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예인들의 마약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근대화 시기에서부터 시작됐던 연예인들의 마약 문제가 30~4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봤을 때 연예인과 마약의 문제는 영원히 그 고리를 끊을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그간 한국이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누려왔지만 이제 더 이상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다. 마약 청정국의 기준은 단속되는 사범이 1만명 이하다. 하지만 이미 한국은 마약류 사범이 1만명을 넘어섰다. 이제 더 이상 ‘청정국’이라는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현상은 검찰의 수사결과에서 바로 드러난다. 과거에는 유흥가 여성들이나 조직폭력배 등 일부의 사람들만이 마약을 했으나 이제는 대기업직원, 목사, 교사, 가정주부 등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잃어버린 우울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취재했다.
은밀한 인터넷 카페 통해 주문하면 퀵서비스·택배 통해 ‘손안에’
급속하게 밀려들어오는 신종 마약…일부에선 마약 취향 따지기도
홍대·강남 등 클럽서 일부 유통 정황 포착 ‘공공연한 비밀’
사회 곳곳에선 “마약과의 전쟁 결코 멈춰서는 안 된다” 주장
현재 국내 마약 유통 실태는 위험한 상황에 처하고 있다. 밀수되는 마약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마약사범도 많아질 뿐더러 유통 과정 역시 점점 더 지능화되고 있는 것이다.
목사, 교사까지
마약 투약
가장 단적인 것이 최근 연예인들과 관련된 일련의 마약 사건들이다. 물론 연예인만 마약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대검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매년 검거되는 마약 사범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2001년 40대 마약 사범의 경우 2667명이었지만 2007년에는 3939명으로 늘어났다. 이런 수치의 증가는 거의 모든 연령대에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이 충격적이다.
직업군도 눈에 띄게 다양해지고 있다. 심지어 목사, 교사는 물론이고 회사원, 가정주부들까지 광범위하게 마약이 번져가고 있다. 특히 겉으로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회사원의 증가는 상당히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2002년 423명에서 2007년에는 850명으로 늘어났다. 5년 만에 두 배 이상이 늘어난 것이다. 자녀를 기르는 가정주부도 마찬가지다.
이런 현상의 배경은 일단 마약 구입경로 자체가 과거보다 쉬워졌다는 것에 기인한다. 심지어 은밀한 인터넷 카페를 통해 주문하면 퀵서비스나 택배로도 마약을 받을 수 있을 정도다.
마약의 종류가 점차 다양해지는 것도 우려할 만한 일이다. 과거에는 필로폰이나 엑스터시가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케타민, 알프라졸람, 디아제팜 등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신종 마약이 급속하게 밀려들어오고 있다. 이제 마약에서도 일종의 ‘취향’까지 따질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또한 최근 마약 유통의 특징 중 하나는 과거보다 조직폭력배의 개입이 훨씬 늘어났다는 점이다. 2003년에는 6건에 불과하던 조폭의 마약유통이 2007년에는 50건을 넘어섰다. 한마디로 그 확산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할 수 있다.
일부 ‘클럽’에서도
암암리 마약 투약
이는 국내 조폭들이 한편으로는 ‘국제화’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해외의 마약을 밀반입하기 위해 해외조직폭력 조직들과 연계하고 함께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경제가 지속적인 하향곡선을 그려온 시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조폭들 자체가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려는 의지가 이 같은 마약 유통에의 참여를 활성화시킨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현재 국내 조폭들은 중국의 삼합회, 일본의 야쿠자 등과 함께 손을 잡고 마약 유통망을 확산시키고 있으며 특히 중국에서 들어오는 마약의 양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야쿠자 역시 한국을 본격적인 시장으로 잡으면서 지속적으로 마약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이렇게 한국 시장을 노리는 것은 아직 ‘미개발 시장’이라는 점 때문이다. 다른 나라보다는 마약 사범의 수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잠재적인 수요’가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국내 조폭들이 마약 유통에 개입하게 되자 마약 유통의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목사와 교사가 마약투약 혐의로 체포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특히 목사의 경우 그간 마약퇴치 운동에 앞장서왔던 이력이 밝혀지면서 주변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도 함께 체포되어 교육계에 커다란 상처를 주었다. 교사 김모씨는 대마를 담배에 넣고 피우다가 모발 검사에서 발각 됐고 목사 임씨의 경우 중국에서 생수로 희석한 필로폰을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마약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일부 지도층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당시 함께 적발된 마약 투약 사범의 면면을 살펴보면 현재 우리 사회에 어느 정도의 마약 투약자들이 양산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30대 대기업 직원, 자영업자까지 마약 투약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런 마약들은 서울 홍대나 강남 등의 클럽에서도 일부 유통이 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물론 이곳에서도 겉으로 드러내놓고 마약이 유통되고 있지는 않지만 ‘공공연한 비밀’ 정도로 마약과 관련된 얘기가 떠돌고 있다.
술과 여자가 있다면
마약도 있어야 한다?
특히 술과 여자, 담배가 무한정 허용되는 이곳에서는 마약에 대한 유혹이 상당히 끈질기다고 할 수 있다. 마약을 하고 섹스를 할 수 있다는 ‘지상 최고의 쾌락’이 이들의 마음을 계속해서 흔들기 때문이다.
특히 클럽 안 화장실에서 조차 남녀의 섹스 행각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마약을 복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혐의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클럽 관계자는 “나야 직접 가본 적도 없고 어디인지도 모르지만 철저한 보안 속에서 마약을 하는 곳이 있다고는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심지어 유명 연예인도 그곳을 출입한다는 얘기도 있고, 돈 있고 권력 있는 부유층의 자제들도 심심치 않게 그곳을 찾는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 어쨌든 일반인들은 접근하기가 거의 힘든 곳이기 때문에 경찰로서도 그곳을 적발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마약은 사람의 육체와 정신을 파괴하는 가장 악질적인 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마약과의 전쟁’은 결코 멈춰져서도 안 되고 또한 느슨해져서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