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119)이랜드그룹

2013.10.07 15:56:36 호수 0호

'줘야 먹는' 수상한 좀비회사들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일요시사>는 일감 몰아주기 연속기획을 통해 이랜드그룹의 내부거래 실태를 지적한 바 있다.<925호 참조> 박성수 회장과 그의 부인 곽숙재씨 등 오너 일가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이랜드월드'에 매년 수천억원대의 계열사 일감이 몰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이 회사 외에도 내부거래가 많은 이랜드그룹 계열사는 또 있다. '데코네티션' '엘칸토' '이랜드건설' '이랜드시스템스' '올리브스튜디오' '와인캐슬' '리드' '이랜드서비스' '리드온' '농업회사법인맛누리' '이랜드위시디자인' '이랜드중국패션디자인' 등 무려 12개사에 이른다.

수십∼수백억 거래

이들 회사는 관계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이랜드그룹 계열사가 총 25개(해외법인 제외)란 점을 감안하면 '식구'들의 절반에서 내부거래가 발견되는 셈이다.

우선 데코네티션과 엘칸토는 매출의 30% 가량을 계열사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수백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여성의류 제조업체 데코네티션은 지난해 매출 1660억원 가운데 547억원(33%)을 이랜드리테일(340억원) 등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2011년에도 매출 1905억원 중 689억원(36%)에 달하는 일감을 계열사들과 거래했다.

2011년 이랜드그룹이 인수한 엘칸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엘칸토는 구두 등 신발 104억원(36%) 어치를 이랜드리테일에 납품했다. 당시 매출은 290억원이었다.

이랜드건설과 이랜드시스템스, 올리브스튜디오, 와인캐슬, 리드의 내부거래율은 50∼7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뿐만 아니라 부동산 임대업도 하는 이랜드건설의 지난해 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은 58%. 매출 269억원에서 이랜드파크(97억원), 이랜드리테일(54억원) 등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156억원에 이른다.

계열사 절반 12개사서 밀어주기 거래
매출 50∼70% 의존…무려 90% 이상도

컴퓨터시스템 통합자문 구축 및 관리업체 이랜드시스템스는 지난해 매출 268억원 중 191억원을 계열사에서 채워 내부거래율이 71%로 조사됐다. 일거리를 준 곳은 이랜드월드(80억원), 이랜드리테일(69억원), 이랜드건설(9억원), 데코네티션(7억원), 이랜드파크(5억원) 등이다.

애니메이션 등 영상물 제작업체 올리브스튜디오 역시 계열사 의존도가 높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내부거래 물량이다. 지난해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58%(매출 36억원-내부거래 21억원)다. 이랜드파크(15억원), 이랜드월드(3억원) 등과 거래했다.

와인 등 주류 도매업체 와인캐슬도 내부거래율이 높다. 지난해 25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중 16억원(64%)이 이랜드리테일(15억원) 등 계열사 발주 물량이다. 금융 및 보험 서비스업체 리드의 경우 '집안 매출'이 75%나 된다. 매출 8억원에서 6억원이 계열사에서 나왔다.

이랜드서비스와 리드온, 농업회사법인맛누리, 이랜드위시디자인, 이랜드중국패션디자인은 계열사들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매출의 90% 이상이 내부거래인 탓이다.

경비, 청소 등 건물 유지·관리업체 이랜드서비스는 지난해 매출 753억원 가운데 728억원(97%)을 이랜드리테일(636억원), 이랜드월드(76억원) 등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전자상거래업체 리드온은 지난해 매출 62억원에서 이랜드리테일(38억원), 이랜드월드(17억원) 등과의 거래액이 58억원(94%)이나 됐다.

농업회사법인맛누리의 지난해 내부거래율은 98%. 우유, 치즈 등 727억원 상당의 낙농제품을 제조해 대부분 이랜드리테일(709억원)에 납품했다. 의류·신발 디자인업체 이랜드위시디자인과 티셔츠, 바지, 벨트 등을 디자인하는 이랜드중국패션디자인은 지난해 100% 관계사에 매출을 의존했다. 이랜드위시디자인은 140억원을, 이랜드중국패션디자인은 155억원을 모두 내부에서 채웠다.

밀고 당기고


다만 이들 12개사는 오너일가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다. 데코네티션(75.92%), 이랜드건설(100%), 이랜드시스템스(100%), 올리브스튜디오(92.84%), 이랜드서비스(100%), 리드(80.88%), 리드온(95.5%)은 이랜드월드 자회사다. 이랜드그룹의 지주사 격인 이랜드월드는 박성수 회장이 지분 40.03%를 소유한 대주주. 그의 부인 곽숙재씨도 7.94%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엘칸토(100%), 와인캐슬(100%), 농업회사법인맛누리(90%)는 이랜드리테일 자회사다. 이랜드리테일도 지분 74.58%를 갖고 있는 이랜드월드가 최대주주다. 이랜드위시디자인과 이랜드중국패션디자인은 지분 전량을 보유한 홍콩법인의 자회사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일감 받는' 12개사 기부는?

이랜드그룹 계열사들의 일감을 받고 있는 12개사는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랜드건설은 지난해 1억400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이랜드시스템스는 6000만원을, 이랜드서비스는 1억1000만원을 기부했다. 데코네티션, 엘칸토, 이랜드위시디자인, 이랜드중국패션디자인은 지난해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올리브스튜디오, 와인캐슬, 리드, 리드온, 농업회사법인맛누리는 공시하지 않아 기부금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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