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감쪽같은 장삿속<실태고발>

2009.07.14 10:18:40 호수 0호

재활용 고추장 170만개 날개 달고 하늘로 훨훨~

농협의 장삿속이 도를 넘었다는 비난이 거세다. 돈벌이에 눈이 멀어 소비자들의 건강마저 위협한 불법 행태가 식약청 조사결과 드러난 게 그 이유다. 안전한 먹거리를 향한 소비자들의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번에 밝혀진 사실에 시민들은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식약청에 따르면 농협은 변질되고 유통기한이 지난 고추장을 재활용해 새 제품으로 둔갑시켰다. 기본적인 소독이나 살균 처리도 없었다. 게다가 문제의 제품 상당수는 국내 유명항공사 기내식으로 납품됐다. 자사 이익에 눈 먼 농협이 국제적 망신을 자처하게 된 꼴이다. 농협의 감쪽같은 장삿속을 들여다봤다.

유통기한 지나도 공장만 다녀오면 새 고추장…식약청 적발
쌀은 원산지 속이면 되고, 주스는 타르색소 넣으면 되고~



반품된 고추장을 재사용해 항공사와 농협 매장에 납품한 농협 제조책임자가 구속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지난 3일, 변질돼 가스가 발생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나 반품된 고추장 등을 재사용한 혐의로 충북 남제천농협 청풍명월고추장 공장장 조모(52)씨를 구속했다.

반품제품 소독도 살균도 ‘No’

식약청에 따르면 적발된 남제천농협은 반품된 고추장 등을 새로운 원료와 섞어 제품을 만든 다음 유통기한을 다시 표기해 새 제품으로 판매했다.
쇠고기를 원료로 사용한 쇠고기볶음고추장은 변질되기 쉽고 식중독 발생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없는 반품 제품을 소독이나 살균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재사용했다. 이것이 눈앞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의 건강마저 외면했다는 비난을 받은 이유다.

이렇게 불법으로 만들어진 고추장의 양은 17만2889㎏, 시가 19억7800만원어치다. 이 가운데 튜브형 쇠고기볶음고추장 약 170만 개는 국내 유명항공사의 기내식으로 제공됐다. 나머지 생고추장, 고춧가루, 된장 등 30만 개는 농협 하나로마트 매장 등에서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됐다.
사실 이번에 적발된 남제천농협은 만년 적자에서 튜브형 고추장 하나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곳이다. 지난 1994년 20억원을 들여 청풍생고추장 가공공장을 설립한 이 농협은 대기업 고추장 제품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려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다 1996년 튜브형 고추장을 개발,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1년에는 항공사 기내식으로 채택되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였고 지난 5월에는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식품박람회에 참여해 해외 진출의 발판을 다지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한 언론사로부터 대한민국 우수특산품 대상을 받았으며 남제천농협의 A조합장은 6월 농협충북지역본부로부터 우수조합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탄탄대로를 걷는 듯 보였던 남제천농협이 뒤로는 소비자의 건강을 담보로 한 잇속 챙기기에 급급했던 사실이 탄로나면서 농협의 도덕성은 땅으로 떨어졌다.
사건 보도 후 농협은 곧바로 공장직무대행자를 현장에 파견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지난 6일부터 지역별 대리점과 농협분사 등을 통해 제품 회수 중에 있으며 최대 열흘 안에 제품을 100%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농협 홈페이지에도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사죄드린다”는 내용의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고 해당 공장은 즉각 생산을 중단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소비자의 건강을 담보로 한 농협의 먹거리 논란이 비단 이번만이 아닌 탓이다. 올 들어 이미 세 번째다.
지난 1월에는 ‘가짜 오창쌀’을 판매한 농협 직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오창농협 직원 및 조합장 등 10여 명이 다른 지역의 쌀을 충북 브랜드로 속여 판매하다 발목이 잡힌 것.

이들은 지난 2006년 8월부터 2년여 간 충남 등지에서 재배된 벼 1560톤을 구입해 정미한 뒤 원산지를 ‘청원군’으로, 제품명을 도내의 유명 브랜드인 ‘오창쌀’로 표시해 판매했다. 시가 30억원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이 사건으로 해당 농협은 “지역 특산물 브랜드를 알리는 데 힘써야 할 농협이 이미지를 실추시키는데 앞장선 꼴이 됐다”며 지역 농민들의 비난을 받았다. 

이 같은 비난이 가라않기도 전에 3개월 뒤 또 다른 지역농협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4월, 옥천농협이 사용이 금지된 타르색소를 주스에 첨가해 판 혐의로 경찰에 적발된 것이다.
옥천농협의 문제의 공장은 지난해 5월부터 사용 금지된 타르계 색소인 적색2호를 포도 주스에 첨가해 판매해 오다 식약청 단속반에 걸렸다. 결국 공장은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1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충북군은 해당 포도주스 5만7528병(1.5ℓ) 중 3만4454병을 회수해 전량 폐기했다.

결국 농협의 연이은 먹거리 파동에 소비자들은 ‘뿔’이 났다.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농협의 도덕적 해이를 비난하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항의전화도 잇따랐다. 
일부 소비자들은 “더 이상 농협제품을 안전한 먹거리로 인식할 수 없다”며 “해당 농협의 문을 닫아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게다가 농민들이 땀 흘려 수확한 농작물이 농협의 파렴치한 행태로 명성에 금이 갔다며 내부담당자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농협 먹거리 “믿어도 되나요”

더욱이 적발 후에도 ‘생고추장’등 문제가 된 제품이 하나로마트 홈페이지에 계속해서 게재된 것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비난이 폭주했다.
한 네티즌은 “고추장 사건이 터졌는데도 홈페이지에는 광고사진이 버젓이 올려져 있다”면서 “다시는 농협 식품을 사지 말자”고 불매운동을 주장했다.

실제 해당 제품은 지난 7일까지도 인기, 추천제품이라는 안내 문구까지 달린 채 온라인 구매가 가능토록 되어있었다.
농협 관계자는 지난 7일 본지와의 통화를 통해 “며칠 전부터 해당 제품을 내려달라 요청했는데 처리가 늦어졌다”며 “확인 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약속했고 다음 날 문제 제품은 판매 중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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