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로비설' 황보건설 실체

2013.06.10 15:47:36 호수 0호

원세훈 휘어잡은 '접대의 제왕'

[일요시사=사회팀] "칼로 흥한 자, 칼로 패망한다"는 말처럼 건설로 흥했던 MB정부가 건설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MB정부의 실세,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황보건설발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정계의 촉각은 온통 황보건설에 쏠리고 있다. 자본금 19억원의 이 작은 건설회사는 그동안 무슨 일을 벌인 것일까.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스폰서로 밝혀진 황보건설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황보건설이 정관계 고위 인사들에게 금품로비를 제공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정국은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대표와 MB 동기

원 전 원장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면서 정치권에 나돈 문건이 하나 있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사건은 2010년 7월로 거슬러간다.

한국남부발전에서 발주한 '삼척그린파워발전소', 해당 토목공사 하청업체 선정과 관련 원 전 원장의 외압이 있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

황보건설의 이름은 이 첩보의 맨 서두에 등장한다. 원 전 원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삼척그린파워발전소' 제2공구 시공을 맡은 두산중공업과 대림산업 측에 압력을 가했으며, 이때 등장한 건설사가 바로 황보건설이란 것이다.


이 익명의 인물은 "BH(청와대)의 뜻"이라며 황보건설을 제2공구 공사 하도급업체로 선정하라는 압력을 두 시공사에 가했다. 그동안 하도급업체 선정기준은 '협력업체 중 최저가 입찰'이었지만 제2공구의 경우는 선정기준이 '적격 판정'으로 변경됐다. 그리고 비협력업체인 황보건설이 건설업계 전면에 등장했다.

황보건설은 대표 황보연씨가 지난 1977년 설립한 중소건설업체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던 2008년 기준 자본금은 19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매출액은 63억원. 중소업체 중에서도 그리 이름 있는 건설사는 아니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이후 황보건설은 눈부신 성장세를 보인다. 2009년 기준 매출 296억원으로 전년 대비 4배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 이를 기점으로 황보건설은 2010년 408억원, 2011년 473억원의 상승곡선을 그린다.

덩달아 시공능력평가 순위 역시 1000등대에서 300등대로 점프한다. 황보건설의 성장은 관공서에서 밀어주는 공사 수주권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자연스레 대표 황씨의 정관계 로비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대표 황씨는 이 대통령과 대학원 동기다. 황씨와 이 대통령은 고려대 노동대학원 최고지도자 과정 1기(1995년)를 함께 수료한 인연이 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 원 전 원장이 서울시에서 행정1부시장에 있을 때에도 그의 '스폰서' 노릇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MB정부 들어 급성장…매출·순위 '점프'
관공서 발주 물량으로 도약 "입김 작용"

황보건설은 굵직한 국책사업을 자주 맡았는데 세종시 사업인 세종시∼정안IC 도로건설 공사, 서울시가 발주한 문래고가차도 철거 공사, 한국도로공사 발주의 남해선 냉정∼부산 4공구 도로공사 하청 등에서도 수주를 따냈다.

또 2011년에는 K건설과 함께 컨소시엄을 맺고 277억원가량의 캄보디아 프놈펜 56번 국도 도로공사를 수주했다. 해당 공사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공적개발원조(ODA) 차원에서 이뤄진 유상원조 사업이었다.

이밖에 황보건설은 지난 2008년 서울시 동대문운동장 철거 공사 등에도 참여업체로 선정됐다. 이처럼 정부기관과 서울시가 발주하는 공사마다 수주를 따내는 황보건설에 대해 일각에서는 '관급공사 전문업체'라는 의혹의 눈길이 따라 붙었다.

실제로 '건설공사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황보건설의 2010∼2011년 전체 매출액 881억원 중 관급공사 비중은 68%인 598억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잘 나가던 황보건설은 지난해 5월 유동성 위기를 이유로 전격 폐업했다. 다수 관계자는 황보건설의 폐업에 대해 새정권의 손보기를 의식한 '기획부도'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같은 해 7월 황보건설의 회생가능성을 낮게 보고 자발적인 청산 절차를 밟도록 했다. 작은 규모의 회사가 무리한 공사들을 맡았던 것이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도 새어나왔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황씨는 지난 2004년 서울 용산구 주택재개발사업 수주 등의 청탁과 함께 구청 도시관리국장에게 금품 등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전력이 있다. 그의 로비 의혹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란 얘기. 결국 황보건설의 성장 배경에 광범위한 정관계 로비가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스폰 살생부 돌아

검찰은 지난 5일 황씨를 구속한 뒤 "황보건설이 이명박정부 시절 수천억원대의 관급공사를 수주하게 된 경위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황보건설이 공사 수주를 위해 로비한 배후도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수사 여하에 따라 황보건설이 로비를 통해 수주 받은 공사 목록, 로비를 위해 숨겨둔 비자금 등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황씨의 조력자인 원 전 원장도 혐의를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황보건설 노동자 시위 왜?

"떼먹은 돈 내놔"


황보건설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정국을 강타한 가운데 황보건설 노동자들이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 정문 앞에서 농성 중이다. 이들은 행복청에서 발주한 세종시∼정안IC 도로건설공사에서 현대건설 협력사인 황보건설의 부도로 밀린 대여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황씨가 건설기계대여금 2억5000여만원을 주지 않았다"며 "정부가 사태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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