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속 국회 흥망성쇠<엿보기>

2009.08.04 09:16:49 호수 0호

미니홈피도 유행따라 제멋이지만…

인터넷 속 여의도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지난 17대 대선과 18대 총선을 거치면서 후보자 지원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홈페이지는 이제 한물간 지 오래다. 정치인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미니홈피에서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블로그를 지나 쌍방향 서비스인 트위터에 이르렀다. 단순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는 것. 빠르게 변하는 정치 상황보다 더 빠르게 생동하는 인터넷 속 국회를 찾았다.

17대 대선·18대 총선 미니홈피 각광, 당선 후 ‘개점휴업’
박근혜 미니홈피 연일 기록갱신…대세는 트위터 ‘너도나도’


17대 국회 이후 국회의원들의 홈페이지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국회의원 한 명당 홈페이지 하나는 기본이 됐다. 미니홈피와 블로그에 이어 최근에는 트위터가 여의도를 휩쓸고 있다. ‘유행’을 타고 있는 것이다.



제철 만난 인터넷 정치

인터넷 정치 붐을 이끌었던 홈페이지는 이미 구닥다리 취급을 받고 있다.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고 프로필, 의정 보고, 지역구 소식, 보도자료, 사진, 자유게시판 등 일괄적인 메뉴는 홈페이지의 한계를 잘 나타낸다는 지적이다. 자료가 제때 올라오지 않거나 반응이 느린 곳이 많아 ‘풍요 속 빈곤’을 느끼게 한다는 것.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들의 홈페이지는 의원 개개인의 인지도에도 많은 영향을 받지만 재정적 지원 여부에도 크게 좌우되는 게 현실”이라며 “홈페이지는 만드는 일부터 관리하고 수정하는 일까지 돈 문제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때문에 의원마다 빈부차가 크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홈페이지를 전담하는 전문 인력이 비서로 있는 의원실의 경우 홈페이지 운영이 활발한 게 사실”이라며 “그렇지 못한 의원실은 외부업체에 맡기고 보좌진들이 돌아가면서 업데이트를 해주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푸념했다.

의원들이 홈페이지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가의 여부도 ‘방문객’ 수를 늘리는 데 크게 작용한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의 홈페이지 ‘OK Talk Talk’ 같은 경우 전 의원이 올리는 칼럼이 이슈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늘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홈페이지는 아무래도 업무적인 내용의 비중이 크다”며 “국회에서 어떤 일을 했고 지역구를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역할이 크다 보니 딱딱한 분위기가 난다”고 말했다.

때문에 의원과의 소통 부분에서는 홈페이지보다는 미니홈피가 인기다. ‘정치인 미니홈피’ 중에는 박근혜 전 대표의 미니홈피가 손꼽힌다. 박 전 대표가 애착을 가지고 살피고 있으며 ‘공’을 들인 만큼 연일 신기록을 갱신 중이다. 지난해 11월 방문자 800만명을 기록했고 지난 2월 5주년을 맞았다. 현재 891만명의 방문자를 기록, 9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미니홈피는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해 4월 이후 이 대통령의 프로필 외 다른 게시판은 모두 닫아뒀다. 현재 총 방문자는 946만명에 이른다.

네티즌과의 소통이라면 블로그도 한몫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업무는 공식 홈페이지, 사적인 내용은 블로그로 나눠서 올리고 있다. 의원 뿐 아니라 보좌진들도 특색있게 소개하는가 하면 공식석상에서는 볼 수 없는 편안한 모습들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최근 여의도의 대세는 트위터로 기울고 있다. 트위터는 단문형 블로그 서비스로 140자 이내의 짧은 글을 올리면 ‘팔로어(follower)’들에게 전달된다. 유·무선 연동도 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글을 올리고 팔로어가 문자 메시지로 받아볼 수도 있다. 신속하며 개방적인데다 이동성까지 지닌 것.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트위터의 매력을 십분 활용하고 있고 이 대통령도 가입 의사를 밝혔었다. 정치인 중에는 진보신당 심상정 전 대표가 일찌감치 활동하고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 김유정·원혜영·이용경·정동영·진수희·최문순 의원,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이재오 전 의원 등도 가입했다.
지역구 방문이나 회동 등 정치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실시간으로 올라오면서 큰 반응을 얻고 있다. 그들의 속내가 단문 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는 것도 ‘함께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트위터가 정치권 핫이슈로 부상한 것은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다. 당시 김 의장은 직권상정에 대한 고심을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드러냈다. 또한 의원들은 국회에서의 대치 상황에 대한 미세한 움직임을 중계했다. 어떤 언론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현장 소식을 ‘생중계’한 것.
미니홈피의 1촌 개념인 팔로어와의 관계 형성이 더 쉬워 정치인들의 가입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붐’을 타기 시작한 데다 팔로워들과의 트위터 번개모임, 실시간 인터뷰 등 다양한 활용이 계속해서 고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어라 ‘트위터’ 돌풍

하지만 후발주자들은 가입을 머뭇거리고 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홈페이지나 미니홈피, 블로그 모두 홍보 개념으로 접근했다가는 본전도 못 찾는다. 트위터도 마찬가지”라며 “빠르게 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만큼 꾸준히 글을 올려주고 반응을 해줘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좀 더 지켜보고 그러한 것들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가입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트위터에 가입하면서 기자 등 관계자들도 덩달아 가입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안에서의 유행이 빠른 속도로 변한다. 트위터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지 스쳐가는 바람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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