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잘날 없는’ 남양유업 왜?

2013.04.15 14:38:35 호수 0호

너 죽고 나 살자 ‘트러블메이커’

[일요시사=경제1팀] “세치 혀로 흥한 자 세치 혀로 망한다.” 요즘 이 속담을 가장 마음 깊이 새기고 있을 기업은 남양유업일 게다. 말로 인해 이런 저런 구설수에 오르며 식품업계 ‘트러블 메이커’로 낙인 찍혔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비방들이다. 아무리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라지만 상도의를 무시한 ‘네거티브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국내 분유업계를 대표하는 남양유업이 ‘경쟁사 헐뜯기’로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최근에는 판촉사원이 경쟁사인 매일유업에 고소를 당하면서 소비자들의 눈총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네거티브 마케팅?

최근 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남양유업 대구지점의 한 전화상담원 최모씨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최씨는 지난 2월 매일유업 분유 ‘명작’ 소비자에게 전화를 걸어 “매일유업 제품에 유해물질이 있다. 제품을 보내주면 남양유업 새 제품으로 교환해 주겠다”고 권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소비자는 매일유업 본사에 사실 확인차 전화를 했고, 매일유업 측은 남양유업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건을 접수한 종로서는  남양유업 대구지점을 압수수색하고 최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경찰은 최씨가 산모 김씨의 전화번호를 어떻게 입수했으며 전화상담 내용이 회사 지시에 따른 것인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측은 “회사 차원에서 최씨에게 지시한 적은 없었다”면서도 최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회원 관리의 하나로 전화한 것으로 소비자가 매일유업 분유가 안전한가에 대해 판촉원에게 질문을 먼저 했다”며 “판촉원이 그 질문에 과거 매일유업 제품에서 식중독균이 나왔다나는 뉴스를 전해준 것 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남양유업은 우선 경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매일유업에 맞고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두 회사는 2009년에도 이번 사건과 비슷한 법적공방을 벌인 바 있다. 당시 매일유업은 남양유업 직원이 “매일분유에서 유해물질이 나왔다”고 악성댓글을 인터넷에 유포했다며 남양을 고소했고, 남양 역시 비슷한 이유로 맞고소하며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잇따른 ‘경쟁사 비방’은 남양유업의 해묵은 전통(?)이기도 하다. 2010년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카제인나트륨’ 논란이 대표적이다.

남양유업은 당시 유업에 이어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면서 업계 1위인 동서식품을 겨냥해, 커피믹스에 들어간 카제인나트륨 성분이 몸에 좋지 않은 유해 성분인 것처럼 광고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카제인나트륨을 빼고 우유를 넣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결과로 첫 시장 진입에 시장 점유율을 20% 이상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다른 제품에 유해물질”또 경쟁사 비방전
1세 증여·리베이트·제품강매 잇단 구설

과거 남양유업도 대표 상품인 임페리얼 분유와 떠먹는 불가리스, 짜먹는 이오 등에 카제인나트륨 화합물을 첨가한 적이 있음에도 이를 숨기고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이중 플레이를 자행한 것이다.

1991년에는 파스퇴르가 “남양유업의 분유 제품에 양잿물을 사용해 만든 카제인 성분이 들어 있다”고 주장했을 때 남양유업은 이 성분은 아기에게 매우 유익한 영양 성분이라고 보도 자료를 내며 적극 해명한 적도 있다.

남양유업은 또 2008년 ‘멜라민 파동’ 당시 경쟁사 제품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광고를 실어 업계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당시 남양유업은 “멜라민이 든 뉴질랜드산 원료를 사용하지 않아, 분유·이유식은 물론 전 제품이 멜라민으로부터 100% 안전합니다. 다른 회사 제품은 확인할 수 없지만 남양유업 유아식의 원료와 제품의 품질은 100% 안전합니다”라고 소비자들의 불안을 되레 부추기는 광고를 내 비판을 받았다.

그 파문이 잠잠해지자 2009년에는 멜라민 함유 의심 분유를 베트남에 수출한 사실이 드러나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과거부터 ‘네거티브 전략’으로 시장에서 이득을 많이 봤던 경험이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소비자를 무시하는 듯한 경쟁은 결국 업계 전체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남양유업은 ‘비방 마케팅’뿐 아니라 2008년 주식 증여 문제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만 1세에 불과한 손자에게 회사 주식 1168주를 물려줘 세간의 입방아에 오른 것이다. 편법 증여 논란에도 불구하고 두 달 뒤 다시 1168주를 증여해 비난이 쏟아졌다.

툭하면 입방아

2010년에는 자사 제품의 독점 공급을 위해 산부인과 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일로, 그 다음해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대한 뇌물 상납 의혹이 담긴 녹취록이 만천하에 드러나 잇따라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월에는 대리점에 제품 구매를 강매하고 명절 떡값이나 임직원 퇴직위로금을 요구하는 등 불공정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홍원식 회장은?>
잦은 구설수로 ‘신화 휘청’

1950년 서울에서 태어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경복고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74년 기획실 부장을 시작으로 경영수업에 들어갔다. 이후 1977년 이사, 1979년 상무, 1980년 전무, 1988년 부사장을 거쳐 창업주인 아버지 고 홍두영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1990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2세 경영’을 펼치기 시작한다. 1990년대 불가리스, 아인슈타인 우유, 아기사랑 수(秀) 등 잇따라 히트 상품을 내놓으며 남양유업을 성장궤도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MF 관리체제 아래서 빚을 모두 갚고 매출 신장을 거듭하는 기업, 오로지 한 우물만 파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기업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성공한 기업 오너 뒤로 남양유업은 매년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사건으로 잦은 구설에 오르면서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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