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진 검찰총장이 지난 5일 사퇴함으로써 ‘검찰총장 수난사’를 되풀이했다. 1988년 검찰 중립과 독립을 보장하는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래 총장직을 맡은 14명 중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9번째 총장이 된 것.
임기 2년을 채운 총장은 22대 김기춘, 23대 정구영, 26대 김도언, 29대 박순용, 33대 송광수, 35대 정상명 전 총장뿐이다.
검찰총장의 수난사는 24대 김두희 총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5대 박종철 총장은 김영삼 정권 당시 구 여권 사정의 일환인 슬롯머신 사건 수사를 두고 권력층과 마찰을 빚다 취임 6개월 만에 사직했다.
27대 김기수 총장은 “다음 달로 예정된 총장 퇴임 시기 때문에 검찰 인사가 미뤄지면 안 된다”며 임기 만료를 한달 가량 남겨두고 사임했지만, 한보사건 재수사 도중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를 구속한 것이 실제 사퇴 배경으로 거론됐다.
28대 김태정 총장을 거쳐 30대 신승남 총장은 ‘이용호 게이트’ 수사과정에서 동생이 연루돼 구속되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7개월 만에 물러났다. 31대 이명재 총장은 취임 첫 해 발생한 ‘서울지검 피의자 폭행치사 사건’의 역풍을 맞았다. 당시 김정길 법무부 장관도 사직하는 등 여파가 컸다.
국민의 정부 말기에 임명된 32대 김각영 총장은 검찰총장의 임기를 존중하겠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사 표명에 따라 정권 교체 후에도 직을 유지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평검사와의 대화’를 통해 검찰 수뇌부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자 곧바로 사퇴했다.
34대 김종빈 전 총장은 2005년 동국대 강정구 교수 수사를 두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다.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헌정사상 첫 수사지휘권 발동에 사퇴를 하는 것으로 의지를 드러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가 5개월여 남았을 시점에 검찰총장을 맡게 된 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의 원인으로 표적수사 논란이 불거지자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그의 사퇴가 자의에 의한 것인지 타의에 의한 것인지를 놓고 상당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