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우리금융 민영화 판세

2013.10.07 11:21:45 호수 0호

시동 걸었지만 완주는 '글쎄∼'

[일요시사=경제1팀]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에 시동을 걸었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이 예비입찰 흥행 성공했고 증권계열 예비입찰도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계열사 매각은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은행 매각이다. 노조의 강력 반발이 예상되고 인수에 따른 별다른 메리트도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선뜻 인수에 나서겠다는 기업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이 지방은행계열과 증권계열을 우선 매각하고 은행을 마지막에 매각하는 방향으로 윤곽이 잡힌 가운데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예비입찰이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달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예비입찰에 총 9곳이 참여했다.

경남은행 예비입찰에는 BS금융과 DGB금융, 기업은행,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원회 등 총 4곳이 참여했다. BS금융과 DGB금융은 광주은행에도 입찰 제안서를 넣었으며 이밖에 신한금융지주, JB금융, 광주·전남 상공인연합, 광주은행 우리사주조합, 지구촌영농조합 등 무려 7곳이 뛰어들었다.

예상 밖 흥행

당초 업계는 예비입찰 흥행이 지지부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인수후보들이 몰리면서 향후 최종입찰에서의 유효 경쟁 성립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유효 경쟁 성립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점을 감안하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예비입찰에 뛰어든 후보들은 저마다의 목표와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먼저 BS금융과 DGB금융은 경남은행 인수로 '지역 1위' 굳히기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상황에 따라 광주은행 인수로 선회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JB금융은 광주은행 인수로 서남권 영토 확장을 노리는 상황.

기업은행은 경남은행 인수를 통해 지방 중소기업 지원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광주은행 인수에 나선 신한금융은 호남지역 영업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광주·전남 상공인연합과 지구촌영농조합은 지역상공인단체로서 정치권과 연합해 외부세력 견제에 나서고 있다.

경남은행 인수전에서는 기존 BS금융과 DGB금융 간 양강 구도에 기업은행이 뛰어들면서 균열을 가하고 있다. BS금융의 자산은 46조원, DGB금융의 자산은 27조원 가량으로 223조원에 달하는 기업은행에 비하면 작은 규모다. 지역 상공인들이 주축이 된 인수추진위원회는 사모펀드와 손을 잡았으나 자금조달 부분이 베일에 가려진 상태여서 인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도로 국책은행'이 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쉽게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기업은행이 인수전에 나선 것은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정부는 기업은행의 지분 68.9%를 보유 중이다. 기업은행이 금융당국과 사전교감 없이 경남은행 인수전에 참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기업은행의 경남은행 인수를 놓고 지역에서는 벌써 날카로운 공방전이 시작됐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난 9월23일 간부회의에서 "경남은행이 기업은행에 인수된다면 우리금융지주회사 자회사로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는 민영화라는 애초 취지에도 맞지 않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책기조에도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경남·광주은행 예비입찰 흥행 성공
증권계열 대형 금융지주사 관심 집중
몸집 줄여도…우리은행 매각 안개 속

경남은행 노조도 성명을 내고 "정부 지분 68.9%의 기업은행이 경남은행의 민영화에 참여한다는 것은 경남은행을 국유화 시키기 위한 금융당국과 기업은행의 지역금융 말살정책의 음모로 규정한다"며 지역환원을 주장하고 있다.

광주은행의 경우에는 신한금융이 가장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신한금융은 호남에 영업 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실하고 광주은행의 내실이 탄탄하다는 점을 출사표로 내놓았다. 실제 신한은행의 호남점포는 26개로 경남(82개)의 절반도 안 된다. 특히 신한금융으로서는 광주은행을 인수하면 추후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리트를 가질 수 있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에 양다리 작전을 쓰고 잇는 BS금융과 DGB금융을 제외하면 후보는 후보들 중 자산규모가 가장 작은 KB금융과 상공인연합밖에 없다. 신한금융의 인수 의지만 확실하다면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광주은행 인수는 무난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방은행 매각은 앞으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구성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금유위원회 산하 공자위는 지난 9월7일을 기점으로 3기 위원들 활동이 끝난 상태. 9월9일 새 공자위가 출범해야 맞지만 국회파행으로 위원 선정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추후 여야 합의로 위원 선정이 완료되면 본입찰 적격자가 선정되고 이후 2달가량의 실사를 거쳐 12월에 본입찰이 시작된다. 올 연말이면 지방은행의 새 주인이 결정된다는 얘기다.

우리금융 민영화의 두 번째 단계인 증권 계열은 오는 10월21일 예비입찰 서류 접수를 마감한다. 우리투자증권에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자산운용, 우리저축은행을 묶어 팔고, 우리 F&I와 우리파이낸셜을 각각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먼저 우투증권의 매각가는 약 1조5000억∼2조원으로 예상된다. 규모가 큰 만큼 KB금융지주와 농협금융지주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힌다. 여기에 대신증권과 파인스트리트도 참여 의사를 드러낸 상태다.

우리 F&I는 사모펀드(PEF) 나무코프를 중심으로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우리파이낸셜은 KT캐피탈과 메리츠금융지주 등이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우리금융을 은행, 증권, 지방은행계열의 3개 그룹으로 분할 매각하기로 한 것은 현재까지의 성적만 보면 일단은 성공적이다. 문제는 우리은행이다. 내년 상반기 매물로 나올 예정인데 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교보생명이 유일하다. 우리은행은 계열사를 때내고 껍데기만 남은 우리금융지주와 합병한 후 우리카드,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프라이빗에퀴티, 우리FIS등 기타 자회사와 함께 패키지로 매각된다.

우리은행의 총자산이 265조6144억원(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지주 자산의 90%에 달하는 만큼 일반 투자자가 인수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메리트 있나 없나

그렇다고 해서 유력한 주요 금융지주가 우리은행을 인수한다면 중복점포 및 인원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노동조합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사모펀드 형태의 인수자의 경우 론스타로 고생을 한 금융당국의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또한 묶어 팔 것으로 예상됐던 우리투자증권이 분할 매각 방침으로 빠진 상황에서 우리은행 인수에 따른 별다른 메리트도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지방은행 예비입찰에 인수 후보가 몰리고 증권 계열도 높은 관심을 받는 등 초반 흥행에 성공한 것은 맞지만 가장 중요한 우리은행 매각이 안개 속에 빠진 형국이다"며 "시동을 건 우리금융이 민영화라는 도착지에 다다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전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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