국제선 확대와 동남권 공항 신설은 향후 인천공항 수요의 10% 이상을 잠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같은 국내 수요경쟁을 이겨내기 위해 인천공항은 묘수를 짜내기에 분주하다. 업계에 따르면 수장인 이채욱 인천공항 사장도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지난해 9월 선임된 이 사장은 취임 이후 수익다각화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펼쳐왔다는 게 업계 평가다.

특히 일본·중국 등 주변국의 환승수요를 늘리고 지난 2월에는 이라크 아르빌공항과 440억원 상당의 위탁 운영 계약도 따냈다. 인천공항 운영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상품화해 수출한 것이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필리핀·몽골·러시아 등 과도 공항 마스터플랜 계약 체결을 추진 중이다. 이 사장은 “공항도 이제는 적극적인 해외 영업을 펼쳐야 살아 남는다”며 해외사업 유치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국외에서 돌파구를 찾는 이 사장에게는 내부적으로도 산재한 문제가 남아있는 형편이다. 인천공항 민영화 추진 논란이 그것이다. 오는 9월 인천공항 민영화 추진을 위한 경영진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노조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4일 용역업체인 미국의 맥킨지가 중간보고서를 통해 인천공항의 운영 비효율성에 대해 지적하자 노조가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 노조는 “영업이익 등 초우량 공기업을 매도하는 정부와 사측의 민영화 추진을 적극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반면 인천공항 측은 생산과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해명하고 나서 최종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노사간의 갈등이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공사 직원은 860명으로 이 중 550명이 노조원에 가입된 상태라 이들을 설득하고 포용하기 위한 이 사장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엔 직원들의 내부 기강 문제가 도마에 올라 이 사장을 옭아매는 형국이다. 인천공항 상주직원들에 의한 고객 금품 도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것이다.

직원이 고객 돈 ‘슬쩍’

공항경찰대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탑승교 운전요원인 ㅇ씨(38)는 인천공항 입국장 화장실에서 고객이 놓아 둔 DVD 플레이어와 디지털 카메라가 들어있는 가방을 몰래 훔쳤다가 적발됐다. 이어 지난 16일에는 인천공항 환경미화원 ㅇ씨(58)가 고객 현금을 훔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인천공항 청소용역업체 소속 환경미화원인 ㅇ씨는 지난 7일 탑승동 2층 입국장에 있는 남자 화장실에서 몽골인 고객이 현금이 들어있는 가방을 놓아두고 잠시 용변을 본 후 깜빡 잊고 화장실을 나간 사이에 가방을 뒤져 현금 185만원을 절취한 혐의다.
 
뒤늦게 고객이 화장실에서 가방을 찾았으나 이미 현금이 없어진 상태여서 경찰에 도난 신고 후 CCTV 조회를 통해 검거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업계에선 이 사장이 외부 수익 창출에는 앞장서면서 정작 내부 직원 관리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이 최근 4년 연속 세계 최우수 공항 선정 등은 적극적으로 알려 홍보에 열을 올리는 반면 이면에선 공항 이용객에 대한 금품 도난 등 직원 관리에는 소홀한 모습”이라며 “진정한 세계 최고의 공항이 되려면 내부 직원에 대한 윤리 교육부터 철저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천공항 한 관계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직원 윤리 교육의 경우 공항 내 상주직원만 3만5000여 명 정도로 유관 기관들이 워낙 많다보니 각 아웃소싱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많은 인원이 움직이다 보니 일부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우발적인 범행이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인천공항이 내부적으로 여러 문제로 어려움 겪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 사장의 ‘해외영업 확대’ 계획에 따라 수익 마련을 위한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발전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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