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땐 집에서 ‘쿡!

2009.05.12 13:41:16 호수 0호

불황기 소비유형 따라잡기…新오렌지족

해외여행은 무슨…가까운 근교 나들이면 돼!  
때와 장소 구애 받지 않는 다용도 패션 추구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직장인들은 저마다 몸 사리기에 급급하다. 구조조정 얘기만 나와도 심장이 뛸 정도다. 불황의 파장은 가정에도 급습했다. 얄팍해진 호주머니에 소비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큰마음 먹고 마트 등을 둘러보지만 선뜻 물품을 집기가 겁이 나 발걸음을 돌리기 일쑤다. 이런 가운데 현대백화점에서 불황기 소비유형을 ‘오렌지(Orange)’로 정의 내려 세간의 관심을 사고 있다. 물론 소비적이고 퇴폐적인 성향의 1980~90년대 부유층의 유학파 자녀를 일컫는 ‘오렌지족’이 아니다. 그 내용을 뜯어봤다.

전자회사에 다니는 김모(33)씨. 김씨는 주말이면 아내와 아이들의 외식 타령에도 눈 깜짝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외식 대신 식재료를 직접 구입해 집에서 요리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처음에는 불만이었던 식구들도 점차 그 맛에 동화되는 분위기다.

“무조건 가족이 최고야”

증권회사에 다니는 이모(40)씨. 그는 평소 해외여행을 즐겨했다. 하지만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해외여행을 줄였다. 하지만 여행을 그만두지도 않았다. 대안으로 불황과 고환율로 해외여행 대신 큰 경비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당일버스 여행’이나 ‘근교나들이로 만족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신오렌지(ORANGE)족들이다. 이들에게는 소비적이고 퇴폐적 성향의 과거 오렌지족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외식 대신 집에서 요리해 먹고(Oven Family), 해외여행 대신 가까운 근교 나들이를 하며(Rest in nest), 때와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다용도 패션을 선호하는(All-round wear) 경향이 강하다. 이것이 신오렌지족의 참모습이다.

신오렌지족들은 공통된 특성을 보인다. 정보교류를 위한 네트워크(Network)를 중시하는 게 대표적이다. 그런가 하면 가족을 제1의 가치로 생각한다. 때문에 가족의 건강을 위한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실제 ‘집에서 쿡!’하는 사람(Oven family)들이 늘었다. 경기가 불황세를 이어가면서 외식 대신 집에서 은 재료로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신오렌지족의 여행에 대한 관념도 바뀌었다. 해외여행 붐을 타고 너도나도 공항으로 향하는 모습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반면에 불황과 고환율로 해외여행 대신 큰 경비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당일버스 여행’이나 ‘근교나들이’가 인기다. 특히 여행 강좌를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이 같은 강좌를 개최하고 있는 곳은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패션의 변화도 눈에 띈다. 홈웨어 또는 외출복으로 입는 트레이닝복과 외출복 또는 운동복으로 입는 아웃도어 의류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등산복의 경우 갈수록 화사해지고 있어 도심에서 입고 다녀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동네 아저씨의류의 상징인 트레이닝복 역시 슬림한 라인, 화려한 컬러를 갖춰 여성들의 외출복으로도 인기만점이다.

‘어부바 아빠, 요리하는 쿡남’

문화센터나 동호회에서 정보교류(Network)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실 불황일수록 사람들은 새로운 소식과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마련이다.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뒤쳐지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관심분야도 다변화 추세다. 등산, 재테크, 봉사 등은 기본이다. 최근에는 일본어학습, 중국문화체험, 환경캠페인 등의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맞벌이 부부 증가추세는 요리나 육아를 챙기는 아빠들을 양산시키고 있다. 신오렌지족들은 실제 요리강좌를 듣고 직접 장을 보는 ‘쿡남으로 변신 중에 있다.

이들의 모습은 식품매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어부바 아빠’로 변신한 가장들은 백화점 유아용품 편집매장에서 직접 아기용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마케팅팀장은 “신오렌지족의 최대 가치는 바로 가족”이라면서 “불황에는 오렌지족 방식의 소비패턴이 부각된다는 점에 착안해 현대백화점은 가족과 함께 방문한 고객들에게 추억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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